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하느님을 속인 하나니아스와 부인 사피라의 최후

최용택
입력일 2025-07-16 08:44:51 수정일 2025-07-16 08:44:51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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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톤힐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영국왕립미술원 소장

동창 신부가 주임신부로 일한 지 몇 년 안 된 초보 시절이었다. 사제 회의에 갔는데 한 선배 신부님이 따로 부르더니 “자네 본당에 A라는 신자 있나? 사실 A라는 사람은 우리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했던 신자인데, 그 사람 때문에 여러 신자 가정이 채무에 얽혀 풍비박산이 났어. 자네 본당에 간 A를 좀 잘 살펴보게”라고 하셨단다.

동창 신부는 선배 사제의 조언도 있어 A를 눈여겨봤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특별히 부자들과만 어울리는 것 같아 몇몇 신자에게 A에 관해 조심스레 조언을 건넸다. 그러자 신자들은 A는 열심한 봉사자로 특별히 자신이 직접 헌금도 조성하여 어려운 노인분들을 돕고 있는 착한 분이라고 두둔했다. 그런데 몇 년 후 드디어 A 때문에 본당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 후 동창 신부는 나에게 “정말 A라는 사람 대단해.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A가 운이 없어서일 뿐이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오히려 A를 감싸는 거야”라며 하소연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범죄는 사기이고, 많은 경우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어떤 이들은 교회 안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하는데, 사실 지상의 교회는 세속적 요소와 신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완성을 향해 나가는 나그네 교회일 뿐이다. 오히려 세속의 요소가 교회를 파고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초대교회에서 ‘하나니아스와 부인 사피라의 죽음’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다. 인간의 탐욕과 자만을 잘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하나니아스라는 사람이 아내 사피라와 함께 재산을 팔았다. 모두 다 바치기에는 아까웠는지 아내와 동의하여 일부만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았다.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하나니아스, 왜 사탄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령을 속이고 땅값의 일부를 떼어 놓았소? 그대는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속인 것이오.” 하나니아스는 이 말을 듣고 쓰러져 죽고 말았다.

얼마 후 베드로에게 사피라가 왔다. 베드로는 그녀에게 “그대들이 땅을 이만큼 받고 팔았소?” 하고 물으니, 그 여자가 “예, 그만큼입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베드로가 그 여자에게, “어쩌자고 그대들은 서로 공모하여 주님의 영을 시험하는 것이오”라고 말하자 사피라도 즉시 베드로의 발 앞에 쓰러져 숨지고 말았다.

사피라는 마지막 기회가 있었는데 진실을 외면하고 바로잡지 않았다. 사도행전의 하나니아스와 부인 사피라의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아니 전부든 일부든 교회에 봉헌하는데 그게 뭐가 잘못되어 죽음까지 당해야 하는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행간을 보면 분명히 하나니아스 부부는 자신의 땅을 다 팔아 봉헌하려고 했고 이 사실을 공공연하게 떠들었을 것이다. 많은 이는 그들을 치하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들었던 주일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천사와 악마가 내 양어깨에 나란히 자리 잡습니다, 천사와 악마의 싸움 장소는 바로 우리 마음 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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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