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장애인거주시설 혁신방안을 위한 토론회’ 개최
거동은 물론, 최소한의 의사 표현조차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24시간 돌봄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이들에게 ‘탈시설’은 지역사회로의 통합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생존권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과 거주시설 관계자,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열고 장애 당사자 특성에 맞는 거주시설 다양화, 신규시설 증설, 효율적 예산 운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6월 3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혁신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모든 장애를 ‘심한 장애’, ‘심하지 않은 장애’ 두 가지로 분류하며 획일적 탈시설 방향으로 추진돼 온 장애인 복지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장애 정도와 유형을 고려한 거주시설 정책 설계를 촉구하고 대안을 공유했다.
김현아 회장은 종합토론에서 “자립지원주택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달리 한시적 돌봄에 따른 ‘돌봄공백’으로 인해 갑자기 발생하는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많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상생활 및 직업 훈련, 체육활동, 지역사회 연계 활동을 지원하는 등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바탕을 둔 자립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며 “거주시설 장애인들이 시설을 선택하든, 자립지원주택을 선택하든 장애인과 그 가족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전했다.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 시설장 이중교(야고보) 신부는 제1발제에서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복귀이므로 요양시설을 벗어나 체험홈에서 자립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직업재활시설에 홀로 출퇴근 가능한 중증 발달장애인과, 거주시설에서 홀로 화장실 가기도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을 같은 잣대로 놓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임무영 변호사는 제2발제에서 현행 장애인관련법과 탈시설 주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법의 실무적 실천 방안으로 ▲현재 설치된 시설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환경을 개선하고 ▲추가 예산으로 새 시설들을 설치해 중증장애인을 전부 수용하며 ▲이후 중증·비중증 장애인을 아울러 생활과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예산이 순차 집행돼야 함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는 제3발제에서 미국 뉴저지주의 성인 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체계를 중증 발달장애인 주거와 돌봄의 대안으로 소개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장애 당사자의 일상생활 능력과 의학적 요구, 행동 조절 등을 고려해 거주시설을 찾고 적합한 지원 수준을 결정하는 복지 모델이다. 김 교수는 “장애 당사자들이 개인화한 정기적 평가와 맞춤형 지원을 받으며 존엄을 지키는 체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6월 장애등급제를 폐지했고, 지적·자폐성 장애인에 대해서도 장애 정도에 따른 구별을 없앴다. 이에 따라 2027년 시행 예정인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자립지원법)도 국가의 지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을 오히려 더 위험한 상태로 몰 수 있는 탈시설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