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동의 집’에 뿌리 내린 농산물…농민·소비자는 ‘생명공동체’

민경화
입력일 2025-07-15 16:29:46 수정일 2025-07-15 16:29:46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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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상현동본당, 지난해 8월부터 직거래 장터 운영…도·농 교류로 상호 이해 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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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수원교구 상현동본당 한 신자가 상현달장에서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 민경화 기자

“직접 성당에 오셔서 정성껏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니 믿고 구입하는 거죠.”

7월 13일 수원교구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주임 서북원 베드로 신부)에서 열린 ‘상현달장’을 찾은 신자는 흙 묻은 농부의 손으로 전해진 농산물을 받아들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떠올렸다. 이날 장터에는 복숭아, 참외, 감자, 자두 등 7월 제철 농산물이 판매되며 깊어지는 여름의 정취를 전했다. 도심에서 자연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본당 신자들은 상현달장에서 만나는 농작물을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공동의 집, 지구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매월 둘째 주에 열리는 상현달장은 8월이면 꼭 1년이 된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본당 직거래 장터였지만, 이제 신자들은 장터에서 자주 만나는 농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안동교구 농민들의 상황을 걱정하거나 더위 속 농사일의 고단함을 염려하는 따뜻한 말들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장터가 열린 지 1년, 도시와 농촌은 어느새 생명공동체로 하나 되어가고 있다.

교구 농민사목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의 활동 목표는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 거점이 본당 직거래 장터다. 양기석 신부는 “생명 농업을 실천하는 가톨릭농민들의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응원하고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 본당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가톨릭농민이 생산한 농작물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북원 신부가 본당에 직거래 장터를 연 이유도 농촌과 농민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때문이다. 서 신부는 “농촌에 가지 않는 이상 도시 신자들은 농촌의 상황을 모를 수밖에 없다”며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장터에서 좋은 물건을 사는 것도 좋지만, 농민들을 만나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상현달장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장에 선글라스, 핸드백을 든 도시 본당 신자는 밀짚모자를 쓰고 흙 묻은 옷을 입은 농민과 만나 농산물을 나눴다. 겉모습은 달랐지만 서로에게 전하는 감사한 마음은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상현달장에는 하느님의 섭리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서북원 신부는 “보다 많은 본당이 직거래 장터를 여는 것에 함께해 생명공동체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