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 설립 후 살레시오 수녀회 위탁 운영 정부 지원 받지 못해 후원금 전적 의존…“정기적 후원과 관심 절실”
20년 넘게 다문화·이주 아동들과 그 가정을 돌봐온 서울 성북동 ‘베들레헴 어린이집’(시설장 이선영 보나 수녀, 살레시오 수녀회)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원 위기에 놓였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설인 탓에 후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어렵사리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점점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7월 4일 찾은 베들레헴 어린이집에는 천사반(만 1세), 샛별반(만 2세), 베들레헴반(만 3세 이상)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베들레헴반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선생님의 질문에 앞다퉈 답하고, 샛별반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해맑은 표정으로 식사 전 기도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운영난 속에, 이 소중한 하루하루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15명의 아동이 교육받는 어린이집은 24시간 운영된다. 전체 어린이 중 절반 가까이가 다문화·이주 가정의 아동들인데, 가정 형편상 부모가 밤에도 일을 나가 밤 시간대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교사 수도 일반 어린이집보다 많아 현재 두 명의 수녀 포함 총 9명의 교사가 아동들을 돌본다. 우영숙(마르타) 수녀는 “현재로서는 후원금으로 간신히 급여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로부터 가정보육시설로 정식 인가까지 받은 이곳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택을 개조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주거 용도로 건축된 집은 보육시설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하고, ‘용도 변경’을 했더라도 또 다른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런 사정으로 어린이집 간판 설치 비용도 부족해 개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겨우 간판을 마련했다. 어떻게든 지원금을 받고자 ‘서울형 어린이집’ 신청을 준비하고 있지만 선정 여부와 시기도 장담할 수 없다.
2004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설립하고 살레시오 수녀회가 위탁 운영해 온 베들레헴 어린이집은 단순한 보육시설을 넘어, 이주 가정 전체를 돌보는 공동체로 기능해 왔다. 졸업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인사를 오면, 수녀들과 교사들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교회 내 다양한 창구를 통해 가족 전체에 지속적인 도움을 이어가기도 한다.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 김은주 씨는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건강이 좋지 못해 힘들 때, 어린이집 수녀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어린이집도 아이를 진심으로 돌보고, 아이 엄마도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전했다.
과거에 비해 아동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이주 가정의 입소 문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낯선 타지에서 생활하고 형편도 좋지 않은 이주가정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교회 보육시설 후원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시설장 이선영 수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식과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적은 규모라도 정기적으로 후원이 있다면 어린이집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원 문의 및 계좌: 02-3676-7705, 국민 093401-04-245084 서울대교구 베들레헴 어린이집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이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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