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만화 <슬기로운 제자생활> 연재 중인 안지민 수녀

박효주
입력일 2025-07-16 08:48:06 수정일 2025-07-16 08:48:06 발행일 2025-07-20 제 345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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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제자생활> 통해 수도자 소소한 일상 담아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정식 사도직을 받은 만큼 진심으로 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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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홈페이지에 만화 <슬기로운 제자생활>을 연재 중인 안지민 수녀는 “수도 생활이 궁금했던 예전의 성소자로서,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박효주 기자

“수도 생활이 궁금했던 예전 성소자의 눈으로 너무 거룩하거나 비현실적인 모습이 아닌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안지민(마리아 도로테아) 수녀는 수녀회 홈페이지에 수도회의 일상을 다룬 만화 <슬기로운 제자생활>(이하 슬제생)을 연재 중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에 잔잔한 유머와 세심한 표현이 더해져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안 수녀는 입회 전 부산 ‘이태석 신부 기념관’의 기념품을 제작할 정도로 손재주를 발휘해 왔다. 그는 “이태석 신부 기념관 팀장님께서 <슬제생>을 보시고 팬레터(?)를 보내주셨을 때, 독자들의 반응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편 가량 연재되는 흑백 만화와 컬러로 제작한 <한 컷 일상>까지…. 놀랍게도 이 작품들은 20년 된 태블릿과 수도회 공동 면학실의 컴퓨터로 휴식 시간을 쪼개 작업한 결과물이다. 한 주에 4~5시간밖에 허락되지 않기에 안 수녀는 작업 전, 수녀회 창립자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1884~1971)의 기도 ‘성공의 비결’을 바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해내야 하니 당신께서 도와주십시오’라는 내용이다. 

안 수녀는 “때문에 낙서라고 생각될 정도로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정식 사도직으로 받은 만큼 진심으로 임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대중 매체에 나오는 수도자들의 이미지가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혹은 처음 만났던 수녀님·신부님과의 일화 등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금은 닫혀 있는 이미지의 수도회 안에서, 만화 ‘슬제생’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도회 홈페이지와 SNS를 담당하는 이윤지(마리아 베로니카) 수녀의 기획력이 있었다. 처음 안 수녀에게 만화 연재를 제안한 이 수녀는, 현재까지 편집자로서 콘텐츠의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조율해 가고 있다.

안지민 수녀는 “입회 당시 제 그림조차 수도회의 재산이라 생각했기에,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 함부로 그릴 수 없었다”면서도, “제안을 받은 이후로는 그림 작업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슬제생>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는 실제 안 수녀의 삶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무더운 여름날, 모두가 저녁기도를 위해 성당에 모여 전례 시편을 바칠 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에서 이 건전하고 성실한 삶의 아름다움을 느껴요.”

함께 청년 활동을 했던 이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고 바치고 있다는 안 수녀는 입회 전 본당 전례단장으로 열정적으로 봉사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부족함 없이 문화생활도 즐겼고, 블로그 운영도 활발히 했다. 그러다 수도회에 입회했을 땐  자신을 ‘모두 죽이고 버려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수도 생활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품고 나아가는 ‘창의적 용기’를 배우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에 언급된 바로 그 자세다.

“<슬제생>은 저에게 ‘창의적 용기’예요. 제 삶의 전환점이 된 수도 생활을 앞으로도 즐겁게 그려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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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민 수녀가 연재 중인 만화  <슬기로운 제자생활> 중 일부. 안지민 수녀 제공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