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님 모습 보고 성소의 불 다시 지폈죠” 병원 원보 통해 ‘이태석 신부’ 접해…깊은 울림에 이메일 주고받아
“의대 재학 중 사제라는 꿈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된 건 병원 원보에 나온 고(故) 이태석(요한) 신부님 이야기였어요. 당시 부제셨는데 사제 서품을 받으면 해외 선교를 나가 봉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외과 의사의 길을 걷다 예수회에 입회해 7월 2일 사제품을 받은 남정수(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어릴 적부터 성당의 신부님을 보며 성소를 꿈꿨지만 학업에 소질이 있는 자신을 향한 부모님의 기대가 컸고, 신학교에 가더라도 사제 성소에 대해 자신이 없어 결국 의대를 택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라 지원했다”며 “혹시라도 사제 성소를 다시 꿈꾸게 되면 의대에서 배운 지식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의대생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중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 내 프로그램 ‘선택 주말’에 참가했다가 점차 성소에 대한 열망이 다시 피어올랐다. 남 신부는 “예수님이 말 그대로 ‘역사적인 예수님’일 뿐만 아니라 나의 구원을 위해서도 오셨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성소에 대한 고민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대학병원 원보에 실린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였다. 남 신부는 “아프리카 수단으로 선교를 가고 싶다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접하고 크게 감명을 받아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며 “교구 사제 외에 수도 성소도 있다는 것을 신부님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태석 신부가 특별히 더 깊이 마음에 남은 이유는, 그가 바로 자신의 대학교 선배였기 때문이다. 남 신부는 “내가 성소를 꿈꿔왔는데, 같은 학교의 선배가 내가 열망했던 성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예수회에 입회해 내성적이면서도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하기를 좋아하는 수도자가 됐다. 물론 기대와는 다른 자신의 수도 생활에 실망한 적도 있었다. 남 신부는 “수도회 밖 외부 활동이 잦은 실습기 시절, 일반 신자들보다도 못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며 “몸이 고되다는 이유로 주일미사만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체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고 했다.
수도회 입회 전 대학병원에서 외과의로 근무했던 남 신부는 수도회 실습기 동안 또 다른 전문 분야인 내과를 전공했다. 외과에서 배울 수 있는 과정은 이미 마쳤고, 앞으로 사제로서 국내에서 활동할 때 내과 지식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직은 제 사제 생활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 능력이 언젠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쓰이길 바랍니다.”
그는 사제로서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예수회 사제로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의사라는 탤런트를 교회 안에서 활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환자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점을 먼저 물어보는 그런 수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