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이하 WYD)를 담당하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이 7월 8일부터 13일까지 방한해 한국교회와 함께 ‘2027 서울 WYD’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현장을 답사했다. 아울러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기원 식수 행사에 참여하고, 대회 준비에 한창인 청년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대표단이 방한한 것은 2024년에 이어 두 번째다. 글레이손 데 파울라 소자(Gleison De Paula Souza) 평신도가정생명부 차관은 일정 중 “다가올 2027 서울 WYD는 한국과 전 세계 청년들에게 그리스도의 희망을 전하는 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7월 9일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서울대교구 WYD 기획사무국 봉사자들과 함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성공개최 기원 식수’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는 한국교회 청년들이 2년 뒤 서울 WYD에서 전 세계 청년들에게 기후위기 극복을 강조하고자 정한 실천사항 중 하나인 난지도에 ‘묘목 1만 그루 심기’를 대표단이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소자 차관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공동의 집인 지구를 잘 가꾸고 ‘생태적 감수성’을 가지길 바라셨다”며 행사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나무 심기’에는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와 4명의 청년 봉사자들이 대표로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삽으로 흙을 퍼 나르고 물을 뿌리며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절두산 순교성지에 나무를 심은 것은 대회가 열릴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교회라는 특별한 의미도 담겨있다. 기획사무국장 이영제 (요셉) 신부는 행사에서 “청년들의 생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응원하는 이 자리가 특히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순교한 이 성지에서 그 후손인 청년들과 대표단이 함께한 가운데 열린 것은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7월 10일, 대회를 준비하는 27개 팀 청년 봉사자 대표 모임이 열린 서울 명동 기획사무국도 찾았다. 봉사자 팀 간 소통과 교류를 위해 마련된 이 모임에서 소자 차관은 대표 청년들이 서로의 역할을 공유하고 모임의 지속을 위한 방안과 봉사자 업무 현황에 대해 회의하는 내용을 경청했다. 소자 차관은 봉사자들에게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회가 돼야 하고, 여러분은 이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표단은 7월 11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위원들과 만나 대회 관련한 주요 사항을 논의했다. 이어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열린 ‘겨자씨 닮은 용기로: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묵상전’을 관람했다. 대표단은 전시에 출품한 청년 작가들에게 작품 설명을 직접 듣고, 포스트잇으로 소망을 적어 나무를 완성하는 설치 미술에도 참여했다. 소자 차관은 이번 방한에 대한 소회와 더불어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청년들에 대한 냉정한 현실을 짚고, 세계청년대회가 그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했다. 소자 차관은 “우리는 이 시대 청년들이 겪는 개인적인 문제들과 크나큰 고통, 답답함과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 이런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청년들이 빛을 볼 수도, 희망을 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레오 14세 교황님이 함께할 2027 서울 WYD는 한국과 세계 청년들에게 그리스도의 희망을 전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교회는 사람들 가까이 존재해야 하고 자기 손을 더럽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리스도가 그랬듯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전했다. 소자 차관은 한국교회와 서울대교구를 향해 “잘 조직돼 있고 살아있는 교회"라며 대회 준비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또 “절두산에서 흘린 순교자들의 피가 한강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축복받은 땅 위에 세워졌다는 뜻이고, 그러기에 한국교회도 매일 순교자들의 희생을 체험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희(마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한국교회 주교단 중 가장 젊은 40대 주교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서울대교구는, 말씀을 매개로 한 젊은이 사목과 미디어·홍보 분야에 능통한 새 목자를 맞이해 청년과 함께하는 사목에 더욱 힘을 실으며 ‘젊은 교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7월 8일 오후 7시 레오 14세 교황이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와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 명의주교(Titular Bishop of Elefantaria di Mauritania)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교황청 공식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도 발표됐다. 같은 시각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최 주교의 임명 소식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교구청 직원들이 자리에 함께해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 현직 주교단은 정 대주교와 보좌주교 4명 등 총 5명이 됐다. 한국교회 현직 주교는 대주교 3명, 주교 21명 등 총 24명으로 늘어났다. 원로 주교를 포함하면 추기경 2명, 대주교 7명, 주교 33명 등 모두 42명이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후 첫 공식 일정으로 8일 정 대주교를, 9일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어 13일까지 글레이손 데 파올라 소자 차관을 비롯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의 WYD 특별기획단 회의 등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을 소화했다. 최 주교는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성경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사목에 집중했다. 또한 2023년부터는 교구 문화홍보국장을 맡아 미디어 사목에 힘써왔으며, 이로 인해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열린 주교 임명 발표식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젊은 세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거듭 감사드린다”면서 “특히 젊은이들의 성서모임을 지도하시면서 청년성서 봉사자들과 신자들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사랑과 열정으로 돌봐주시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도 “(새 주교님과 함께)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또한 2023년부터 현재까지 교구 문화홍보국장과 홍보위원회 총무, 교구 대변인 등의 역할을 맡으며 교구 사목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해 왔다. 교구장의 사목 방침과 교구 사목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 앞으로 교구 운영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에게 “우리 교회에 큰일을 함께해 나가도록 하느님께서 최 주교님을 선택해 주심에 감사한다”며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 있듯, 주교로서 주교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최 주교는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부족하고 부족한 저를 위해서 다시금 기도를 청한다”고 전했다. 최 주교의 서품식은 8월 28일 오후 2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최광희 신부님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새 주교님으로 임명되심을 축하하며 새 주교님께 필요한 모든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침묵 속에 기도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기도로 시작된 최 주교의 임명 발표와 이후 모습을 전한다.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신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당 규모에 따라서 1보좌, 2보좌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본당은 잠시 3보좌 신부님까지 계셨던 기억도 납니다. 네, 서울대교구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주교는 마치 처음 본당 보좌신부 발령은 받은 새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하듯이, 주교로서의 첫인사를 전했다. 최 주교의 재치 있는 인사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게 맞지 않는 옷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신자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사회 곳곳의 아픔과 괴로움들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의 애달파 하시는 마음과 당신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며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예방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다음날인 9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 주교님이 나오셔서 더욱 기쁘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였을 때 특히 최 주교님이 희망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주교의 사제 서품 성구인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친필로 적은 성경책을 선물하며 “이 말씀처럼 주교님도 ‘세상 끝 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격려했다. 예방을 마친 최 주교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성당으로 이동해 제단 위에 안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7 서울 WYD’ 준비로 분주 만 47세로 한국 주교단에서 가장 젊은 최 주교는 임명 후에도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다. 최 주교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 함께 WYD 특별기획단 회의를 진행했다. 최 주교는 대표단과 함께하는 5박6일 간의 빼곡한 회의 일정에 더해 신임 주교로서의 여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서 2027 서울 WYD 준비에 함께해온 최 주교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주교 임명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곁에서 보면 최 주교님은 항상 주어가 ‘최광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교회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후배고, 또 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던 분인데,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생각했고, 존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인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최광희 주교 - “교회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 움직임 따라 동행할 것” “제 뜻이나 의지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교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들과 만나 듣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 주교는 주교 임명에 자신은 “합당치 않은 사람”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비쳤다. 그러나 “대주교님과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준비해서 갈 수 있는 직무도 아니고 오히려 더 청하고, 더 기도하고, 제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가는 자리라 생각했다”며 “당신께서 불러주셨으니 당신께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의 주교 직무에 있어 시노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노드 정신은 최 주교가 그동안 사목해 온 방식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는 시노드 정신으로 청년들과 함께해 왔고, 그를 통해 말씀을 살아낸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 주교 자신도 성장해 왔다. 최 주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이 제 몫은 아닌 것 같다”면서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동행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에 필요한 지혜와 방향성이 보이게 될 것이고, 그 길에 순종하면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한 자세로 ‘인내와 기다림’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교회의 모습은 효율적인 것보다는 혹시 늦어지고 무너지고 실패하더라도 동반하면서 성장해 나가길 기다려주는 모습일 것”이라면서 “꼭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 주교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함께해 나갈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가르침과 기도를 부탁했다. 최 주교는 사제단에 “신부님들이 얼마나 본인을 희생하고 사제로서 충실히 살기 위해 노력하시는지 늘 봐왔다”면서 “그래서 선배 신부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청하고, 동료·후배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정말 삶의 큰 힘과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길을 신자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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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최광희 보좌주교 임명] 삶과 신앙

속 깊은 아들, 어느 사람이든 존중으로 대하던 어른, 가장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려 애쓰는 사제. 서울대교구 새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만난 이들은 최 주교의 삶이 ‘겸손과 배려가 녹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라는 말씀에 의탁해 사제의 길을 걸어 왔고, 또 주교의 길을 걸어갈 최 주교의 삶과 신앙을 들여다본다. 사제가 된 착한 아들 최 주교의 어머니 이연복(데레사) 씨는 최 주교가 어려서부터 “점잖고 어른스러웠다”라면서 “‘싫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부모의 관점에서 헤아리려 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라고 최 주교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어린아이라면 싫은 것도 있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최 주교는 투정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 최 주교는 도리어 부모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해 행동하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전주교구 숲정이본당에서 세례와 첫영성체를 받고, 성당을 다니면서부터는 더 반듯한 성품으로 성장해 나갔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예비신학생 모임을 다니며 성소의 씨앗을 키웠고,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며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최 주교가 딱 한 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일이 있었다. 바로 진로를 결정할 때였다. ‘사제가 되고 싶다’라는 최 주교에게 아버지 최동준(보나벤투라) 씨는 “좋은 학교에 갈 실력이 되는데 왜 신학교에 가느냐”라며 반대했다. 최 주교는 그런 아버지의 반대를 깊은 대화로 풀어 나갔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아버지 최 씨는 깊은 생각과 뚜렷한 주관으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 주교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렸다. 경청하는 존중하는 ‘스승님’ 최 주교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다.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시면 자리를 피하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최 주교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곤 했다. 친구나 동생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었다. 덕분에 동생과도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늘 친했을 정도로 우애가 좋았다. 최 주교의 동생 최현주(엘리사벳) 씨는 “(오빠가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자매나 동생이 있는 집을 부러워한다는데, 저는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런 불만을 가진 적이 없었다”면서 “늘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배려해 주는 오빠였다”라고 말했다. 사목현장에서 최 주교를 만난 이들도 경청하는 최 주교의 모습을 기억했다. 최 주교의 경청은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존중과 배려가 담겼다. 후배 사제들은 물론이고, 청년들에게도 함부로 말하는 일 없이, 존댓말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존중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그리고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가장 오랜 시간 사목을 한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청년들에게 최 주교의 별명은 ‘스승님’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최 주교는 고민이나 어려움을 나누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항상 진지하게 경청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청년들은 그런 최 주교에 존경과 친근함을 담아 장난스레 ‘스승님’이라 불렀다.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들은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스승님’ 최 주교에게 연락하곤 한다. 최 주교의 서품 동기이자 로마에서 함께 유학한 김남균 신부(시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부관장)는 “최 주교님은 늘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무슨 일이건 솔선수범하는 분”이라면서 “제일 젊은 주교님이시기도 하고,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이기에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 젊은이와 교류하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 같다”라고 기대를 전했다. 문화로 소통하는 사목자 최 주교의 경청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최 주교는 늘 세상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곤 했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신학교에서도 연극부를 비롯해 다양한 부서활동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어머니 이 씨는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최 주교는 어릴 적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라면서 “고3 때도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에 ‘학생이면 공부해야지 다른 데 신경을 쓰느냐’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성품이 사목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게 해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최 주교는 문화를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또 교회의 이야기를 세상 전하고자 진력해 왔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쳐왔다. 최 주교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지 부서 직원들에게 “일 좀 그만 받아오시라”라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도 했다. 문화홍보국에서 최 주교와 함께 일한 진슬기 신부(토마스 데 아퀴노·문화홍보국 부국장)는 “최 주교님은 제가 후배임에도 언제나 존댓말을 써주는 배려 가득한 분”이라면서 “개인보다는 교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참 일꾼이시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성경에 진심인 신앙인 모든 사제가 그렇겠지만, 최 주교는 특별히 더 ‘성경에 진심’인 사제였다. 성서학을 전공한 최 주교는 성경을 어떻게 잘 풀어내면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늘 고민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은 최 주교의 방식이 아니었다. 최 주교가 청년성서모임을 지도할 당시 개정한 청년성서모임 교재는 지금도 수많은 청년이 말씀에서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성경과 예술을 접목해 <바이블 갤러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신자들이 말씀을 더 가까이 받아들이도록 돕고자 애썼다. 최 주교와 청년성서모임 연구부 활동을 한 윤지은(다미아나) 씨는 “주교님은 늘 청년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 주시면서, 바쁜 중에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주셨다”라면서 “주교님께서는 훨씬 지식도 많고 혼자 하는 것이 더 편하셨을 텐데도, 늘 청년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셨고 그걸 교재 제작에 반영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주교 자신이 말씀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었다. 최 주교는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자신의 서품성구처럼, 말씀에서 힘을 얻고, 말씀과 늘 함께하려고 노력해 왔다. 최 주교는 매일 독서·복음 묵상을 SNS에 올린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무엇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 주교 스스로 성경을 묵상하기 위해서다. 최 주교는 “제 서품성구는 공동번역에서는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로 번역되는데, 하느님께서 제게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다”라며 “성경 말씀은 제게 삶의 힘이 되고 하루하루를 살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말했다.

ACN 한국지부 설립 10주년…“박해받는 교회 재건 위한 사명 재다짐”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 한국지부(이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지부장 박기석 요한 사도 신부)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설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행사는 국제 ACN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한국지부와 후원자들이 박해받는 교회를 위해 이어온 사목 원조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욱 깊은 연대와 지속적인 후원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감사 미사를 주례한 정순택 대주교는 “다른 원조단체와 달리 ACN은 종교적 이유와 정치적 상황으로 박해받는 가톨릭교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한국지부는 후원자들의 성원으로 그 특별한 사명에 동참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1발표를 맡은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임 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Ouédraogo) 추기경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교회 공격과 테러로 인한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24년 기준 8000명 이상이 무장 충돌과 학살 등으로 사망했다. 22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채 고향을 떠났고, 학교 6000개가 폐쇄돼 100만 명 넘는 어린이가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센터도 다수 파괴돼 의료 기반도 무너졌다.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극단주의자들은 형제애라는 공동의 유산을 파괴하려 한다”라며 “그들은 종교가 아니라 증오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교회를 구심점으로 현재 종교 간 대화, 사회 통합과 평화 활동을 펼쳐 증오의 담론에 맞서고 있다”라며 “그런 우리를 돕는 한국지부 등 국제 ACN 네트워크 덕에 용기를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제2발표를 맡은 레지나 린치(Regina Lynch) ACN 본부 수석대표는 부르키나파소,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박해받는 신자들을 돕는 ACN의 역할을 소개했다. 린치 수석대표는 “ACN은 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에 대한 정보 플랫폼을 제공하며, 종교 자유와 그리스도인 박해 등 문제에 대해 국제 행사에서 현지 교회가 발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며 “많은 지원 사업과 캠페인에 10년간 적극 동참해 준 한국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초대 이사장을 지낸 염수정 추기경(안드레아·전 서울대교구장)은 격려사에서 ‘박해받는 신자들은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시험받지만 박해받지 않는 신자들은 그들이 간직한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시험받고 있다’는 ACN 설립자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덴 신부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박해받던 순교자들의 믿음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인 만큼, 박해 아래 도움을 청하는 다른 형제자매들을 적극적으로 돕자”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레지나 린치 ACN 본부 수석대표 - “한국교회의 적극적 관심이 기적 만들어”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레지나 린치 ACN 본부 수석대표는 “ACN 한국지부와 후원자들의 영적·물적 후원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전 세계 형제자매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해외 원조 측면에서 유럽 교회에 필적할 만큼 적극적이며, 이는 ACN 국제 네트워크 전체에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45년간 ACN 본부에서 활동하며 세계교회의 고통과 희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린치 수석대표는 “한국교회가 과거 박해의 상처를 잊지 않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박해받는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라며 “그 공감이 곧 연대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 시리아, 부르키나파소 등 이슬람 극단주의로 심각한 박해를 겪고 있는 지역들을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공감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가야 할 이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그리스도인은 대규모 납치와 살해로 인해 1300만 명에서 15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시리아교회는 내전과 극단주의의 위협 속에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은 체포·폭행·사형 등 극단주의 폭력에 시달리며,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사회 진출 기회가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이처럼 박해가 일상인 지역에서 ACN은 고통받는 교회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대피한 성직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고, 미사예물과 생활비 등 긴급 재정을 지원했다.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영성·심리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등 2024년 한 해 동안 부르키나파소 원조 사업에 약 230만 유로(약 36억8840만 원)를 지원했다. 린치 수석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교회 모두의 일치된 공감이 큰 기적을 만들고 있다”라며 “그 공감이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난 10년간 묵묵히 헌신해 온 ACN 한국지부 관계자들에게 한국교회 신자들의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ACN의 지원은 세계교회 신자들의 공감을 타고 전해지는 하느님의 현존을 통해 박해받는 신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특별한 공감의 은사를 받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더 많은 기도를 청합니다."

부산교회사연구소, 「천주교 부산교구 성지」 출간

부산교회사연구소(소장 한윤식 보니파시오 신부)가 부산교구 성지를 소개하는 책 「천주교 부산교구 성지」를 출간했다. ‘순례의 길에서 나를 찾고 당신을 찾다’를 부제로 한 이 책은 부산교구 성지를 순례하는 신앙인들에게 보다 상세하게 성지를 안내하고 교회사적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기 위해 마련됐다. 책은 총 191쪽에 걸쳐 ▲오륜대순교자성지 ▲수영장대순교성지 ▲언양성당 신앙사적지 ▲살티 신앙사적지 및 김영제와 김아가다묘 ▲죽림굴 신앙사적지 ▲김범우 순교자성지 ▲조씨형제 순교자묘 ▲울산병영순교성지 등을 소개한다. 각 성지마다 역사적 배경, 조성 역사와 현양 과정, 관련 순교자들의 신앙 증언, 성지에서 기억해야 할 교회사적 사실과 눈여겨봐야 할 대목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구전으로 전승되는 사실은 물론 풍부한 관변 사료와 교회사 문헌 자료에 근거했다. 또 부산 지역 천주교 전래 시기에 관한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반영했으며 정 안토니오, 이 베드로와 두 아들, 박 스테파노, 유경서 등 새롭게 발견된 부산 지역 순교자들도 소개한다. 특히 각 성지마다 묵상글이 수록돼 순례자들의 순례 여정을 돕고 묵상을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다양한 사진 자료가 첨부돼 생생함을 더했으며 부록으로는 ‘순례자 여권’과 성지 지도가 수록됐다. 한윤식 신부는 “이 책이 부산교구 성지를 순례하는 모든 분에게 성지순례의 충실한 동반자이자 훌륭한 안내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소개된 각각의 성지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의: 010-2193-0471 부산교회사연구소

서울평단협,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수상작 발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대상에 새 생명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순간을 담은 <행복한 기다림>(우은희 作)이 선정됐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김연범 안토니오)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 120여 점이 출품됐다. 금상에는 <구순 할만의 미소>(김지안), <그리운 엄마>(윤경희), <두근두근 설레이는 첫 아이 목욕시킨 날>(이규현)이 뽑혔다. 이어 은상 6점, 가작 10점, 입선 20점이 선정됐다. 수상작들은 8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안재홍 회장은 "2004년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랑과 인간 존중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된 사진 공모전을 다시 개최해 감회가 새롭다"며 “내년에도 공모전을 열어 우리 사회에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가치와 친밀성, 따뜻함을 보여주어 건강한 가정과 건전한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종합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5) 서울대교구 행운동본당 ‘작은 도움 행복 나눔’ 사업

서울대교구 행운동본당(주임 김영식 루카 신부)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2월부터 독거노인과 중장년 고립 가구 등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한 ‘작은 도움 행복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권진현 스테파니아)와 봉사자들은 대상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매달 생필품과 식료품을 전달한다. 설과 추석에는 상차림 비용을 지원하며, 분기별 특식도 제공하고 있다. 권진현 분과장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된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참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도배·장판, 전등과 방충망 교체, 대형 이불 세탁 등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도 기획했다”고 밝혔다. 사업은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세세한 삶의 조건까지 개선해 존엄한 삶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대상자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봉사자들은 물품 전달 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고,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접촉을 통해 대상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다. 투병 중인 이들의 상태를 꾸준히 살피며 고독사를 예방하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으로 진행된 ‘행복 나눔 실천’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봉사자들은 지역 독거노인 50여 명을 매달 하루 성당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영화 관람 등 소규모 외부 활동도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성당 미사에는 꾸준히 참여했지만 실질적으로 본당 공동체와의 연결을 느끼지 못하던 어르신들도 점차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본당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년들이 ‘희망의 순례자’가 될 수 있도록 본당과 지역 청년들을 봉사자들로 모집했다. 청년들은 “어렸을 적 성당은 주일학교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음을 이제 알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청년은 “이런 활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누구나 신자가 되고 싶을 것”이라며 친구들에게도 봉사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와 취업 준비생이 많은 관악구 지역 특성상 저조했던 본당 청년 사목에 긍정적 신호로도 해석된다. 김영식 신부는 “지난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지원 덕분에 본당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었고, 이제는 주거환경 개선 등 더 도전적인 활동도 용기 있게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6명의 청년이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듯, 젊은이들에게 신앙과 사랑을 다시 일깨우는 교회의 나눔과 실천이 계속될 수 있도록 봉사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서울 광장동본당, “묵주 리폼해 건축 헌금 모아요”

새 성전 건립 건축 기금 마련에 힘쓰고 있는 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주임 장혁준 요한 사도 신부)이 신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묵주를 정성껏 재가공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건축 헌금에 보태는 뜻깊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당은 지난 6월부터 주보 공지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묵주를 기증받기 시작했다. 신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한 차례 공지만으로도 수백 개의 묵주가 모였고, 지금도 계속해서 묵주가 도착하고 있다. 묵주들은 재료별로 분류한 뒤, 세척과 정리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모습의 묵주로 다시 태어난다. 모든 과정은 신자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비록 대량 생산은 어렵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묵주’라는 점에서 신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묵주 제작과 판매를 재능 기부로 맡고 있는 이계선(가타리나) 씨는 “새로 만들어진 묵주에 대한 반응이 좋아 여러 개가 이미 판매됐고, 1차 수익금도 봉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묵주 재활용은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다시 고쳐 쓴다는 실용적인 측면과 더불어, 신자들이 각자의 재능을 본당 공동체를 위해 나누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씨 역시 “성전 건립에 기여할 수 있는 내 재능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평소 매듭 묵주를 만들고 녹슨 묵주를 고쳐 선물하던 경험을 떠올리게 됐다”며 재능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최근에는 함께 묵주를 만들고자 자원하는 봉사자들도 생겨, 제작이 한층 수월해지고 있다. 장혁준 신부는 “개인이 지닌 탤런트를 본당을 위해 내어놓는 모습은 다른 신자들에게도 봉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공동체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된다”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이 활동이 더욱 의미 있는 봉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은 광장동본당은 지난 2017년 성전건립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새 성전 건립에 착수했다. 현재 ‘전 신자 묵주기도 1인당 2천 단 바치기’ 등 기도운동과 더불어, 물품판매분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 기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오는 9월 20~21일에는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바자도 열릴 예정이다. ※문의: 02-3436-8571 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사무실

광주 금호동본당, 전국 성지 순례 시작 ‘4년 완주 목표’

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주임 박공식 보나벤투라 신부)이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에 소개된 전국 167곳의 성지와 사적지, 순례지를 4년간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순례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본당은 7월 8일부터 2박3일 간 중림동 약현성당을 시작으로 서울대교구 내 성지 25곳을 순례했다. 이번 순례에는 43명의 신자가 참여했다. 본당이 전국 성지 순례에 나서게 된 것은 박공식 신부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중국 쑤저우에서 3년 6개월간 사목하던 박 신부는 현지 한국인 신자들과 함께 김대건·최양업 신부의 성지를 순례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신자들이 순교 성인들의 영성을 직접 체험하는 것의 깊은 의미를 깨달았고, 금호동본당에 부임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새 사목 방향을 세워 ‘순례’에 본당 공동체가 동참해 줄 것을 청했다. 신학생 시절부터 한국교회사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며 교회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박 신부는 순례에 동행하며 신자들에게 한국 교회사에 관해 직접 강의하고 있다. 신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1차 순례에 이어 이번 순례에도 참여한 본당 교육분과장 신미영(미카엘라) 씨는 “1차 때와 같은 성지를 다시 찾았지만, 하느님께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은총을 주셔서 느낌이 전혀 달랐다”며 “성지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멈추지 않고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본당은 앞으로 인근 타 본당의 신자들도 순례에 초대해, 이 여정이 지역교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순교 영성을 품은 이들이 각 성지에서 신앙의 의미를 전할 수 있도록, 성지순례 해설사 양성도 구상하고 있다. 박 신부는 “순교자들의 굳건한 신앙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을 통해 우리도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 신앙이 삶에 뿌리내릴 때 자연스럽게 신앙의 기쁨이 선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돈보스코학교’ 이전 기념 축복식 열어

광주대교구 ‘기쁨과 희망의 돈보스코학교’(교장 김해영 베드로 신부, 이하 돈보스코학교) 이전 기념 축복식이 7월 14일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돈보스코학교 2층 루아홀에서 열렸다. 축복식에는 재학생과 교직원, 살레시오회 사제와 수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환영사에서 김해영 신부는 “이 자리는 단지 건물이 이전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다지는 자리”라며 “이 공간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서 기쁨과 책임의 마음으로 봉헌한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 내 유일한 위탁형 대안학교인 돈보스코학교는 올해 1월 13일, 광산구 하남동에서 남구 주월동 옛 광주과학고등학교 부지로 이전해 새 둥지를 틀었다. 이번 이전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기존 학교 부지에 일반고등학교를 신설함에 따라 이뤄졌으며, 돈보스코학교는 기존 금난교실과 마음보듬센터가 사용하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요청으로 설립된 돈보스코학교는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과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대안학교다. 살레시오회가 위탁 운영하며 돈보스코 성인의 예방 교육과 동반자 정신에 따라 학생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