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와 순례자 잇는 역할 큰 보람” 순교 영성 깃든 성지에 매료…사명감으로 3년째 해설 봉사
“성지 해설사는 오래전 돌아가신 순교자와 현재의 순례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지 해설을 할 때면 늘 설레고 기쁩니다.”
이창원(바오로·수원교구 지동성당) 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 단장은 성지 해설을 통해 순교자들의 영성을 전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3년째 해설 봉사를 하고 있다.
“부인 직장과 가까워 7년 전에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는 순교자 영성이 깃든 성지에 매료돼 매주 미사 참례를 왔어요. 저를 눈여겨보신 성지위원장 자매님이 독서를 권했고, 그 인연이 성지 해설까지 이어졌죠.”
수원화성순교성지는 수원유수부의 토포청(중영)이 있던 곳으로, 80여 명이 순교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서울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관광하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특색도 있다.
“5월 한 달 동안 1200여 명의 순례객이 수원화성순교성지에 오셨어요. 바쁠 때는 하루에 5번 해설을 한 적도 있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달빛 순례는 밤 10시에 끝나는 강행군이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순례자와 순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죠.”
순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성지인 만큼 이 단장은 양질의 해설을 위해 교회사 공부에도 열심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동인회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주관 교육에 참여하며 순교사와 신앙 선조들에 관해 배우고 있다.
“순교자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그 영성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례 해설을 하며 중간중간 순교자와 관련된 시나 노래를 함께 불러보기도 하죠. 고령 신자나 어린이, 예비신자 등 순례객에 맞춘 해설을 제공한다는 점도 차별점입니다.”
순례객들은 해설사의 입을 통해 신앙 선조의 신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장은 해설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고 무게감 있게 뱉어낸다.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 그가 빼놓지 않는 것은 기도다.
“해설을 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제가 잘한다는 자만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신부님께 해설을 더 잘할 방법을 묻자 ‘기도하라’는 조언을 들었죠. 그때부터 순례 해설은 제 힘이 아닌 영성의 힘으로 하는 것임을 깨달았고 순례 전 꼭 기도하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성모님이 함께해주시길 청하면서요.”
순교자를 순례객들과 함께 기억하는 여정은 이창원 단장에게는 기쁨이다. 그래서 그의 매일은 신앙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예수님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우리 안에 현존하시듯 순교자들의 신앙도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순례객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저는 겸손하게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