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은이가 이 세상에 있었다면 올해도 또래들과 즐겁게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을까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로 하늘의 별이 된 고(故) 이상은 씨(당시 23세)를 기억하며, 그를 위한 조용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천주교 신자가 되기를 꿈꾸던 딸을 기리기 위해, 강선이(로즈마리)·이성환(요한 마르코) 부부는 매년 특별한 방식으로 딸의 생일을 기념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서울 대현동 ‘청년밥상 문간’ 이대점. 부부는 딸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또래 청년들에게 따뜻한 김치찌개를 무료로 대접하며 생일상을 차렸다. 상은 씨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이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을 안고 있던 부부는 3년 전, 글라렛 선교 수도회 이문수(가브리엘) 신부가 청년들의 한 끼를 위해 설립한 청년밥상 문간의 이야기를 접했다. 청년밥상의 취지에 공감한 부부는 2023년부터 딸의 생일을 즈음해 청년 159명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생일잔치를 시작했다. 159명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숫자다. 2024년부터는 인원수 제한 없이 문간을 찾는 이 모두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부터 청년들과 시민들이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문간 입구에는 마치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한 상은 씨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이 걸려 손님을 반겼다. 강 씨 부부는 찾아온 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오를 넘기자 식당은 이내 북적이기 시작했다. 잔칫상으로 준비된 김치찌개는 소박하지만 넉넉했다. 상은 씨의 부모뿐 아니라 다른 유가족들도 자원봉사자로 함께하며, 손님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식탁을 수시로 살폈다. 식사 후에는 생일 축하식이 이어졌다. 강 씨 부부는 케이크의 촛불을 함께 불며, 딸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마음으로 축하했다. 강 씨는 “상은이가 살아 있었더라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상은이 또래의 청년들에게 든든한 밥 한 끼를 챙겨주면 그만큼 의미도 크고 딸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싶어 생일잔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의 조촐한 식사 자리는 상은 씨의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를 넘어,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참사를 다시 떠올리고 함께 기억하는 연대의 시간이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부부의 마음에 공감하는 시민과 수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에서 활동하는 이상민 씨는 “청년 혹은 일반 시민들도 찾아와 상은 씨의 사진을 직접 보며 기억에서 잊혀가던 참사를 다시 기억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가소비녀회 정 대철 베드로 수녀는 “이렇게 상은 씨를 기억하며 생일을 함께 기뻐하는 것처럼,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거예요”라며 부부의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특정 정권의 돌발적 결정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통치관과 제도적 허점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회장 강무성 티모테오, 지도 최광희 마태오 신부)는 6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5회 가톨릭포럼을 열고 ‘다시 쓰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포럼에서는 민주주의의 퇴행과 파시즘화, 언론의 책임, 교회의 사회적 사명 등 다양한 시각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은 민주주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가?’ 제목의 발제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은 국민주권에 대한 부정이자 명백한 공격”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권력욕과 시대착오적인 대통령관이 빚어낸 퇴행”이라며 “낡은 사고와 관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직자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적 존재'로 보며 공적 복무의 정신으로 마인드를 전환해 새 정부의 ‘국민주권정부’를 완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기 파시즘 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대전환’ 제목의 발제에서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에 가깝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의 침묵 속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파시스트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파시즘의 형태로 이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도 일치한다”며 “교육 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잠재적 파시스트만 길러내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언론의 보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김창숙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언론은 정치인 간 싸움을 중계하거나 자극적인 발언만을 보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시민 사회의 갈등이 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과 정당 정치를 다루는 정치 보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 과정과 방식을 바꾸는 주체로서의 언론이 대통령, 정당, 정치인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을 취재의 중심에 둔다면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안드레아) 신부도 토론에서 “교회의 사회적 사명은 카리타스 실현"이라며 “교회는 민주주의를 존중하지만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와 정쟁을 구별하지 못하는 현실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회옥 명지대학교 교수는 계엄의 구조적 원인을 “제도정치가 조율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로 분석했다. 정 교수는 “안정적 다당제가 되도록 선거제도와 정당·국회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든 계엄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당 등록 요건을 완화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후(프란치스코) K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이날 포럼에는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최광희(마태오) 신부, 부국장 진슬기(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바티칸 CNS] 레오 14세 교황은 6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에서 전 세계 대주교들에게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형제애와 다양성 속의 일치이며, 대주교들은 그 모범을 보여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전통에 따라 교황이 팔리움을 축복하고 직접 대주교들에게 수여했다. 팔리움은 대주교들이 제의 위로 둘러 걸치는 띠로 교황과 대주교의 일치, 교황이 대주교에게 맡긴 양떼를 돌볼 권한과 책임을 상징한다. 교황청에 따르면, 이번에 팔리움을 받은 이는 지난 1년간 임명된 20여 개국 54명의 대주교들이다. 교황이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수여하는 전통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1983년 시작됐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이 전통을 바꿔 대주교의 교구에서 신자들과 이웃 교구 주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교황대사가 수여하도록 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올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에서 팔리움을 직접 수여하는 방식을 되살렸다. 대주교들은 교황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숙였고 교황은 축복한 팔리움을 대주교들의 어깨에 걸쳐 주며 포옹했다. 미사 강론에서 교황은 “교회는 평신도와 사제, 사제와 주교, 주교와 교황 사이 등 우리의 모든 관계에서 현존해야 하는 우애를 요청한다”며 “우애는 사목적 돌봄, 교회일치 대화, 교회가 세상과 유지하기 원하는 우호적 관계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차이점을 일치와 친교, 우애와 화해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저마다 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교회 안 모든 이가 나란히 걸어가는 법을 배우자”고 당부했다. 또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는 서로 다른 배경과 신앙 여정 그리고 서로 다른 선교 방식을 가지고 있는 매우 다른 인물들”이라면서 “그러나 두 사도는 성령 안에서 형제였기에 순교라는 같은 운명을 공유했고 그럼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에게 확실하게 결합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드로와 바오로의 생애는 누구의 자유도 손상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목소리와 성품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주님의 요청임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의 주보 성인들인 두 분은 서로 다른 길과 서로 다른 생각을 따랐고 가끔 진솔하게 논쟁하기도 했지만, 성령 안에서 일치하고 다양성 속에서 조화로운 열매를 맺는 일에 방해받지는 않았다”며 “우리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방식으로 친교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하나의 신앙 고백 안에서 결합된 다양한 은총이 복음 선포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오랜 전통을 지키며 동방정교회 사절단이 참례했고,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시노드 위원들도 함께했다. 교황은 미사 중 올해 희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신약성경은 우리가 위대한 사도로 존경하는 이들의 과오와 갈등, 죄를 숨기지 않는다”며 “그들의 위대함은 용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사도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에게 손을 뻗으시고 절대 한 번만 부르시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항상 희망할 수 있는 이유이고, 희년은 이 사실을 일깨워 준다”는 말로 희년 정신을 부각했다.

주요뉴스

본당 사제들, 사목 현장 ‘관계·소통’ 문제 성찰…“교회 체질 변화 필요성 체감”

‘동행’, ‘친교’, ‘변화의 시작’, ‘허심탄회’, ‘위로’, ‘희망’, '편견 없는 대화', ‘감사’, ‘함께하는 기쁨’, ‘보았습니다’ 주교와 사제, 봉사자에 이르기까지 6월 17일부터 사흘간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함께 한 50여 명은 2박3일의 여정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나누며 모임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고받은 단어와 문장에서는, 모임 동안 시노드 교회를 살기 위한 행동과 실천을 나누며 체험한 깊은 형제애가 묻어 나왔다. 이번 모임은 지난해 교황청 요청에 따라 열린 1차 모임과 달리,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공동 식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며 나눈 이 시간이 한국교회 성장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노드 이행 단계의 응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이번 모임의 의미를 키워드로 알아본다. 정례적·능동적 모임 지난해 열린 1차 모임은 교황청 주교대의원회(현 시노드 사무처)에서 공문을 통해 지역 교회 차원의 본당 사제 모임을 제안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2024년 5월 15일 공문을 통해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지역 교회에서 적어도 두 차례의 본당 사제들의 시노달리타스 모임을 제안하며 그 결과를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와 공유하여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사제 6명의 건의도 모임 개최에 영향을 미쳤다. 시노드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생생하게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체험한 이들은, 그 경험을 한국의 사제들과도 나누고자 주교회의에 모임 개최를 제안하며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성사된 1차 모임에서 참석 사제들은 본당 사제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공식적인 자리 마련을 요청했고, 이 건의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 수용돼 매년 정례적인 모임을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올해 개최된 2차 모임은 그 첫 번째 열매로, 한국 주교단의 결정에 따라 정례적이고 자발적으로 실시된 본당 사제 모임의 시작이었다. 관계와 소통 이번 모임의 주제 ‘관계와 소통’은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 「최종문서」 50항에서 비롯된다. ‘시노달리타스는 새로운 관계로 초대하고, 구원은 그 관계로부터 오기에 시노드 교회가 되려면 관계의 진정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이행하려는 뜻에서 정해졌다. 이런 차원에서 참석자들은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관계들의 진정한 회심을 이뤄 시노드적인 교회를 이룩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성찰했다. 이 주제는 「최종문서」에 나타난 시노드 정신의 핵심을 보여주고, ‘사목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문제’로 적절했다는 공감대를 얻었다. 6개 조로 진행된 주제별 대화와 나눔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고백하고, 그동안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진솔하게 밝혔다. 참석자들은 제1주제 ‘관계를 돌아보기-보다’에서 평신도·수도자·동료 사제 등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과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을 토로했다. 사제들은 대화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제2주제 ’소통으로 나아가기-듣다, 그리고 말하다'에서는 경청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자기 중심성에서 일어난 소통의 어려움을 나누고, 자신의 상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것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공감하는 소통 방식의 중요성도 이야기됐다. 제3주제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기-행동하다’는 「최종문서」의 방향성을 사목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제들은 “머리로만 알던 시노달리타스를 몸으로 체득했고, 이는 고정된 매뉴얼이 아니라, 교회의 체질 변화와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노드 방식에 대한 혼란과 의심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 인내와 희망을 품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함께 가는 길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참석한 사제 대부분은 “이런 모임이 상시로 열렸으면 좋겠다”,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함께 식별하는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는 “2024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모임의 지속적 개최를 결정한 만큼, 앞으로도 이 모임은 계속될 예정"이라며 "가능하다면 모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규모를 확대해 내년에 한 차례 더 열고, 후속(심화) 모임도 계획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시노드 정신을 한국교회 안에 더욱 깊이 확산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울러 모임을 동반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양성의 필요성도 제안됐다. 최문석 신부(안드레아·청주교구 배티 순교 성지 담임)는 “현재는 2024년 국제 모임에 다녀온 사제들이 대화 진행자(퍼실리테이터)로 함께 하고 있지만, 다양한 모임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양성 과정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옥현진 대주교 - “‘성령 안에서 대화’로 진정한 공감·유대 나눈 시간”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시몬,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동참했다. 첫 모임에는 격려 차원으로 찾아 일부 일정만 참석했지만, 올해는 조 모임을 포함한 2박3일 전 일정에 함께했다. 옥 대주교는 “‘성령 안에서 대화’ 동안, 사제단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공감과 유대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며 “교구와 본당을 뛰어넘는 만남 안에서 마음의 소리를 편안히 전할 수 있었던 점도 허심탄회한 나눔을 가능하게 한 큰 강점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제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함께한 것이 위로와 격려가 됐다’는 반응을 들으며 서로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주교님이 함께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노드 정신은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한 옥 대주교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스며들어 삶이 되고, 그 삶이 문화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1차 모임에 참여했던 사제들의 체험과 성령 안에서의 마음 열림이 이번 모임을 여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옥 대주교는 “사제들을 통해 ‘기쁨’이라는 성령의 열매를 발견했고, 이를 더욱 넓고 깊게 확장해 많은 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직을 먼저 세우고 시작하기보다는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스며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도 전했다. “시노드를 단지 한 번 경험해 보는 수준으로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고 재삼 역설한 옥 대주교는 "이번 1·2차 본당 사제 모임 역시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체험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노력해 가는 여정이라 여긴다”고 전했다. “이러한 체험들이 재현되고, 새로운 만남을 계획하며 서로 연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함께하기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수도자 위한 ‘전지적 기쁨 시점’ 3차 모임…“기쁨의 본질 재발견”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남녀 수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느님과의 깊은 관계 안에서 소명을 되새기며 고통마저 은총이 되는 ‘기쁨의 본질’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을 함께했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회장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회장 나현오 현오레지나 수녀)는 6월 21일부터 이틀간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전지적 기쁨 시점’ 3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종신서원 1~10년 차 수도자 30여 명은 워크숍에서 ‘과거’ 속 은총과 그 안의 고통과 기쁨, ‘현재’의 기쁨과 어려움, ‘미래’에 펼쳐질 여정을 하느님과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특히, 힘들었던 시간조차 하느님이 함께 계셨음을 깨달은 뒤 고통은 바로 은총을 체험한 진정한 기쁨이었음을 재발견한 시간이었다는 것과, 공동체 자체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큰 기쁨과 원동력이었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류지민(아녜스) 수녀는 “이곳에서 동료 수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가는 길이 교회와 수도 공동체, 내 개인의 삶 안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금 깨달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작은 형제회 이상학(힐라리오) 수사는 “‘미래 지도 그리기’를 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었던 기쁨과 일상에서의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힘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인보 성체 수도회 노윤희(마리아) 수녀는 “세상에서 조금 지쳐있었는데 ‘고민 적어 물에 녹이기’를 통해 나의 어려움이 가벼워짐을 느꼈고, 생활 안에서 희망과 기쁨을 찾는 법을 일깨우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워크숍에는 유덕현 아빠스가 참석해 수도자들과 1박2일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유 아빠스는 “수도자들의 밝고 기쁜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많은 수도자가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기쁨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파견 미사 강론에서 유 아빠스는 “축성된 빵과 포도주처럼, 서원한 우리들은 겉모습은 그대로이지만 본질은 그리스도의 것으로 변화됐다”며 “모든 것을 그리스도께 의탁하며 기쁘게 살자”고 당부했다. 전지적 기쁨 시점은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필리 4,4)를 주제로, 전능하신 하느님의 기쁨 시점에서 수도자들에게 기쁨의 원천인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를 주는 워크숍으로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9월 30일까지 총 여덟 차례 마련된다.

대구대교구 무학연수원 새 단장…‘신앙교육 거점으로 재도약’

대구대교구 무학연수원(원장 김동진 제멜로 신부)이 약 3년간의 재건축을 마치고 청소년·청년 신앙교육의 거점으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무학연수원은 6월 21일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 성주로 684 현지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무학연수원을 운영하는 것은 청소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한 투자”라며 “한 사람의 청소년을 올바른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청소년 교육은 교회와 국가, 지방자치가 다 함께 나서서 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재단법인 대구가톨릭청소년회(이사장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 산하 무학연수원은 과거 본당들이 산간학교 장소로 자주 찾았던 성주 무흘구곡에 자리해 있다. 간판에서부터 ‘하느님을 만나는 집’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무학연수원은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복음화를 위한 사도로 양성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기존 건물의 노후화와 시대 변화에 따라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무학연수원은 2020년부터 신축 논의를 시작하고, 철거와 설계, 시공 등을 거쳐 새 건물을 준공했다. 신축 무학연수원은 연면적 3691.45㎡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경당과 세미나실, 강당, 카페, 객실, 사제관, 샤워장, 식당 및 다양한 모임 공간이 들어섰으며, 모든 공간에 턱을 없애는 등 장애인 친화시설로 꾸몄다. 외부에는 순환 산책로, 광장, 야영장 등도 조성돼 자연 속에서 신앙과 치유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축복식에는 장신호 주교와 5대리구 교구장 대리 김준우(마리오) 신부 등 교구 관계자들과 정희용 국회의원(스테파노·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이병환 성주군수, 정영길(소존) 경북도의원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장신호 주교는 “무학연수원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신자들과 신자가 아닌 분들까지 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오늘을 새로운 출발의 기점으로 삼아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귀한 배우자 주신 하느님께 감사”…서울 생명위, ‘부부의 희년’ 맞아 혼인성사 갱신식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부부의 희년을 맞아 6월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금혼식, 은혼식 등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 15쌍의 혼인성사 갱신식을 열었다. 미사 중 열린 혼인성사 갱신식에서 참가 부부들은 다짐을 새로이 하고 하느님 앞에 서약했으며, 반지 축복도 함께 이뤄졌다. 이들은 5월부터 3주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이번 갱신식을 준비해 왔다. 결혼 50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김윤진(요아킴)·고순애(엘리사벳) 씨 부부는 행사가 뜻깊고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혼인성사 갱신을 위한 교육을 받는 동안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함께 겪어온 어려움과 기쁨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님의 은총 덕분이라 생각하기에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씨도 “많이 참고 기다려주며, 나를 아이들의 좋은 엄마로 이끌어준 남편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매일 평일 미사를 다니는 지금처럼 신앙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배우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남은 생애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결혼 31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길음동본당 남상혁(율리아노)·진지원(율리아나) 씨 부부는 “부부의 의미를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며 신앙 안에서 잘 살아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강론에서 “부부의 삶은 때로 용서나 희생을 동반하지만 서로를 하느님께 이끄는 통로가 돼야 하는 여정”이라며 “여러분은 가정이라는 작은 교회 안에서 사랑과 생명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사도직을 충실히 살아오셨다”고 격려했다.

종합

서울대교구 민화위, 한반도 평화 위한 과제 모색…“美·日 교회와 협력 필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설립 30주년을 맞아 6월 2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기념학술회의를 개최하고, 30년 역사 속 남북 관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모색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제1발표 ‘서울대교구 민화위 30년의 교회사적 의미’에서 “광복 50주년을 맞아 민족화해위원회를 결성한 서울대교구는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나누고자 노력을 경주하는 등 남북 관계 악재 속에서도 기본적인 사업들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조 신부는 서울 민화위가 3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더욱 많은 사제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하고, “연구와 교육 분야에 있어 현대의 사회학·통계학적 연구와 병행해 과거의 생각과 옛 연구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역사적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태균(가브리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제2발표 ‘지난 30년 남북 관계의 변화, 희망과 좌절: 교회의 고민과 과제’에서 “남북 관계는 국가적 차원과 민족적 차원이 공존하는 동시에 협력적·대결적 관계도 공존한다는 특징이 있어 진보와 보수 정부를 기준으로 남북 관계를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30년 동안 남북 관계가 변화하는 흐름에 작용한 동인과 관련해, “북한 내부 문제와 더불어 남한과 북한 사회가 통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면서 “북미 관계와 한중 관계 그리고 미국 내 공화당과 민주당 정책에도 남북 관계는 영향을 받아 왔다”고 분석했다. 단절된 남북 교류에 대해 ‘조급할 필요 없다’는 견해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을 언급한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고 지적하면서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해서는 학술 단체들의 역할과 스포츠 행사 개최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변진흥(야고보)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자문위원은 제3발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 교회의 역할과 과제’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먼저 개괄한 뒤, 남북한 ‘두 국가론’이라는 잠정적 현실 앞에서 교회의 과제를 살폈다. 변 위원은 “2010년 5·24조치 이후 실질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은 중단됐고, 북한도 이제는 인도적 지원 방식을 거부하고 있어 한반도 두 국가론에 맞는 접근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위원은 이어 “재북(在北) 교회의 교구장 서리 체제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한시적 조치이므로 한국교회는 긴 호흡으로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포함해 교구장 서리 체제를 진단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미국·일본 주교회의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라이프 유럽 방한…“피부색·언어 달라도 ‘생명 운동’ 펼치는 마음은 하나”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유럽 유일의 대학생 생명 운동 조직인 ‘프로라이프 유럽’(대표 마리아 체르닌)의 마누엘라 슈타이너는 “이 질문이 ‘태아는 생명입니다’라는 주장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며 “우리가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일대 일로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질문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명 운동 노하우를 전했다. 지난 6월 18일 서울대교구청 회의실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프로라이프 유럽과 인천가톨릭대학교 프로라이프 동아리 ‘라비타’, 서울 의과대학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등 청년 약 30명이 모여 ‘생명 운동’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국경을 뛰어 넘어 열정과 경험을 나눈 것이다. 이 자리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부대 행사로 마련한 ‘프로라이프 유럽과 한국 프로라이프 학생들과의 연계 워크숍’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유럽의 ‘대화 중심’ 생명운동 방식과 한국의 ‘체험 중심’ 캠페인 방식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자리였다. 프로라이프 유럽은 서울 생명위가 제정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본상 수상 팀이다. 2019년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로 공식 학생 봉사자 137명과 협력 봉사자 300명이 매주 생명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리아 체르닌 대표는 “유럽에서는 프로라이프 운동 참여자 대부분이 신자인 반면 한국 학생들은 종교적 배경 없이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도 우리나라만의 효과적인 생명 운동 방식을 소개했다. 라비타 송승표(알베르토)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부스를 열어 임부 체험복을 입어보거나 태아 퍼즐 맞추기 같은 활동으로 먼저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한다”며 “참가자들이 재미와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뒤, 우리가 설명을 보태 이해를 돕는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생명위는 6월 17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서울에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은 개최했다. 시상식에서는 프로라이프 유럽을 비롯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준렬 교수(생명과학분야 본상) ▲포항공과대학교 장진아 교수(생명과학분야 장려상)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서효인 시인(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이 각각 수상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서울대교구장 명의 상패와 상금 1억 원,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됐다.

서울 에파타본당, ‘청각장애인-비장애인’ 잇는 수어 봉사자 45명 양성

수어를 통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가 될 봉사자 45명이 배출됐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여서 더욱 뜻깊다. 청각장애인 공동체인 서울대교구 에파타본당(주임 김현덕 요한 사도 신부)은 6월 19일 성당에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상반기 수어 교실 수료식을 열었다. 본당 수어 교실은 청각장애인이 직접 교육에 참여해 비장애인 봉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어 비장애인들이 교육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장애인 공동체와 친교를 이루며 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본당은 1980년대 초 가톨릭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시작된 수어 교실을 이어 2017년 준본당 승격 이후부터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수어 교실은 기초반·고급 회화반·가톨릭 수어반으로 구성되며, 각 교육은 6개월간 이뤄진다. 총 18개월 과정을 수료하면 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기초반 21명, 고급 회화반 11명, 가톨릭 수어반 13명 등 총 4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기초반 수료자 홍미화(루치아) 씨는 “6개월 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반 친구생들과 함께 고급 과정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덕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이번 기회에 배운 수어를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며 “처음 마음을 간직하면서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이어주길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2019년 본당으로 승격된 에파타본당은 정기적으로 수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익숙한 언어로 하느님 말씀을 이해하고,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현재 본당 수어봉사부에는 지금까지 수료한 교육생 중 약 10%에 해당하는 총 1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본당은 교구 내 다른 본당에서도 수어 통역과 자막 봉사자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봉사자 양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봉사자들이 단순히 수어 실력뿐 아니라 교리와 신앙 교육 측면에서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청각장애 신자들이 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깊은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힘쓸 방침이다.

대구 월성본당 자부회, 아빠 사랑 담긴 ‘어린이만을 위한 포차’ 열어

대구대교구 월성본당(주임 김용민 안드레아 신부) 주일학교 아버지들이 ‘아빠 셰프’가 되어 자녀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추억을 선사했다. 본당 주일학교 자부회(회장 김학동 노엘)는 6월 21일 성당 문화관에서 ‘어린이만을 위한 포차(포장마차)’를 열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이날 행사에서 한 학기 동안 정성과 노력으로 모아온 ‘칭찬카드’를 일일 화폐로 이용해 음식을 구입하고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부회가 선보인 떡볶이, 튀김, 순대, 꼬치, 어묵, 솜사탕, 슬러시 등 다채로운 메뉴는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장준혁(미카엘·초6) 군은 “아빠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같이 놀아주셔서 늘 감사한 데, 맛있는 음식까지 만들어 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022년 결성한 본당 자부회는 ‘아이들을 신앙 안에서 성장시키는데 아버지들도 동참한다’는 취지로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께 놀면서 소통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 전례력에 맞게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본당이 필요로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2년간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포차 행사를 열어 온 자부회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자녀들만을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김학동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먹거리 제공을 넘어, 신앙 공동체 속에서 칭찬과 배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어린이들도 본당 공동체의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