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80년 맞아…일본 주교회의, “피해 생존자들 고통과 무거운 역사 가슴 깊이 남아”
[UCAN] 일본 주교단이 성명을 내고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호소했다. 일본 주교단은 전 세계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요청하며, 자국에 투하된 핵무기 피해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을 환기시켰다. 6월 17일 자로 작성된 성명서는 20일 일본 주교회의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일본 주교회의는 “우리가 핵무기 폐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이유는, 전쟁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경험한 유일한 나라의 주교들이기 때문”이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주민들, 그리고 피해 생존자들이 겪은 고통과 무거운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14만 명이 사망했고, 사흘 뒤 나가사키에 떨어진 또 다른 원자폭탄으로 7만4000명가량이 희생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 이 비극의 80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를 기념하고 있다.
국제핵무기폐지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ICAN)에 의하면, 핵무기 피해 생존자들이 받는 고통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일본 주교단은 “많은 이가 여전히 후유증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모든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인간의 존엄성과 하느님께서 선한 뜻으로 창조하신 세계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핵실험과 우라늄 채굴로 인한 피해자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한다”며 “이들의 존재는 핵 피해를 바라보는 보다 넓은 시야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보유, 사용은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핵 억지력 개념은 효과적인 분쟁 해결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세상을 핵전쟁 위험으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했다.
“무력을 국가 간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고 전한 일본 주교단은 “대화를 통한 평화 정착과 모든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 존중을 위해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요청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 주교단은 핵무기 폐기를 위해 네 가지 방향에서 활동을 이어갈 것도 약속했다. 첫째,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세계에 알리고, 둘째, 폐기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활동에 협력하며, 셋째,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지지하고 일본 정부에 비준을 요청하고, 넷째, 평화 교육과 인식 개선을 통해 다음 세대에 평화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