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대전 문창동본당, 재생에너지로 ‘자립’ 성공…“작은 실천의 힘 느꼈죠”

민경화
입력일 2025-06-25 08:32:29 수정일 2025-06-25 08:32:29 발행일 2025-06-29 제 344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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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전교구 첫 탄소중립 인증받아
23년 전면적 에너지 리모델링…101.4kW 태양광 발전소 설치

대전교구 문창동본당(주임 김동훈 안토니오 신부)이 공동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자립,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로부터 탄소중립 ‘LUNA’(달) 인증을 받았다. 올해 교구 내 첫 탄소중립 인증이다. 성당 외부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주차장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정도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내에서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기도와 나눔, 실천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작은 변화와 실천은 공동체 전체의 인식과 참여로 확산됐고, 탄소중립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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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동본당 신자들이 성당 카페에서 일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마시고 있다. 민경화 기자

하느님 보시기 좋은 공동체의 첫걸음 

본당이 탄소중립을 위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서기 전, 문창동성당은 38년 전 건립 당시 사용하던 등유 보일러와 전기 설비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었다. 특히 사제관과 성당의 창문도 옛날 그대로여서 단열 성능이 낮고 에너지 손실이 큰 상태였다. 등유 연료에만 매년 1천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본당은 내부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2022년 대전교구가 전 본당을 대상으로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본당의 리모델링도 단순한 유지 보수를 넘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약을 핵심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2023년 본당은 전면적인 에너지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먼저 사제관의 창틀을 이중창으로 교체했고, 건물 전체의 조명은 LED로 전환했다. 창틀 교체가 어려운 공간에는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커튼을 설치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기도 공간과 나눔 공간을 분리해 필요시 부분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성전 내부의 냉난방기도 앞쪽과 뒤쪽으로 구역을 나눠 미사 참석 인원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난방 설비의 전면 교체였다. 기존의 GHP(Gas Heat Pump) 방식의 화석연료 기반 난방기를 EHP(Electric Heat Pump) 방식으로 바꿔,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전기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101.4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며 본당은 실질적인 에너지 자립에 나섰다. 이는 교구의 탄소중립 목표 용량(67.27kW)의 1.5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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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동본당 사목회장 김홍성(토마스)씨가 성당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지구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탄소중립 실현의 원동력은 ‘소통’이었다. 이번 리모델링은 단순한 시설 개선이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절약과 생태 전환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신자들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본당 사회복음화분과는 신자들에게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시설 교체의 이유를 주기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전개했다.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리모델링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필요한 기금이 모였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중요한 변화였지만, 본당이 더욱 집중한 것은 ‘성당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신자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을 독려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150여 명이 활동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중심으로, 소통과 실천이 활발한 조직망을 활용했다. 매주 활동 과제로 환경 관련 실천 사항을 제안해 작은 행동부터 하나씩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본당은 주보를 통해 매주 환경 실천 항목을 소개하며 전 신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천은 거창하지 않다. 일회용품 줄이기,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 텀블러 들고 다니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고 있다’는 공동체의 결속력이 실천을 꾸준히 가능하게 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특별히 한 것이 없는 것 같았지만, 비닐 대신 장바구니,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 하루는 다른 내일을 만들었다. 특히 매주 찾는 성당에서 그 주에 할 수 있는 환경 실천을 확인하며 신앙 안의 생활 습관이 되고 있다.

문혜영(율리안나) 씨는 “잊고 있었거나 귀찮아서 미뤘던 실천들을 주보나 레지오 활동 과제로 상기시킬 수 있다”며 “막연하게 지구를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고 하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쉬운 실천을 제안해 주니 성취감도 얻을 수 있고 뿌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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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리모델링을 한 문창동본당은 단열을 위해 성전 창문에 커튼을 설치했다. 민경화 기자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