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도심서 ‘청년 순례자 위한 나이트’ 열려…부담없는 신앙 체험으로 ‘인기’
6월 26일 오후 7시 서울 마포 합정역 7번 출구. 직장인들은 퇴근을 재촉하고, 젊은이들도 저마다의 약속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저녁 시간. 음식점과 술집이 줄지어 선 거리 한편에 선 수녀들 주위로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같은 본당에서 온 세 명의 청년은 수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한 청년은 “다행히 야근하지 않게 돼 참석할 수 있었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가자들은 수녀들을 따라 양화대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로 향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 이지현(마리아)·최수지(세라피나)·권소희(가브리엘라) 수녀는 6월 26일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새남터 순교 성지까지 한강 변을 따라 청년들과 함께 걸으며 신앙과 일상을 나누는 ‘청순나이트’를 처음 열었다.
청순나이트는 ‘청년 순례자들이 세상과는 다르게 하루를 거룩한 밤으로 마무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주말 하루를 온전히 내야 하는 기존 성지순례의 부담을 덜고, 청년들이 일상에서 더 가볍게 순례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순례를 떠나며 바치는 기도’로 시작해, 약 20분간의 침묵 도보 후 고해성사를 원하는 참가자는 김강룡 신부(프란치스코, 서울대교구 옥수동본당 부주임)와 함께 걸으며 성사를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순례의 마지막은 성지에서의 강복으로 마무리됐다.
최수지 수녀는 “성지순례는 여전히 장년층 중심이고 청년들에게 신앙은 주일을 지키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하느님 나라를 지향했던 순교자 중 많은 이가 10~20대였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은 오늘날 청년들에게 신앙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지순례도 멀고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청년 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소 담당으로 활동하며 청년들의 관심사와 지향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밝힌 이지현 수녀는 “청년들이 있는 자리로 수도자와 사제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가톨릭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청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창구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양천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인 박가현(글로리아) 씨와 박동리(릴리안) 씨는 “최 수녀님이 본당에 계실 때 함께했던 활동들이 좋아서 큰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됐다”며 “청년들은 취업 준비 등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도심에서 부담 없이 순례에 동참할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순나이트 외에도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는 지난해 한국 순교자 시복 10주년 및 시성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동행순례피정: 청년, 순교자의 길을 걷다! 청순길’도 계속 마련하고 있다.
청순나이트는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두 번째 일정은 7월 15일 명동성당에서 시작해 청계천을 따라 종로성당까지 걷는 코스로 진행된다. 신청과 문의는 인스타그램 DM(@sr.fina, @martyrs.ct_sbmc, @sbmc_lamps)을 통해 가능하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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