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앞두고 교황청은 주교와 사제, 신학생들을 위한 특별 희년 행사를 마련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들과 직접 만나 각자의 성소를 격려했으며,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는 새 사제들을 서품하기도 했다.
사제의 길을 준비하는 젊은 신학생들이 진정으로 ‘성직’에 참여하도록 돕는 일은 교회에 있어 매우 복잡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종종 낙담하고 소외감을 느껴온 신학생들과 젊은 사제들의 세대를 이어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성직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젊은 남성 성직자들에게 가혹한 비판을 가하곤 했으며, 때때로 그 언행은 무자비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주의를 교회의 ‘암’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옳은 지적이었다. 그는 ‘섬김’의 소명을 받은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꾸짖고 고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의도만큼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는 이들이 고집스러워서라기보다, 그런 질책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오늘날 교회에는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성적으로 건강한 사제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은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만약 교황과 성직자들 특히 젊은 세대 간에 불화가 존재한다면, 이는 교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이어진 신학생 및 젊은 사제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이러한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탁월한 감수성과 진심 어린 태도로 이를 풀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재위 초반에 불과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12년간 추진해 온 교회의 사목적 비전을 되돌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임자와 같은 길을 걷되, 훨씬 덜 극적이고 덜 충격적인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 교황은 교회를 보다 선교적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을 중심에 두고, 더 시노드적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 교회 지도자들에게는 겸손과 가난의 삶을 요구하는 그의 기조 역시 변함이 없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눈에 띄는 차이는 어조, 리듬, 언어의 스타일이다. 이것이 젊은 성직자들을 협력자로 이끄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비록 성직자들이 하느님의 백성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지만, 그들은 교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이다. 교황이 제시하는 비전과 사목적 우선순위는, 성직자들이 존중받고 격려받는다고 느낄 때 더 잘 뿌리내릴 수 있다.
반대로, 그러한 관계가 결여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시노달리타스 프로젝트는 젊은 성직자들과의 긴장된 관계로 인해 큰 제약을 받았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들과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신뢰를 조성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한층 더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만남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많은 신학생과 젊은 사제가 여전히 여러 면에서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들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감정적으로 성숙하고 자기 절제력을 갖춘 남성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전임 교황과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훨씬 부드럽고 공감 가는 언어로 위선과 이중생활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세대가 연약하고, 연민과 이해, 부드러운 말에 더 마음을 여는 이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임 교황 못지않은 단호함을 갖고 있으며, 아마도 더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그 단호함을 드러낼 것이다.
긍정적인 징후는, 전통주의 성향의 젊은 성직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레오 14세 교황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임 교황이 교회의 오랜 전통과 의전을 무시했다고 느꼈다. 반면 새 교황은 프란치스코가 배제했던 일부 의전과 복식을 다시 도입했으며, 이에 젊은 사제들은 기쁨을 표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따뜻하고 소박한 성품을 지녔지만, 교황직의 권위와 형식을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가 프렌치 커프스 셔츠를 입거나 고전적인 디자인의 십자가를 착용하는 단순한 행위조차, 젊은 사제들에게는 위로와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는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개혁의 공을, 조금 더 멀리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으며,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2014~2024)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