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액수보다 중요한 건 교회 내 나눔 정신의 정착”
“가난한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공감대’를 신자들 사이에 형성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모금의 액수보다 중요한 건 나눔의 정신이 교회 안에 뿌리내리는 것이었죠.”
지난 6월 1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한국 카리타스 설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특별 공로상을 수상한 최재선(폴리카르포·85) 전 한국 카리타스 사무국장은 한국 카리타스의 전신인 인성회(仁成會) 창립 이전부터 2003년까지 30여 년 동안 한국교회 사회복지와 해외원조 사업의 기반을 닦고 성장시켜 온 주역이다.
미국 가톨릭교회 해외원조 기구인 가톨릭구제회(CRS) 한국지부에서 일하던 최 전 사무국장은 CRS가 1974년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당시 지부장이던 조지 캐롤 몬시뇰(메리놀 외방전교회)의 도움을 받아 국제 카리타스 본부와의 연락을 주도하며 인성회 설립을 준비했다. 이듬해인 1975년 인성회가 창립되면서 그는 한국 카리타스 초창기 체계 구축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손을 거쳐 이뤄진 대표적인 사업들로는 ▲1977년부터 전개된 단식 자선 모금인 ‘사순절 운동’ ▲1993년 ‘해외원조 주일’이 제정되며 시작된 한국교회의 해외원조 ▲1995년부터 본격화된 대북 지원 사업 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한국교회 안에 ‘나눔’의 문화가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사순절 운동의 표어는 ‘사랑으로 가진 바를 나누자’였어요.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라,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죠. 그래서 흩어져 있던 자선·복지 단체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 협의체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1980년대 이전, 한국 사회는 가난과 정치적 억압 속에 놓여 있었고, 교회는 외국의 원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외부 지원이 점차 줄어들면서 한국 카리타스는 스스로 모금하고 자원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국가와 지역에 나눔을 실천하는 기관으로 전환해 갔다.
“초기엔 걱정도 많았지만, 매번 기대 이상의 성금이 모였어요. 이를 통해 한국교회도 이제는 원조를 받는 데서 나아가, 나누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그는 한국 카리타스가 지금도 지켜가는 핵심 가치로 ‘인간 존엄성 수호’를 꼽는다.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자극적으로 드러내어 모금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복음 정신에도, 인권에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죠. 교회를 다 팔아 도움을 준다 해도, 그것은 빈곤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세상 끝날 때까지 우리 곁에 있을 가난한 이들, 그리고 그들 안에 계신 주님을 섬기는 태도입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존재 이유 역시 바로 이 연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느님 아래 같은 자녀인 우리는, 이념과 정치, 국경을 넘어 서로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고 그리스도교는 가르칩니다. 이것이 교회가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입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카리타스의 설립 50주년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언제부턴가 도움의 손길이 끊긴 북한을 비롯해, 더 많은 가난한 세계 이웃에게 한국과 국제 카리타스 활동가들이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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