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새 책] 「애니그마, 말씀의 수수께끼 1」(마태오·마르코 편)

이주연
입력일 2025-06-27 13:43:27 수정일 2025-06-27 13:43:27 발행일 2025-07-06 제 344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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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신부 지음/344쪽/1만8000원/사색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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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본문을 읽다 보면, 모호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리 읽어도 그 뜻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성경이 인간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언어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영감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지성만으로는 어떤 해석을 하더라도, 말씀에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의미의 여백이 남는다. 

「애니그마, 말씀의 수수께끼」는 신학적 깊이와 친절한 묵상을 조화시킨, 보기 드문 복음 해석이다. 1권은 마태오복음과 마르코복음에서 선별된 50개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본문의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아름다운 묵상을 쉽고 간결하면서도 따뜻한 언어로 전달한다.

말씀의 수수께끼, 곧 ‘애니그마’는 말씀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지만 동시에 말씀의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서게 하는 단서이자 길잡이다. 저자가 애니그마를 성경 해석의 중심에 놓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니콜라우스 쿠자누스가 말한 ‘아는 무지'(docta ignorantia)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은 하느님의 신비 앞에서 결코 그 본질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은 언제나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하며, 이미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를 오가면서 조금씩 더 진리에 다가선다. 이 끝없는 추정과 해석의 여정이 곧 ‘해석학적 순환’인데, 저자는 바로 이런 해석학의 방법을 통해 말씀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성경 본문의 그리스어 원어다. 복음서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핵심 단어를 선정하고 그 단어의 뿌리와 시대적 맥락, 성경 내적인 연관성을 세심하게 살핌으로써 해당 본문에 담긴 ‘의미 구조’를 생생하고도 풍요롭게 펼쳐 보인다.

예를 들어 동방 박사를 인도했던 그 ‘별’(아스테르)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이면서 동시에 진리가 드러나는 신적 펼침의 상징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그들이 아기 예수에게 ‘경배드린’(프로스퀴네오) 행위는 하느님을 향한 절대적인 사랑과 복종이자 동시에 주님께서 먼저 인간을 섬기신 은총의 사건임을 보여준다. 

또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를 ‘걸림돌’(스칸달론)이라 질책하신 까닭은 죄와 유혹이 장애물에서 시작되지만, 또한 그런 넘어짐 속에서 성장하고 단련되어가는 인간 존재의 역설적 본질을 보여주기 위함임을 풀어내고 있다. 

이처럼 성경 본문에 나오는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신적 의미와 깊은 은총이 깃들어 있음을 저자는 특유의 해석학을 통해 입증해 내고 있다.

책은 완결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러한 해석의 여정을 보여준다. 말씀과 삶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열린 순환의 과정, 곧 ‘은총의 해석학’이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언어를 따라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 함께하면 어느덧 독자 스스로 사유하며 자신의 삶에 맞도록 질문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의정부교구 사제인 저자는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기초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2011년 사제품을 받았다. 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부원장, 고양동본당 주임을 역임했으며, 2024년부터 가톨릭대학교 대신학교에서 사제 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