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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고해 사제의 밤: 불확실한 시대의 신앙」

종교 간 대화, 영적 자유와 인권 보호 증진 등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2014년)을 받은 토마시 할리크 신부가 다시 한번 현대인들이 품고 있는 신앙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깊은 신학적 통찰로 바라본다. 「고해 사제의 밤: 불확실한 시대의 신앙」은 2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사제로 살아오면서 화해의 성사를 받으러 오는 이들과 나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불안정한 현실과 흔들리는 신앙 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신앙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전작인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상처 입은 신앙」 등에서 침묵하는 하느님과 흔들리고 의심하는 신앙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했다. 전작들에서 저자가 하느님의 침묵과 불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믿음·희망·사랑으로 표현되는 인내를 요구했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의 작은 신앙을 응원한다. 예수님은 “여러분이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갖고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옮겨 갈 것입니다”(마태 17,20)라고 하셨다. 이 작은 믿음은 죄스러운 부족한 믿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작은 믿음’의 반대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 곧 ‘확신’과 이념에 매몰돼 더 멀리, 더 깊이 보지 못해 신앙의 신비를 놓치고 마는 가벼운 믿음이라고 말한다. ‘작은 신앙’은 ‘쉬운 신앙’이 아니다. 할리크 신부는 크고 굳건한 신앙에 비해 ‘작은 신앙’은 어쩌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은 믿음’이 때로는 ‘커다란 믿음’보다 더 많은 생명과 진리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의 ‘작은 신앙’이 심겨져 뿌리를 내리고 큰 열매 맺기를 응원한다.

발행일 2021-04-04 제3238호 24면

「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펴낸 이진희·김상현 모자

이진희씨는 “지난 세월은 상현이가 저를 가르치고 철 들게 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자폐성 장애(2급)를 지닌 아들 김상현(시몬·24·서울 잠원동본당)씨가 또래들보다 1년 늦게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상현씨가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일기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은 상현이가 저를 가르치고 철 들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의 삶이 오롯이 담긴 일기장에서 146개의 일기를 고르고, 그날 그 순간 느꼈던 것들을 함께 담아 펴낸 「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를 손에 든 엄마 이진희(젬마·52)씨의 눈이 잠시 흐려지는 듯했다. “제 아들이 아니죠. 당신 아드님이시죠. 하느님 아들 키우고 있는데, 당신이 다 알아서 해 주시겠죠.” 아이가 6살 때, 그런 기도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선 폭풍우 치던 바다 같은 마음이 잦아들며 평온해졌다. 초등학교 입학 당시만 해도 도무지 미래가 그려지지 않던 아들은 지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한다. 자동차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 연구팀 명함을 달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 지시를 받고 일을 한다. 집중력이 좋아 오차가 거의 없고, 요즘엔 다른 직원이 작업한 것을 검수하는 업무도 병행할 정도로 번듯한 청년이 됐다. 주말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관람하는 등 평범한 날들을 보낸다. “아이에게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나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죠. 마치 주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부활의 삶을 선사하신 것 같아요.” 엄마 이씨는 십수 년간 아들이 써 온 일기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지난날을 떠올린다. 아들의 삶이 담겨 있지만 그와 동행해 온 엄마의 흔적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해질녘 한강에 나가거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노을을 바라본다. 미어캣들이 살고 있는 우리 앞에서, 또 수족관의 작은 어항 앞에서 매번 아들을 기다려 준다. 현장학습을 자주 다니는 아들 덕에 엄마는 배를 딸 때는 빙글빙글 돌려 따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찬찬히 들여다봐야 예쁜 풍경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렇게 엄마는 아이를 통해 삶의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아들의 일기장을 보며 엄마는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다시 헤아리게 된다. “그때는 제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후회스러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저지른 실수와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중에는 이미 자폐에 관한 책이 적잖이 나와 있다. 부모지침서도 있고, 자폐인을 양육하며 쓴 에세이 등도 있다. 그러나 자폐인이 직접 쓴 일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엄마 이씨는 자신이 경험한 부활 체험을 조금이라도 나눴으면 하는 생각에 아들의 동의를 구해 책을 내게 됐다. “돌이켜 보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몰랐던 아이의 행동들에도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어요. 비록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다 이해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해 준 분이 예수님이고 성모님이라고 말하는 이씨. “지금껏 살아오며 ‘예수님을 많이 닮은 상현이’라는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됐다”는 그는 “저희의 삶이 그런 위로를 전하는 조그만 도구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발행일 2021-04-04 제3238호 24면

「낮에도 별은 빛나고 있음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면서도 그리스도인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상에서 천국을 갈망하면서도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겪는 갈등과 고통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신앙에 대한 무지, 그리고 그것을 낳은 게으름에서 연유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손에게 빚을 안기고 무한한 경제 성장을 향해 탐욕을 부풀리면서 더 잘 먹고 더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과거 우리보다 가난했던 조상들보다 더 행복하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10쪽)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가 세상과 무관한 구원을 선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166쪽) 세례를 받는 일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의 시작이다. 이제 막 여정의 출발점을 벗어났을 뿐인데, 벌써 하느님 나라에 들어선 듯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신앙의 눈’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낮에도 별은 빛나고 있음을」은 하느님 나라로 난 길을 걸어가는 신앙인들이 새롭게 ‘신앙의 눈’을 뜨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 이석균 신부(서울 제기동본당 주임)가, 청년들이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고 행동하기를 바라며 조직한 ‘가톨릭 청년 시민학교’ 단톡방에서 오랜 기간 쌓인 메시지들 가운데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고른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 제목처럼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 그렇지만 신앙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인도한다. 책은 흥미롭고도 감각적으로 와닿는 영화나 책, 예술 작품, 저자가 겪은 일화, 성인들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독자 스스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도록 이끈다. “세상이 교회를 닮게 되면 성화지만 교회가 세상을 닮게 되면 세속화입니다.”(207쪽) “가난한 이들에 대한 태도는 교회의 건강함을 식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216쪽) 책에는 작게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 부의 불평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 등 ‘세상의 문제’에 관해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갖고 행동해야 할지 길을 열어 보여 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학적인 신학이나 교리를 중심에 두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다가설 수 있다.

발행일 2021-03-28 제3237호 23면

「베네딕도 16세와 함께하는 성주간 묵상」

‘교회의 모든 전례의 핵심은 성금요일 전례의 절정인 사제가 가려진 그분의 얼굴을 세상과 교회의 눈에 드러내 이 뚫린 곳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9∼10쪽)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이다. 교회 전례는 한 해 중 성주간과 부활절 전례를 핵심으로 여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기쁨만 만끽하려 할 뿐 그분의 십자가 못 박힘과 죽음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고 싶어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성금요일, 무덤에 묻히신 성토요일의 끝없는 어둠을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성주간 전례를 생각할 때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미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을 기억하는 강렬한 의식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미사도 드리지 않는 성금요일과 성토요일, 우리는 좀 더 깊이 그분의 십자가 죽음을 묵상해야 한다. 성주간을 그저 사순 시기의 끝, 곧 올 부활을 기다리는 날로만 보낸다면 과연 부활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성금요일 전례를 주례하고 있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베네딕도 16세와 함께하는 성주간 묵상」은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이던 시절 독일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성주간 해설을 엮은 책이다. 책은 주님의 죽음과 주님이 무덤에 묻혀 계신 이틀 동안의 의미를 깊이 있게 묵상하며, 함께 기도하기를 권한다. 요한복음서를 중심으로 구약과 신학 전통의 흐름 안에서 예수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를 대표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의미와 그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다른 이들을 위한 존재이자, 하느님으로부터 온 존재인 참된 인간존재가 되는 것입니다.’(16쪽) ‘사랑이 더 이상 비치지 않는 외로움, 너무 깊어서 사랑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외로움이 지옥입니다.’(40쪽) 책에서 뛰어난 신학자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을 쉽게 풀이한다. 짧지만 깊고 아름다운 해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참의미를 전해 준다.

발행일 2021-03-28 제3237호 23면

[새 책] 「마음 풀밭 꽃밭 삶」

‘그것은 십자가(十字架)//몇십 년, 겨우 지고, 이제야 당신을 헤아려 보려 합니다.’(‘숲’ 중) 「마음 풀밭 꽃밭 삶」은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과 닮기를 원하는 이채현(스텔라) 시인의 고백이 담긴 시집이다. 십자가의 길을 걸었던 예수님처럼 고통을 감내하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웃을 사랑하길 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예수님과 대화하듯 쓴 시인의 글은 마치 아버지와 대화하는 순수한 어린 아이의 고백과도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시집은 1부 ‘숲’, 2부 ‘자주 나무에 앉는 사계(四季)가 됩니다’, 3부 ‘마음 풀밭 꽃밭 삶’ 등 총 3부로 이뤄져 있다. 시인은 꽃, 바람, 산과 같은 자연과 계절의 모습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마음을 담아 낸다. 이를 통해 이 세상 가운데 희미해져 가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끼게 해 준다. 나아가 예수님 안에 생명이 있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도전 받기를 원한다. 시집에서는 세상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며 공감하려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시인의 고백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 준다. 예수님을 더 알길 원하며 사랑하기를 원하는 이들, 또한 힘든 세상에서 희망을 얻길 원하는 이들에게 이 시집을 권한다.

발행일 2021-03-28 제3237호 23면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 : 최양업 신부의 편지 모음」

“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비천하고 순종하는 아들 토마스 양업이 엎드려 절합니다.” 지난 3월 1일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최양업 신부(토마스·1821~1861)가 남긴 편지를 읽다 보면 곳곳에 눈물 자국이 번질지 모른다. “저는 밤에만 외교인들 모르게 교우촌에 도착해야 하고…새벽 동이 트기 전 그곳을 떠나야 합니다.”(122쪽) ‘땀의 증거자’ 최양업 신부가 마카오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 책임자이자 신학교 스승이었던 르그레즈와(Pierre-Louis Legregeois) 신부 등에게 보낸 19통의 라틴어 편지를 모은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는 독자들로 하여금 때로는 눈물 짓게 하고 때로는 환호의 박수를 치게 만든다. 책에 실린 6통의 편지는 최양업이 부제로서 조선 입국을 위한 노력과 심정을, 김대건 신부와 순교자들 이야기를 라틴어로 옮기게 된 정황을 담고 있다. 나머지 편지는 사제가 된 후 조선에 입국한 정황과 조선에서의 사목활동, 신자들의 생활, 사목자의 내밀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책에는 새롭게 발견된 만주대목구장 베롤 주교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와 한국천주교회의 간략한 역사, 당시 사용된 교회 용어 해설도 수록돼 눈길을 끈다. 편지에는 매년 5개 도에 산재해 있는 120개가 넘는 공소를 순회하기 위해 7000리 이상을 걸었던 땀의 증거자의 걸음걸음과 그에 밴 숨결이 생생히 전해진다. 조선 실정에 맞는 선교방법에 대한 제안, 특히 방인사제로서 홀로 사목일선을 뛰어다니며 겪은 다양한 고초와 노고, 동료 김대건 신부에 대한 그리움, 점점 소진되는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모습에서는 이 땅에 남은 유일한 방인사제의 고뇌가 읽힌다. 그의 편지를 읽다 보면 이 땅의 신자들에게 ‘신앙’이 가져다 주는 기쁨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를 위한 ‘신앙의 자유’가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발행일 2021-03-28 제3237호 23면

[새 책] 「하루 10분 성모님 손잡고」

피정이나 기도 모임 등 소소한 기쁨을 주던 신앙생활마저 가로막힌 코로나19 시대는 역설적으로 신앙의 자유가 없던 박해 시대를 소환하고 있다. 예수님의 처참한 죽음 이후 그분의 첫 제자인 성모 마리아가 보여 준 덕행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삶의 길잡이가 된다. 「하루 10분 성모님 손잡고」는 죽음이 일상이던 고난의 시대, 우리처럼 일상을 살아가신 성모 마리아와 함께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하루에 10분, 그분의 망토 아래 싸여 위로와 용기를 얻고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첫머리에 특정한 방법으로 기도할 수 있는 순서와 방법을 제시한다. 기도를 시작하며, ‘성호경, 호흡기도, 성령 초대, 말씀에 머무르기, 비추어 보기,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순서로 이어진다. 특별히 ‘말씀에 머무르기’에서는 주어진 성경 말씀에 대한 묵상 글이 따른다. 이 글은 성바오로딸수도회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의 말씀을 그 정신에 따라 엮은 것으로,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로 나아가는 생생한 걸음으로 이끌어 준다.​ 기도 방법을 특별히 알지 못하는 이들이라도 책이 안내하는 대로만 따라가면 어느 새 기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발행일 2021-03-28 제3237호 23면

「십자가의 성 요한 영적 권고」

16세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 개혁 운동을 이끌고 엄격한 수도 생활을 강조하는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를 창립한 십자가의 성 요한은 하느님에 기대어 위로를 얻고자 하는 마음조차 경계한다. ‘자칭 예수 그리스도의 벗이라는 사람들까지도 아주 조금밖에는 주님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그들이 주님께 고통 대신 위로만을 찾기 때문이다.’(40쪽) 평생 하느님만을 향했던 십자가의 성 요한이 남긴 수덕적이고 신비적인 가르침을 묶은 금언집이 13년 만에 전면 개정돼 「십자가의 성 요한 영적 권고」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은 이가 그분과 더 가까워지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원래 「십자가의 성 요한 잠언과 영적 권고」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래 70년 넘게 국내 가톨릭 신자들에게 널리 읽혀 와, 가톨릭 영성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 개정 과정에서 독자들이 성인의 조언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을 새롭게 했다. 특히 표현을 현대식으로 고쳐 누구나 쉽게 십자가의 성 요한 영성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책에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모든 저서와 그가 개혁 가르멜 수도회 수도자들을 지도하며 했던 말들, 그리고 자필로 남긴 권고들, 특히 여러 수도원을 방문해 나눈 영적 대화 가운데 기록된 말들이 담겨 그의 영성을 돌아보게 한다. 1장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털어내야 할 짐’과 2장 ‘하느님께 나아갈 때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는 우리 영혼이 교만과 허영,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성인의 조언을 따라 하느님을 찾아 나서기 위한 마음의 채비를 하게 한다. 3장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는가?’에서는 본격적으로 하느님 자녀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배운다. 하느님 안에 살면서 더 또렷하게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 뜻을 헤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행일 2021-03-21 제323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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