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서 침팬지가 사람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침팬지의 이름은 트레비스. 산드라 부부는 14년 전 아기 침팬지를 5만 달러(한화 약 6700만원 정도)에 샀다. 트레비스는 옷이 가득한 옷장을 가지고 있었고 식탁에서 밥을 먹었으며 열쇠로 문을 열 수도 있었고 간단한 컴퓨터 검색도 했다. 그는 유명해졌고 사랑받았고 각종 광고에도 출연했다.
트레비스가 사춘기가 되던 무렵, 나들이를 가고 있던 트레비스는 옆 차의 아이들이 던진 코카콜라 캔에 맞았는데 그는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뛰어내려 그 아이들이 탄 차를 공격했으며 그 차가 도망치자 다른 차들도 공격, 순식간에 스탬퍼드 시내를 혼란시켰다. 경찰들이 출동했고, 이미 코카콜라 광고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는 트레비스를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그를 달래 차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이후 당국은 트레비스에게 공공장소 출입 금지령을 내린다. 부부는 넓은 그들의 정원에 트레비스 우리를 마련했고, 놀이 시설을 설치해 주었다. 그러나 트레비스는 점점 더 포악해져갔고, 부부 중 남편이 먼저 죽고 나자 산드라는 그를 통제하기가 버거워진다. 침팬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인 그는 스트레스를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 그녀의 친구 찰라 내쉬라는 여인이 트레비스의 보모로 고용된다. 찰라 역시 트레비스를 극진히 돌보았고 트레비스도 그 사랑에 보답하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산드라는 찰라에게 급히 전화를 건다. 트레비스가 집안에서 난폭해졌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급히 집으로 달려온 찰라를 공격한 90킬로의 트레비스는 그녀의 두 손과 얼굴 자체를 다 찢어버렸다.(같은 체중의 경우 침팬지는 인간보다 1.5배의 힘을 가진다고 한다) 산드라는 경찰에 전화해 말한다. “총을 가지고 오세요. 그를 쏘세요!” 총에 맞은 트레비스는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그는 자신이 쓰던 침대 기둥을 붙들고 쓰러져 죽은 채 발견된다.
나는 성경 중에 창세기를 가장 좋아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묵상할 게 정말 많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하느님은 뭐 하러 선악과를 만들어 골치 아프게 하셨을까’ 궁금했지만, 훗날 알게 되었다. 그건 ‘네가 피조물 인간임을 알라’는 메시지였다. 그걸 어긴 인간은 범죄자나 독재자가 되는데 이는 신이 되고 싶었던 원죄의 반복이라고 한다. 북한의 김일성이 ‘솔방울로 포탄을 만드시고’ 같은 이야기는 더 꺼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모든 독재자는 엄청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그 자신도 미치광이처럼 파괴되어 버린다. 인간인 그가 자신이 인간임을 잊고 신처럼 군림했기 때문이리라.
내가 혹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침팬지의 본성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우리 트레비스는 착해요, 사랑받았답니다’라는 안이한 생각이 몇 사람의 인생을 영영 망쳐버리고, 인간의 허영과 안이로 인해 하느님의 아름다운 피조물은 살인 괴물로 변하고 말았다. 침팬지에게 총을 쥐여 주면 안 된다. ‘그는 착해요’라는 말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하시어 자신이 인간일 뿐임을 알게 하소서”(시편 9,20 참조)라고 기도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권력자에게 반드시 견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그때에는 어떤 선의도 아름다움도 다 괴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아아, 주님 우리를 도우소서.
글 _ 공지영 마리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