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

[새 교황 레오 14세] 교황 선출 직후 행보

박지순
입력일 2025-05-13 10:24:47 수정일 2025-05-13 10:24:47 발행일 2025-05-18 제 344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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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시스티나 경당에서 첫 미사…첫 외부 일정으로 로마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 방문

레오 14세 교황은 5월 8일(로마 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후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의 지도자로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발걸음에 14억 신자들은 물론 세계인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교황직 수행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는 교황 선출 직후의 행보를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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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9일 로마 시스티나경당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첫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CNS

◎…레오 14세 교황은 5월 9일 로마 시스티나 경당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교황으로서 첫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비웃음을 사거나, 반대에 부딪히거나, 경멸당하거나 동정심을 얻는 곳이 가톨릭교회의 선교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앙이 불합리하다고 평가되거나 약자들이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종교로 여겨지기도 하고, 사람들은 기술과 돈과 성공, 권력, 쾌락을 선호하지만 이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톨릭교회에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첫 미사를 주례하기 위해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하면서 전통적으로 교황들이 신었던 빨간색 구두가 아닌 검정 구두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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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10일 교황청 뉴시노드홀에서 교황 선출 후 추기경들에게 첫 연설을 하고 있다. CNS

◎…5월 10일에는 교황청 뉴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에게 첫 공식 연설을 하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대하는 자세,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시했던 가치들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제시한 핵심 가치들인 시노달리타스, 신앙감각,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세상과의 용기 있는 대화 등을 인용한 뒤 “하느님의 자비로운 얼굴은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다”며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살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AI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정의, 노동의 가치를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인류는 AI를 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추구했던 개혁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뜻도 교황은 밝혔다. 이어 자신의 교황명을 ‘레오’로 택한 이유에 대해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당대의 사회문제에 응답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도 AI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가치를 보호하는 데 응답해야 한다”고 청했다. AI 시대에도 가톨릭 사회교리는 여전히 중요하고, 인간을 위한 복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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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10일 로마 외곽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를 찾아 기도를 바치고 있다. CNS

◎…교황은 10일 오후에는 로마 외곽 제나차노의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를 방문했다. 교황 선출 후 첫 외부 일정이었다.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는 1200년부터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가 관할하고 있다. 교황은 “교회가 나에게 맡긴 새로운 사명을 안고 이곳을 꼭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황이 미니밴을 타고 성지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교황을 향해 환호했다. 

교황은 성지 성당에서 ‘착한 의견의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봉헌한 뒤 성모송과 ‘살베 레지나’를 불렀다.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선출된 2001년 이곳을 찾은 것을 회고하며 “그때 나의 삶을 교회에 봉헌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교황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마 성모대성당을 찾아 프란치스교 교황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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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11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성 베드로 무덤 옆 제대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CNS

◎…5월 11일 오전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에서 기도를 바친 후 무덤 앞 제대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알레한드로 모랄 안톤 신부가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이후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로 이동해 교황 선출 후 처음으로 주일 정오 부활삼종기도를 바치며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분쟁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만 명의 군중들이 모여 교황의 기도에 귀를 기울였다. 교황은 “오늘날 제3차 세계대전이 단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은 더 이상 안 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질 석방을 요청했다.

교황은 성소 주일을 맞이한 신자들에게 “사제들과 봉헌생활자들이 사랑과 진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또한 청년들에게는 “두려워 말고 교회와 예수님의 초대에 답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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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11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교황 선출 후 처음으로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고 신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CNS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