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차 한국을 찾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7월 3일 주교회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황 선종과 콘클라베, 새 교황 즉위 등 중대한 교회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분주한 나날을 보낸 유 추기경은 이날 잠시 숨을 고르며, 레오 14세 교황과의 일화를 비롯해 교황의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개인적인 소회와 근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Q.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현재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돼 올해로 4년째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직자부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모든 사제와 부제를 관할하며, 사제 양성을 위한 교육과 예비신학생들의 준비 과정 역시 성직자부의 책임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직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장관 임명 당시, 한 주교님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신부 하나라도 기쁘지 못한 모습으로 있다면 그것은 네 책임이라는 걸 명심해라.” 그 말씀이 마음 깊이 남아, 그때부터 ‘세상 어떤 신부님도 슬픈 모습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품게 됐습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로마에서는 전 세계 신학생과 사제, 주교님들이 함께하는 희년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행복한 신부들’이었습니다. 사제가 행복할 때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고, 젊은이들도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 사제성소가 늘어날 것입니다. 성직자부 장관으로서의 제 직무도 행복하게 수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저를 ‘웃는 추기경’이라 부르셨습니다. 교황청 안에서 저는 아주 잘 웃는 사람이고 모든 이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Q. 가까이에서 본 레오 14세 교황은 어떤 분인가? 교황님은 저보다 1년 뒤에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부임했습니다. 주교 직무와 사제 직무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식 회의 외에도 자주 가까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추기경이었을 때 교황님은 3층, 저는 바로 위 4층에 살았습니다. 제 방 바로 아래가 교황님 방이라 승강기에서도 자주 만났습니다. 제가 윗방에 사니까 “층간소음 괜찮냐”고 물으니 교황님은 “걱정하지 말라”면서 “한국 사람은 방에 들어가면 구두를 벗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농담을 건넨 기억이 납니다. 콘클라베 후 많은 이가 ‘어떻게 미국 사람이 교황이 되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님들은 교황님을 단순히 ‘미국인’으로 보지 않고, ‘선교사’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교황님이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선교사로 헌신한 그 삶을 높이 평가해 교황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진취적인 면이 강했다면, 레오 교황님은 조용하고 특별히 잘 경청하는 분입니다. 무언가를 앞서 주도하거나 자신의 뜻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되도록 많은 이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교황님과 독대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마주 앉아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고, 필요하다 싶으면 직접 메모까지 하며 기억하려 합니다.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진심 어린 만남입니다. Q. 한국·한국교회와 관련해 교황과 나눈 대화가 있다면? 휴가 전, 교황님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2027년 열릴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기까지의 과정과, 그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나눴던 대화를 전했습니다.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이고, 그런 만큼 평화가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이 순교 정신을 세계 젊은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WYD는 가톨릭교회 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가 모이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한국이 그 무대를 맡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도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들으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과 대통령에 취임한 후 두 차례 교황님께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제가 직접 교황님께 전달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 한국과 교황청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고, 교황님은 우리나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현 상황을 이야기하자 교황님은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사실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됐을 당시, 제 마음속에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분이라면 남북관계에 있어 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하는 직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 증진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Q. 국민 통합과 갈등 치유를 위해 필요한 자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레오 14세 교황님도 말씀하셨듯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고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마음이 닫혀 있고, 관계에 있어 경직된 태도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로마에서 지내다 보면 많은 한국 분을 만납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면 어떤 분들은 이상한 사람을 보듯 합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추기경님이세요’라고 소개하면 얼굴이 180도 바뀝니다. 그럴때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추기경, 주교, 신부니까 잘 대해야 하고, 아니면 아무렇게 대하는 것은 그리스도 정신이 아닙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조금만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며,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성경 말씀 중 하나가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입니다. 내가 먼저 거룩해질 때, 다른 사람에게도 거룩해지게 하는 힘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자신부터 거룩해져서 가능하면 모범을 보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가톨릭신자가 600만 명 가까이 됩니다. 우리 신자들이 하느님을 믿고 이웃을 신뢰하면서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정치인은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대화로 마음을 잇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진심으로 애써 준다면,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책임 있는 분들이 지혜를 모아 우리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Q. 특별히 마음에 두고 기도하는 지향이 있다면? 가장 먼저는 교황님을 위한 기도입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교황님을 모시는 만큼, 교황님이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교회뿐 아니라 온 인류를 이끌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12월 7일 전 세계 추기경들이 로마에 모인 자리에서 정말 많은 분이 제게 ‘한국은 괜찮은가?’라고 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냐’며 ‘한국이 (이 위기를) 잘 벗어나길 나도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솔직히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됐고, 이제 저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위기를 이겨 낸 나라’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부끄러움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잠재력도 있고, 세상에 나눌 수 있는 것이 참 많은 나라입니다. 저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다른 이들에게 베풀고 함께 잘 사는 나라, 그런 한국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커피 나왔습니다.” 카페에 퍼지는 향긋한 커피 내음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그 향기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도 사람들을 이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교구청’ 안에도 마련돼 있다. 교구청은 교구장 주교를 보좌해 교구의 행정, 교회법 관련 사법 업무, 사목계획 수립과 실행 등 교구 전반을 담당하는 중심 기구다. 이러한 성격 탓에 교구청은 신자들에게 다소 엄격하고 딱딱한 곳으로 느껴지기 쉽다. 이에 여러 교구에서는 교구청 내에 카페를 마련해, 신자와 주민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장애인·이주민·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대교구청 ‘카페 카리타스’(Caritas)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모동굴을 재현한 ‘성모당’을 비롯해 넓은 부지를 갖춘 대구대교구청은 신자들에게는 순례지로, 시민들에게는 산책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이 교구청 부지 안에는 방문객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카페 ‘카리타스’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카페 카리타스는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다회용 용기만 사용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매장에서는 유리컵을 사용하며, 포장 시에는 다회용 용기에 보증금을 포함해 제공하고, 빈 용기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카페 한편에서는 제로웨이스트숍 ‘카리타스 라운지’도 함께 운영 중이다. 2017년부터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학산보호작업장에서 운영하는 카페 카리타스는 중증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현재 4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고, 그동안 이곳에서 근무하다 자립에 성공한 장애인도 여럿이다. 카페 수익 대부분은 바리스타들의 인건비로 사용되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4길 112 - 영업시간: 매일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공휴일 휴무) 대전교구청 ‘대건을 그리다’ 카페 ‘대건을 그리다’는 모두에게 열린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하는 대전교구청의 비전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다. 2021년 세종시에 새롭게 들어선 대전교구청은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조화롭게 담은 화려한 외관 속에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품고 있다. 교구청 1층에 자리한 전시관과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함께 자리한 카페는 이러한 열린 교구청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 같은 존재다. 세종성요한바오로2세 성당과 교구청, 성모당을 찾는 신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도 이곳을 편안한 쉼과 만남의 공간으로 즐겨 찾고 있다. 대건을 그리다는 교구청과 함께 설립된 세종성요한바오로2세 본당에서 운영하며, 40여 명의 본당 신자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원두와 드립백 커피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담근 수제차 역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주소: 세종 국책연구원5로 12 -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주일 오전 11시~오후 2시 전주교구청 ‘부에나까사'(Buenacasa) 전주교구청 건너편에는 카페 ‘부에나까사’가 있다. 스페인어로 ‘좋은 집’이라는 의미의 이 공간은 전주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한다. 교구청 부지 안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구청을 방문하는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구청이 전동성당과 치명자산성지 등 교회 사적지는 물론 지역의 유명 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과도 가까이 있다 보니 부에나까사는 교구청 방문객과 성지순례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음악회나 전시회, 특강 등도 열려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카페 직원들은 이주민 여성들로,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도 힘이 되고 있다. -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간납로 20 -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인천교구청 ‘카페립(立)’ 인천교구청 내에 자리한 ‘카페립(立)’은 청소년들이 자립의 꿈을 키우며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공간이다.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카페는 취업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직업훈련을 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사회 청소년 기관을 이용하는 만 15부터 24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자립의 꿈을 키워나간다. 현재 3명의 청소년 바리스타가 카페립에서 근무 중이다. 교구청은 교구의 다양한 교육과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이자,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상을 모신 성모당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카페립은 교구청 방문객과 성모당을 찾는 순례자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착한 가격으로 운영되는 점 또한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 주소: 인천 동구 박문로 1 청소년센터 3층(지상층) - 영업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불씨로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중에 일부 전쟁을 옹호하는 이들은 성경의 말씀이나 종교적인 언급을 통해 전쟁이 마치 종교적으로 정당한 듯 꾸미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교적으로 정당한 전쟁도 있을까?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종교로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이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월 12일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해 자신이 적은 쪽지를 벽 틈새에 끼워 넣었다. 통곡의 벽을 성스럽게 여기는 유다인들은 이 벽 틈새에 바람을 적은 쪽지를 끼워 넣으면 하느님께서 그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여긴다. 네타냐후 총리가 쪽지에 적은 문장은 “보라, 백성이 큰 사자처럼 일어설 것이다”였다. 이 문장은 민수기 23장 24절 “보라, 암사자처럼 일어나고 수사자처럼 일어서는 백성을. 짐승을 잡아먹지 않고서는, 잡은 짐승의 피를 마시지 않고서는 눕지 않는다”에서 따온 것이다. 다음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과 핵심 군지휘관을 공습했다. 작전의 이름은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쪽지 내용이 반영된 작전명이었다. 성경 구절에서 따온 작전명은 민간인 피해까지 일으킨 대대적인 공습에 종교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이 작전명을 성경에서 따온 일이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종종 성경으로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곤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시리아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면서 ‘바산 화살 작전’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민수기와 신명기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바산 임금 옥의 왕국을 정복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바산은 오늘날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의 골란고원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의 이란 공습에 관련해 ‘하느님’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고, 이어 휴전 합의 중인 24일에는 “하느님이 이스라엘과 이란, 중동, 미국, 전 세계를 축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종교로 전쟁을 정당화한 시도라는 비판을 낳았다. ‘정당한 전쟁’은 없다 종교로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침략 행위인 전쟁은 결코 정당할 수 없다. 모든 전쟁은 십계명 중 다섯째 계명,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정면으로 반한다. 교회는 “도시 전체나 광범위한 주민들에게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며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 받아야 한다”고 전쟁을 강력히 반대한다.(「사목헌장」 80항) “침략 전쟁은 본질적으로 비도덕적”(「간추린 사회 교리」 500항)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성경이나 ‘하느님’에서 명분을 찾는다 해도 전쟁이 정당화될 수 없다. 교회는 나아가 “어떠한 전쟁이든 완전히 금지할 수 있는 시대를 온 힘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목헌장」 82항) 특히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군비 증강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개인들과 국가들 사이에 만연한 불의와, 경제 사회 분야의 지나친 불공정과 불평등, 시기, 불신과 교만은 끊임없이 평화를 위협하며 전쟁의 원인이 된다”며 전쟁 억제를 위한 정의 실현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315항, 2317항) 그렇기 때문에 역대 교황들은 끊임없이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를 호소해 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 전날인 4월 20일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메시지를 통해 강력하게 평화를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죽음이 활개 치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느냐”고 개탄하면서 교전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들을 석방하며, 굶주림 속에서 평화로운 미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당부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군비 축소 없이는 참된 평화가 꽃 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6월 14일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군사 충돌 확대를 우려하며, “그 누구도 타인의 존재에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되고, 모든 이의 존엄성과 안전을 보장하는 해결책을 증진하고 화해의 길을 찾으며 평화의 사명을 지키는 것은 모든 나라의 의무”라고 전하며 전쟁의 중단과 중동 지역의 평화를 호소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전쟁’이란 ‘정당한 전쟁’이 없다면, 성경에 등장하는 전쟁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성경, 특히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했던 일화들이 등장한다. 이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전쟁을 수행했고, 전쟁을 종교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구약성경의 이 전쟁들을 두고 ‘윤리적 정당성’을 따지기는 어렵다.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전쟁이라는 보편적인 체험에서 출발해, 모든 인류의 구원이 달려있는 영적인 전쟁의 본질적 측면을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구약의 율법들이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것처럼, 전쟁에 관한 가르침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완성된다. 예수님이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고 말했듯이, 우리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수행해야 할 진정한 전쟁은 지상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전쟁은 사탄과 악에 대항하는 영적인 전쟁이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박사는 “일부 유다교도들은 구약성경을 민족주의적이고 실정법적이고 율법적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 해석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해석이 아니다”라며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이라는 한 혈연 집단에게 특정 땅을 주신 것이 아니라 믿음의 백성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주신다는 종말론적이고 신앙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7월 2일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79위의 시복 100주년을 맞아 성 앵베르 주교와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이상 기해박해 순교자), 성 김대건 신부(병오박해 순교자)의 유해가 함께 모셔진 유해함과 유해 증명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사료는 유해가 모셔진 유해함과 유해 증명서가 하나의 액자 형태로 함께 보존된 상태다.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자 공경 전통과 교회 유산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노력을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사료는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사됐다. 오랜 기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보관해 오다가,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보존을 바라는 수녀회의 뜻에 따라 2025년 2월 19일 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기증됐다. 발표된 유해 증명서에는 ‘1925년 12월 16일’ 날짜가 표기돼 있다. 증명서는 같은 해 7월 5일에 거행된 시복식 이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발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펜으로 작성된 유해 증명서의 일부분이 흐릿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유해함에 모셔진 유해가 ‘앵베르 주교,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의 머리카락과 김대건 신부의 발뼈 조각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유해 증명서에 따르면 “공인된 장소에서 추출된 유해를, 수정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금된 은제 유해함에 경건하게 안치하여 잘 닫고, 붉은색 비단 끈으로 묶어 인장으로 봉인”했음을 알 수 있다. 문서에는 발급자인 서울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서명과 함께 공식 인장이 압인돼 있고, 상서국장 조제 신부의 서명이 함께 있어 이 문서의 진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10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문서 중 수기로 작성된 부분이 산화돼 정확한 판독이 어렵고, 여러 차례 접힌 곳에는 종이가 바스러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이른 시일 안에 보존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의 세 명의 선교사는 박해가 한창이던 1836-1837년 조선에 각각 입국한 프랑스인 사제들로서, 한국인 성직자 양성과 복음 전파를 위해 애쓰던 중 체포되어 1839년 9월 21일 한강 새남터에서 함께 순교했다.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하이의 진쟈상[金家巷] 성당에서 한국인 최초의 사제로 서품된 김대건 신부는 외국인 성직자의 입국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1846년 6월 백령도 해역 순위도에서 체포됐고, 옥중에서도 서한을 통해 신자들을 격려하는 등 헌신적으로 사목했으나 사제 수품 1년여 만인 1846년 9월 16일에 한강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네 명의 사제는 1925년 7월 5일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시복됐으며, 이후 1984년 5월 6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서울 여의도에서 시성됐다. 가톨릭 교회에는 순교자들이 보여 준 신앙의 모범을 본받고 순교자 공경을 북돋우는 차원에서 유해를 분배하는 오래된 전통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유해를 함부로 분배하거나 매매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 성인과 복자의 몸이나 그 몸의 주요 일부, 또는 화장하고 난 유골 전체가 ‘중요한 유해’로 인정되며, 유해는 적절한 유해함에 봉인하여 보관해야 하고, 안전하고 거룩하며 경배가 용이한 장소에 모셔야 한다[교황청 시성성 훈령 「교회의 유해: 진정성과 보존」(Le Reliquie nella Chiesa: Autenticità e Conservazione), 2017.12.8., 서론 참조]. 교회는 ‘유해의 진정성에 관한 증명서를 마련하도록’(「교회의 유해: 진정성과 보존」, 제23조 참조), 또한, ‘거룩한 유해를 매매할 수 없도록’(교회법 제1190조 제1항 참조)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국고 보조금을 지원받아 2017년부터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을 추진중이다. 10개년 사업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2026년 말에 일단락될 예정이며,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사료를 포함해 1784년부터 1962년까지 생산된 한국 천주교회 관련 사료들을 ‘한국 천주교 사료 디지털 아카이브’(가칭)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가톨릭 POLL 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87%)은 식사 전에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종기도를 바치는 신자는 10명 중 4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톨릭신문과 서울대교구 가톨릭굿뉴스는 6월 11일부터 25일까지 ‘식사할 때 기도하시나요?’를 주제로 가톨릭 POLL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는 1196명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이 ▲식사 전 기도 ▲식사 후 기도 ▲아침/저녁기도 ▲삼종기도(부활삼종기도) 중 가장 성실하게 바치는 기도는 ‘식사 전 기도’였다. 다른 기도의 경우 모두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성실히 바치고 있었지만, 삼종기도(부활삼종기도)는 매일 바치는 이보다 바치지 않는 신자가 더 많았다. 각 기도를 식사 때마다, 혹은 매일 ‘대체로 바친다’고 응답한 이는 식사 전 기도 1038명(87%), 식사 후 기도 677명(57%), 아침/저녁기도 740명(62%), 삼종기도(부활삼종기도) 425명(36%)이었다. 식사 전·후 기도에 비하면 매일 꾸준히 아침/저녁/삼종(부활삼종)기도를 바치는 이의 비율은 낮았지만, 많은 응답자는 아침/저녁/삼종(부활삼종)기도가 ‘신앙인의 의무’(24%)이며 ‘교회 공동체와 함께하는 전례’(20%)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정해진 시간마다 기도할 수 있어서 좋다’(17%), ‘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과다’(10%) 등 응답자 다수가 아침/저녁/삼종(부활삼종)기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바치면 좋겠지만, 안 바쳐도 괜찮다’(13%), ‘정해진 시간마다 기도하는 것은 현대인의 생활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10%), ‘너무 의무적으로 기도하는 것 같아 선호하지 않는다’(6%)는 응답도 있었다. 집이나 성당 밖에서 기도하는 데 대해서는 ‘신자라면 장소에 관계없이 당당하게 기도해야 한다’(37%)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내가 기도하는 모습은 선교가 된다’(26%), ‘밖에서는 티 나지 않게 속으로 기도하는 게 좋다’(14%),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기도도 밖에서 더 많이 바치는 것이 당연하다’(8%), ‘주변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 같다’(8%), ‘기도는 좋지만 밖에서 기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7%) 순으로 답했다. 집/성당 밖에서 기도할 때 성호를 어떻게 긋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성호를 긋는다’(971명, 81%)고 응답했다. 95명은 ‘다른 사람 몰래 긋는다’고 답했다. 성호 대신 엄지로 작게 십자가를 긋거나(54명), 성호는 긋지 않고 속으로 기도하거나(56명), 밖에서는 기도하지 않아서 성호경을 바칠 일이 없다(20명)는 등 집이나 성당 밖에서는 성호를 긋지 않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생명위)는 6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피정의 집에서 ‘2025년 본당 생명분과 정기연수’와 ‘생명위 설립 20주년 기념미사’를 개최했다. 생명위 부위원장이자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6월 29일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생명위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생명을 위한 여정이라는 고통과 희망 속에서, 생명의 복음을 새롭게 전하는 공동체라는 새로운 2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생명 수호는 어떤 이념이나 운동이 아닌 복음 그 자체이며, 십자가 위에서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사 중에는 서울대교구 본당 생명분과 서봉흠(요셉·서울대교구 하계동본당) 교구 대표가 2011년부터 생명 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정순택 대주교 명의의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생명위 전임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시몬·서울대교구 압구정1동본당 주임)와 생명위 연구위원 이동호(프란치스코) 신부가 축하 자리를 함께했다. 미사 전 연수에서는 본당 생명 분과의 생명 수호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자 생명위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강사들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가정형 호스피스 바로 알기 ▲환자와 가족의 영적 돌봄 등 주제로 강의했다.
한국 사회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전국 각 교구 신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노동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과 연대하며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몸소 체험했다.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교육관에서 노동사목 전국 신학생 연수 ‘죽은 지구에는 일자리도 없다’를 개최했다. 이번 연수는 노동 문제뿐 아니라, 기후 위기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조망하고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연수 둘째 날인 25일 신학생들은 세종호텔을 상대로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을 비롯해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사무국장,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부당한 정리해고, 노조 가입자에 대한 차별, 고용 불안 등 구체적인 현실을 증언하며 입장을 생생히 전달했다. 신학생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농성이 노동자의 요구를 사회에 알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더 널리 연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며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만남 후, 이들은 롤링 페이퍼에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며 응원했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신학생들이 농성의 의미와 노동자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사회의 기억 속에 잊히고 만다는 절박함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토크콘서트’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조합 임원들이 방문해 노동자들이 받는 비인권적 대우와 그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경영·구조적 실태를 알렸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새로운 노동·인권 문제로 떠오른 배달 노동자,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등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았다. 노동자들과의 만남 외에도 이번 연수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의 노동과 정의로운 전환 ▲사회교리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와 노동의 미래 주제 전문가 강의도 마련됐다. 올해 연수는 인천, 부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함께 준비했다.
서울대교구 한남동본당(주임 김종호 야고보 신부)은 2011년부터 지역사회 내 고립된 이웃들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 사업 ‘한남동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섬김’을 꾸준히 펼쳐왔다. 올해부터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정혜란 카타리나, 담당 김민숙 요세파 수녀)가 독거노인, 여성 노숙인, 이주노동자 가정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은 특히,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고립된 이웃에게 공동체의 손길을 전한다’는 취지를 중심에 둔다. 올해 본당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24명에게 매주 고기와 생선이 포함된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한 후원자의 기부로 마련한, 매번 반찬 구성이 달라지는 도시락도 매주 지원 대상자당 2개씩 제공한다. 성당에 직접 오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신자들이 직접 방문해 반찬을 전한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따뜻한 명절 음식도 나눈다. 사업은 독거노인들이 마음을 열고 일상 속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매주 성당에 음식을 받으러 오는 길은 이들에게 외출의 동기를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본당 봉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산책하거나 이웃을 방문하는 기회로 이어진다. 배달 봉사자들도 방문 시 말벗이 되어주며, 이는 고립으로 인한 우울감 해소와 고독사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해 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위로가 된다. 본당은 또한 4년 전부터 부활·성탄 대축일마다 여성 노숙인 쉼터 ‘디딤센터’의 30여 명과 이주노동자 가정 아동들이 다니는 ‘열국학교’ 학생 10여 명에게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들에게는 화장품, 실내복, 슬리퍼 등 스스로 마련할 수 없거나 다른 입소자가 쓰던 것을 물려 쓰던 물품들을 선물한다. 이주노동자 아이들에게는 과일과 과자 등 간식을 주로 전한다. 출근한 부모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성장기 특유의 배고픔과 정서적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아이들은 올 여름방학 때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서울시티투어도 떠날 예정이다. 과거 자신이 돌보던 독거노인과 해마다 한 번씩 노래방을 함께 가곤 했다는 사회사목분과 임영주(아가타) 씨는 “지상에서 우리와 함께하셨던 그리스도처럼, 단절된 이웃에게 마음을 터놓을 벗이 돼주는 것이야말로 가톨릭 사회복지의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신부는 “마음을 둘 곳 없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약자”라며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본당 봉사자들을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왜관본당(주임 허성석 로무알도 신부)은 오는 2028년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인 ‘왜관 영성학당’을 개설한다. 강좌는 2025년 7월 17일부터 2028년 12월까지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열리며, 본당 신자뿐 아니라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본당은 3년 앞으로 다가온 설립 100주년을 준비하며 ‘복음의 정신을 삶으로 드러내는 신앙 공동체’라는 본당 사목의 근본 목표에 따라 ▲본당 구조와 운영 방식 변화 ▲신자 재교육 ▲역사 정리와 기록이라는 세 가지 역점 과제를 설정했다. 역점 과제 가운데 신자 재교육 차원에서 진행하게 될 왜관 영성학당은 영성 심화를 통해 신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게 하면서,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 강화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강의는 7월 17일 ‘전례란?’을 주제로 허성석 신부가 직접 강의한다. 9월 18일 ‘순교와 순교성월의 의미’, 10월 16일 ‘전례와 신심행위’, 11월 20일 ‘그리스도교적 죽음’ 주제 강의도 허 신부가 맡는다. 12월 4일에는 대림특강을 겸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윤종식(티모테오) 신부가 ‘전례와 영성생활’을 주제로 강의한다. 왜관 영성학당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강의 이외에도 매 주일 오전 6시30분과 10시30분 미사 강론 후 5분 교리, 사순 및 대림 특강, 기타 주제별 특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례와 영성 생활, 순교 영성, 기도 입문, 렉시오 디비나 등 폭넓은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허 신부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꿈꾸는 것에 주년의 의미를 두고, 구체적으로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현하는 공동체의 모범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이라며 “단순히 일회적 행사로 끝나지 않고 우리 본당 공동체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 054-971-0226
대전교구는 6월 24일 교구청 총대리 주교 집무실에서 성 마리아 고레티(Maria Teresa Goretti) 유해 전달식을 열었다. 전달식에서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는 계룡본당(주임 배승록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과 원신흥동본당(주임 유탁준 라파엘 신부)에 성인의 유해를 전달했다. 교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성인의 순결한 신앙과 용기를 전하기 위해 이번 유해 전달식을 마련했다. 유해는 2024년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앗 리미나) 중 이탈리아 넷투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을 찾은 한정현 주교가 성인 유해를 관리하는 도미니코회로부터 받은 유해 4점 중 일부다. 교구는 나머지 성인의 유해도 청년 사목에 힘쓰는 교구 내 본당과 기관에 전할 예정이다. 마리아 고레티는 1890년 10월 16일 이탈리아 안코나 주 코리날도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자신을 겁탈하려는 알레산드로의 공격 속에서도 끝까지 정결을 지키며 생을 마쳤다. 임종 직전 그녀는 알레산드로를 용서했고, 이 용서는 알레산드로의 회개를 이끌었다. 훗날 그는 꿈속에서 백합꽃을 들고 나타난 성인을 만나고 회심했으며, 모범수로 복역을 마친 뒤 카푸친 작은 형제회에 입회해 청지기와 정원사로 지내다 1970년에 선종했다. 마리아 고레티는 1950년 6월 24일 성인품에 올랐다. 당시 시성식을 주례한 비오 12세 교황은 성인을 ‘20세기의 성녀 아녜스’라고 칭송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6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대교구 자양동성당(주임 임재민 벤자민 신부) 로비에는 손 글씨로 쓴 성경 구절들이 크고 작은 액자에 담겨 전시됐다. 본당 성가정회(회장 김진예 마리아)가 주최한 ‘성가훈 액자 전시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전시회에는 총 30점의 성가훈이 전시됐다. 성경 말씀을 가족의 ‘가훈’으로 정하고 손 글씨로 써 내려간 작품들은 단순한 꾸밈을 넘어, 말씀을 중심에 둔 가정의 지향을 드러냈다. ‘성가정 만들기’를 취지로 마련된 행사는, 가족이 함께 본당에서 제시한 성경 예시문을 읽고 묵상한 뒤 기도 안에서 자신들의 성가훈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말씀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각 가정이 말씀을 선택한 배경과 동기 등도 함께 소개하면서, 행사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말씀을 나누는 공동체의 장으로도 의미를 더했다. 김해주 회장은 “말씀 안에서 내가 변하고 가정이 변화돼 성가정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시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