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학교를 찾아서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7·끝) 청주성신학교

얼마 전, 임신한 아기가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자 34주된 태아를 제왕절개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보도됐다. 친모는 “아이가 살면서 주변에서 받을 고통과 평생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게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비극과 불행만 존재할 뿐”이라는 댓글들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방문한 정서장애 특수학교인 청주성신학교(교장 오경옥 스텔라 수녀). 자리에서 차분히 그림을 그리고, 친구와 자동차 놀이를 하고, 걸그룹 춤을 빼어나게 따라 추고, 처음 보는 손님에게 환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학생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 갇혀 있었던 학생들은 교사에게 눈을 맞추고 웃는 법을 배우며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이다. 정서장애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의 풍경은 비극이 아닌 희극이었다. 청주성신학교에서 천국이 떠오른 이유는 교사와 학생들의 얼굴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주성신학교 고등학생들이 자전거 종주를 하고 있다. 청주성신학교 제공 ■ 모두가 존엄한 그리스도의 정신 깃들다 정서장애는 타인에 대한 반응과 감정이 결핍돼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형성을 하는 것이 어려운 장애를 말한다.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눈맞춤이나 미소, 포옹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잦은 도전행동도 문제가 된다. 자신을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고, 우는 등 파괴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보호자는 도전행동이 발생하는 양상을 파악해 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청주성신학교는 자폐성 장애를 비롯한 지체장애, 지적장애, 정서행동장애, 의사소통장애 등 다양한 정서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 222명을 교육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학교는 2001년부터 청주교구가 운영을 맡고 있다. 모든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창조하신 그리스도의 정신을 바탕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은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여러 장애가 함께 있는 중도·중복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변화에 취약한 정서장애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육방법은 일관되게 지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주성신학교는 기본 일상생활 습관 형성을 돕는 지속적인 교육과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한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 적응을 위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신체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교육도 펼치고 있다. ■ 사회에 적응하는 사람 청주성신학교의 점심시간, 학생들은 식사 후 체육관에서 걷거나 활동실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역도실에서 역도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쉬는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을 돌봐야 한다고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학생들 옆에는 줄곧 교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식당에 가지 않으려는 학생을 위해 교실로 밥을 가져와 함께 먹거나 식판 앞에 엎드린 학생에게 밥 한 숟갈을 내미는 교사의 마음은 사랑이었다. 교사가 없는 세상에서 홀로 서기 위해 규칙과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해를 하거나 밥을 입에도 대지 않는 학생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꾸준한 노력으로 어느새 혼자 밥을 먹거나 선생님의 눈을 보며 미소 짓는 학생들을 보면 그간의 노고가 눈 녹듯 사라진다는 게 청주성신학교 교사들의 설명이다. 박선주 교감은 “밥을 전혀 안 먹던 아이가 꾸준히 돌봐주고 노력해서 스스로 밥 한 숟갈을 떠먹던 순간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을 어렵지만 함께 노력해서 해냈을 때의 보람은 정말로 값지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생활습관이 점차 나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의 꿈두레 행동 지도 덕분이다. 상·하반기로 나눠 기본생활습관과 학교규칙을 지도하고 있는 청주성신학교는 인사하기, 바르게 앉기, 차례지키기 등 질서와 청결과 관련된 행동을 꾸준히 교육했다. 아울러 이를 잘 수행하면 도장이나 스티커를 지급해 행동 실천 의식을 고취했다. 그 결과 복도를 뛰어다니거나 수업시간에 자리를 이탈하는 학생이 크게 줄었다. 청주성신학교 역도부 학생이 장애인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청주성신학교 제공 ■ 함께 성장하는 사람 체육활동도 정서장애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교육이다. 청주성신학교는 걷기,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역도, 육상을 비롯해 올해부터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야구를 변형시킨 티볼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역도부는 제16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역도종목 종합 1위를 2명이나 배출했다. 청주성신학교 학생들에게 역도는 단순히 무거운 바벨을 드는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규칙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회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 시간이다. 역도부 강어진(13)군은 “역도를 하면서 대회에 나가서 메달도 따고 상도 타서 내가 무언가 잘한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사실 역도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역도실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일에 체육지도를 하는 김재식 교사는 주말에는 학생들과 전국으로 자전거 종주를 나선다. 코스는 무려 40㎞가량. 학생들의 신체활동과 도전의식을 높이고 또래와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성을 증진하고자 시작한 자전거 국토종주는 6년차를 맞았다. 김재식 교사는 “정서장애 학생들은 몸이 아프거나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체활동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어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그래서 목표를 작게 잡거나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편견을 깨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있는 학생들을 볼 때면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에게 보람된 순간을 묻자 “학생이 커피 한 잔을 건넸을 때”, “밥을 안 먹던 학생이 스스로 밥 한 숟갈을 떠먹을 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당연할 수 있는 일들을 어렵지만 교사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이뤄나가고 있는 청주성신학교 학생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보여준 희망은 학교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교장 오경옥 수녀는 “청주성신학교는 세상의 편견 때문에 외로울 수 있는 정서장애 아이들을 외롭지 않게 돌보려는 교회의 관심에서 시작됐다”며 “사랑스러운 학생들이 사회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청주성신학교 학생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청주성신학교 제공

발행일 2023-12-17 제3372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6) 충주성모학교

충주성모학교에서 열린 성탄제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이 난타공연을 하고 있다. 충주성모학교 제공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모학교(교장 이민경 크리스티나 수녀)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늘 둘씩 짝지어 다닌다. 옆에 선 교사가 손을 잡아 주거나 뒤에서 지켜보며 학생들 곁에 함께한다. 교사가 학생들의 눈이 되어 준 덕분에 아이들은 마음의 눈으로 본 세상을 사진으로, 그림으로, 공예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완성한 결과물에는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깊은 아름다움이 담겼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누군가에게 기적이나 희망과 같은 볼 수 없는 가치를 깨닫게 했다. 작은 사랑들이 모여 희망을 만들고 있는 현장. 충주성모학교에서는 매일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적의 시작 6·25전쟁이 끝나고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충청북도 지역에 자리를 잡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선교사 옥보을 신부는 가난과 장애로 희망을 잃은 아이들을 만났다. 옥 신부는 시각, 청각장애 아이들을 돌보고자 1955년 청주교구 야현성당(현 교현동성당) 옆에 충주성심맹아학원을 설립했다. 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는 1987년 충주성모학교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다. 교현동성당 옆에 있던 학교는 1997년 충주시 호암동의 산언덕으로 자리를 옮겨 꽃과 나무가 푸르른 풍경 속에서 학생들과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충주성모학교는 아름다운 성모언덕 위에서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학생, 바르게 행동하는 학생, 서로 돕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묵주기도 모임 ‘샛별성모’에 참여하고 있는 충주성모학교 학생들. 충주성모학교 제공 바르게 행동하는 학생 충주성모학교는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시각장애 특수학교다. 따라서 교육 안에서 그리스도교 영성을 구현한다는 점이 다른 특수학교와의 차이다. 교장 이민경 수녀는 “시각장애인은 대상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보다 불안도가 높다”며 “따라서 충주성모학교는 기능, 지식교육과 함께 내면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인성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칭찬을 전하는 ‘칭찬합시다’와 대림 시기 각자 천사가 돼 격려와 사랑을 나누는 ‘천사와 어린양’을 비롯해, 생태교육 중 하나인 ‘토종씨앗학교’에서는 소중한 토종 씨앗을 가꾸며 자연의 일부인 자신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기억할 수 있게 지도한다. 또한 십자가의 길, 부활달걀 그리기, 성탄제 등 종교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예체능 교육은 시각장애 학생들의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충주성모학교에는 어린이중창단과 핸드벨동아리 등 음악활동을 비롯해 육상과 투포환, 창던지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기 스포츠인 골볼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녀는 “음악, 체육, 미술 활동 안에서 목표를 이뤄나가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음악을 듣고 표현하며 정서적인 순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골볼 국가대표에 선발되거나 미술대학에 진학한 학생 등 예체능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충주성모학교를 다니고 있는 윤석현(16)군은 “항상 저와 함께하고 존중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서 학교를 오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며 “학교는 내 마음의 안식처”라고 밝혔다. 전공과 학생이 이료(안마) 실기를 실습하고 있다. 충주성모학교 제공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학생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것도 학교의 몫이다. 충주성모학교에는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해 어렸을 때 학교에 온 학생들도 있지만 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고 성인이 되고서 학교를 찾은 이들도 있다. 갑자기 부서진 삶에 생을 포기하려던 이들은 충주성모학교를 만나 다시 살 수 있게 됐다. ‘꿈’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생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충주성모학교에서 직업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수단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바꾸는 중요한 여정이다. 안마를 배우는 이료 교육도 그 중 하나다. 충주성모학교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아실현을 돕기 위해 이료재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부생리, 병리교육을 비롯해 지압, 전기치료, 한방, 침구 등 이론수업과 실습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안마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학교 한켠에 있는 카페, 보을마루는 학생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을마루 학교 협동조합을 만든 충주성모학교는 보을마루 안에서 직업재활 훈련과 보건안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카페에서 서빙과 배달을 하며 대인관계 기술과 사회성을 배우고 학생들이 만든 비즈제품과 유기농산물, 공산품 등을 판매해 학생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보을마루 한켠에 안마실을 두고 지역 주민들에게 보건 안마를 제공, 이료전문인으로서 갖춰야 할 심화능력을 교육한다. 4년 전 병으로 시력을 잃고 현재 충주성모학교 전공과에서 안마기술을 배우고 있는 김주석(59)씨는 “60세가 다 돼서 앞을 못 보게 되자 가족들에게 짐만 되는 게 싫어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며 “힘든 시기에 충주성모학교를 만났고, 이곳에서 꿈을 찾으면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됐고 내 자신이 짐이 아닌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충주성모학교는 꿈을 찾아주고 나를 살린 소중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충주성모학교에서 함께하고 있는 학생들은 눈으로는 빛을 볼 수 없지만, 장애를 딛고 당당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밝게 빛나게 하고 있었다. 교장 이민경 수녀는 “우리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고 빛이 난다”며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함께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해 타인을 돕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충주성모학교에 마련된 성모의 정원. 충주성모학교 제공 충주성모학교에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만든 공예작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발행일 2023-12-10 제3371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5) 충주성심학교

파견학급 초등학교 학생들이 긍정적 자아 개념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충주성심학교 제공 11월 24일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교장 홍향순 마리베네딕다 수녀)의 점심시간. 초등학생 20여 명이 모여 있지만, 식당 안은 조용하다. 소리를 내지 않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학교를 방문한 이방인을 살피던 학생들은 어깨를 치고 손인사를 건넨다. 몇몇 아이들이 전한 인사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특수학교가 아닌 곳에서 만났다면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상황. 뒤늦게 발견한 학생들의 눈을 마주하자 누구보다 반갑게 이방인을 환대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마음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으로 판단했던 많은 오해들은 그들을 배제하고, 그들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느님이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창조했다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 충주성심학교는 세상이 만들어낸 편견을 이겨내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사랑으로 키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 무거운 짐 진 자 사랑으로 품고자 문 열다 6·25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한 미국인 신부가 가난한 이들을 돕고자 한국을 찾았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청주교구 야현성당(현 교현동성당). 그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협의회를 만들고 국제가톨릭구제회에서 들여온 구호물품을 나눠주며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조셉 보러 윌버(Joseph Borer Wilbur), 한국명 옥보을 신부 이야기다.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했던 주민들은 구호물품을 나눠준다는 소식에 너나할 것 없이 성당을 찾았다. 이중에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 시력과 청력을 잃은 아이들도 포함돼 있었다. 옥보을 신부에게 장애를 가진 가난한 아이들은 하느님이 보내주신 선물과 같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자 옥 신부는 1955년 충주성심맹아학원을 설립해 시각장애 아동과 청각장애 아동 교육에 헌신했다. 이후 장애유형이 다른 장애아동들을 같은 공간에서 교육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1960년 학교를 분리했고, 농아학교는 성심농아학교(현 충주성심학교)라는 이름으로 교현동성당 옆에 세워졌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는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충주성심학교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스스로의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교육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가톨릭교회에서 세운 최초의 특수학교였던 충주성심학교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장애인 교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청각장애 아동 감소로 청각장애 학생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학교가 줄어들면서, 전국의 청각장애 학생들이 충주성심학교를 찾게 된 것이다. 현재 충주성심학교에는 충청도뿐 아니라 경상도와 강원도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생활시설에서 지내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충주 외 지역 학생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1999년 청주에 파견학급을 두고 유치부와 초등부를 운영하고 있다. 2023 연천군수배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서 우승을 한 충주성심야구단. 충주성심학교 제공 ■ 자립 돕고자 다양한 교육 실천 들리지 않는 학생들은 몸으로 자신을 더욱 잘 표현한다. 관찰력이 좋은 덕분에 체육과 미술 등 예체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게 정현애(아녜스) 교감의 설명이다. 충주성심학교는 이러한 학생들의 능력을 개발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청각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이해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성심 진로 EBS’(Exploration, Build, Spread)도 그중 하나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자아 이해 및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 활동과 건강한 직업의식을 형성하는 활동을 진행한 뒤 중학교 3학년부터는 다양한 직업 체험을 하고, 구체적인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을 배운다. 이를 통해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소질을 찾고 긍정적인 자아개념과 자아효능감을 높이고자 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장애를 극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AI로 소통하는 장애 없는 세상 만들기’는 인공지능 스피커 및 플랫폼으로 청각장애 언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수어를 활용한 코딩 프로그램을 구안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스스로 발굴하고 개발하도록 돕는다. 또한 학교 안에서 다양한 탄소중립 활동을 실천하는 ‘초록에는 장애가 없다’를 통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생태 시민의식을 함양할 뿐 아니라 장애와 비장애를 아우르는 포용 사회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충주성심학교 학생이 온라인 블록을 활용한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 충주성심학교 제공 ■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야구경기는 소리가 큰 영향이 없다고요? 야구방망이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듣고 안타인지 파울인지 파악을 하고 각 주자가 뛰어야 할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해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학생들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긴장하며 경기를 해야 하죠. 힘든 도전임에도 우리 아이들이 야구를 하는 이유는 장애가 자신을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예요.” 정현애 교감은 충주성심야구부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2002년 9월 창단한 충주성심야구부는 청각장애인들만으로 구성된 야구팀이다. 한국 최초 청각장애인 야구팀이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값진 것은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다.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길을 알려주는 교육 중 하나가 야구였다.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고 인내하는 방법을 배워가며 아이들은 학교 밖을 나와 홀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우게 된 것이다. 정성민(베드로·18)군은 “마음에 분노가 많았는데 야구를 하면서 차분해지고 인내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며 “일반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소통을 못해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는데, 충주성심학교에 와서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고 사회에 나가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교장 홍향순 수녀는 “우리 학교에 와서 장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면 늘 보람된 마음이 든다”라며 “한 명 한 명 건강하게 자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성심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성심학교 전경. 충주성심학교 제공

발행일 2023-12-03 제3370호 9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4) 인천박문초등학교

11월 9일 인천 동춘동성당에서 봉헌된 박문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 미사에서 학생들이 손가락을 마주쳐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슬기롭고 씩씩하고 서로 돕는 어린이” 노틀담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인천 동춘동 박문초등학교(교장 박원희 마리 루피나 수녀, 이하 박문초). 교육 사도직에 복음 교육을 통합시키는 노틀담수녀회 운영 비전에 따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큰 사랑), 큰 마음과 꿈을 키워가며(큰 뜻), 즐겁게 배우고 스스로 탐구하는(큰 배움), 영육이 건강한(큰 체력)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다. 복음에 기반을 두고 가톨릭 영성과 감사의 문화를 강조하며 전인적 인성교육을 펼치는 박문초의 교육 방향을 알아본다. ■ 모든 것은 감사로부터 박문초의 인성교육은 학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을 바라보게 만들고 부모, 친구, 교사 등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며 공감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교생이 매달 만드는 감사달력 등 실천적 교육 활동들은 학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학습이 아니라 일상에서 익히게끔 유도한다. 감사달력 제작은 학생이 매일 아침 달력에 그날 감사하게 다가온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작성하는 활동이다. 학교도 학생들에게만 맡겨놓는 형식적 교육에 그치지 않고, 깊은 관심으로 살피며 달별로 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평가 기준은 우수성보다는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에 달렸다. 학생 스스로 부모, 친구,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이 어떤 마음에서 자신에게 사랑을 베풀었고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있게 성찰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학기 전교회장 한재승(6학년)군은 “처음에는 감사한 일을 찾는 게 어려웠지만, 생각해내는 습관을 들이니 사소한 일에도 감사한 점들이 눈에 보여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들과도 사이가 점점 좋아진다”고 말했다. 박문초 학생들이 감사달력을 쓰며 갖추게 된 주변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로 나아간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감사편지 쓰기는 사회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희생을 한 사람들에게 학생들이 손수 쓴 편지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달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코로나19 의료진, 10·29 참사 당시 소방관과 경찰관들 수고에 감사를 표현하는 편지를 쓰고 전달했다. 인성부장 김동인(요한 세례자) 교사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숙한 인식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주고자 본교는 감사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상대방, 상황, 감정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감사 정신을 갖춘 학생들은 생명 존중 등 사회인으로서 깨달아야 할 고차원적 가치를 훨씬 쉽게 터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로 다른 학년 학생들이 함께하는 한우리 올림픽. 인천박문초등학교 제공 실천교리교육 중 성모님께 장미 꽃다발을 만들어 봉헌하는 박문초 학생. 영성 담당 송일순 수녀 제공 ■ 더불어 자라는 공동체 박문초 학생들은 학년별로 구성되는 정규반과 별도로 1~6학년 학생들이 골고루 섞인 ‘한우리반’에도 참여한다. 18개 반으로 구성된 한우리반은 학생들이 선후배와 알고 지내며 학교에 소속감을 갖도록 이끌고, 주인 의식을 심어주는 데 취지가 있다. 한우리반을 통해 박문초 학생들은 학년을 뛰어넘어 친구를 맺으면서 인간관계를 넓힌다. 한우리반 단위로 떠나는 월례 성지순례는 선후배가 서로 보듬는 여정이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가톨릭 신앙교육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기회가 된다. ‘한우리 올림픽’ 체육대회는 선후배가 돈독한 관계 위에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한다. 학기 초인 3월에는 ‘환영해요’, 졸업을 앞둔 1·2월에는 ‘잘가요, 선배님들’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마련된다. 고학년은 저학년을 책임감으로 이끌고, 저학년은 고학년을 따르며 교실 너머 가족적인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다. 2학기 전교회장 이지민(라파엘라·인천 동춘동본당)양은 “다른 학년, 다른 반 친구들도 다 같이 활동하는 한우리 올림픽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선배들을 믿고 따라주는 저학년 친구들이 귀엽고 또 고마워서 그 아이들을 챙기는 게 수고롭고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성지순례가 좋았다”는 한재승군은 “신앙은 없지만 동생들과 어울리는 게 행복해 신앙 얘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귀에 쏙쏙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천박문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만든 4월 감사달력. 인천박문초등학교 제공 성모 성월 학교 입구에 모셔진 성모님께 기도지향을 적어 나무에 걸고 기도하는 박문초 학생. ■ 하느님께 사랑받는 기쁨 박문초의 영성교육은 전교생이 매주 한 시간씩 듣는 영성수업을 포함해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분께 아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데 목표를 둔다. 그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면서 느끼는 기쁨으로 복음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천교리교육처럼 노틀담수녀회 카리스마에 기반한 다양한 영성수업 교수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하느님 사랑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맛볼 수 있다. 실천교리교육은 천이나 구슬, 돌 등 감각적 재료를 동원해 내면의 심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노틀담수녀회만의 신앙·인성교육 교수법이다. 예컨대 학생들은 성가정을 주제로 이미지를 꾸미면서 조건 없이 주어지는 부모님 사랑을 새롭게 느껴보고, 예수님이 나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하트, 별, 천 등으로 예쁘게 나타내고 내면화한다. 영성수업 시작 전 영성 담당 수녀와 함께 동급생 한 명을 위해 바치는 기도, 전교생 대상으로 매주 한 학급 학생들을 하나하나 호명해 축복을 빌어주는 금요일 아침 방송 기도도 무조건적인 하느님 사랑 체험의 창구가 된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기쁨으로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영성 담당 송일순(마리 쥴리나) 수녀는 “11월 위령 성월을 맞이해 학교 입구에 전례 장식으로 꾸며놓은 성모상에는 학생들이 신앙과 상관없이 스스로 다가와 전쟁과 질병 등 기도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 안에 이미 종교적 심성이 있어, 자신도 하느님께 사랑받았듯 자연스럽게 남을 사랑으로 섬길 줄 안다”고 전했다. 사랑받는 행복을 주는 박문초 영성교육이기에 신자·비신자 모두 신앙에 거부감 없이 스며든다. 아침기도 모임 리틀메리에는 비신자 학생들도 스스로 참가해 묵주기도를 바친다. 학년 및 전체 미사 봉사 활동을 펼치는 어린이전례단 안젤루스는 전교생 선망의 대상이다. 리틀메리와 안젤루스에 모두 참여하는 5학년 명혜원(루치아·인천가톨릭대 성 김대건본당)양은 “본당에서도 신앙생활을 하지만 영성수녀님과 함께 전례와 신심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하느님 사랑을 듬뿍 체험한다”고 말했다. 교장 박원희 수녀는 “복잡한 에듀테크 기술이 넘쳐나지만, 교육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며 “학생 하나하나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을 주는 본교 교육은 학생들을 공동체와 화합할 줄 아는 전인격적 인재들로 길러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린이전례단 안젤루스 학생들이 송일순 수녀에게 교리를 듣고 있다. 인천박문초등학교 제공

발행일 2023-11-19 제3368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3) 대전성모초등학교

대전성모초등학교 전경. 11월 1일 찾은 대전성모초등학교(교장 이계현 마리아 수녀, 이하 대전성모초) 수업시간. 한 반에서는 아이들이 영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고, 다른 반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연습이 한창이다. 동양화 수업 중인 아이들의 그림에는 가지각색 개성이 담겨있다. 칠판과 책상만 보고 공부하기보다 친구, 선생님과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학교 안에서 꿈을 찾고 있는 아이들. 혹여 학교를 처음 방문한 외부인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까 싶어 아이들에게 묻자 “학교는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터”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열심히 놀고 부딪치며 나를 찾아가야 하는 시기, 대전성모초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 주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은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대전성모초의 교육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 세상의 빛과 소금 되는 인간 양성 예수수도회 창립자인 메리 워드 수녀(Mary Ward·1585~1645)는 여성들도 교회 안에서 합당한 지위를 갖고 일할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선구자였다. 이후 메리 워드 수녀는 소녀들 교육에 매진했다. 이후 그가 강조한 여성 평등 교육 정신은 한국까지 전파됐다. 1964년 한국에 진출한 예수수도회는 1966년 대전성모초등학교, 1969년 대전성모여자고등학교를 차례로 세웠다. 여자 어린이들만 모집했던 대전성모초는 지역 사회의 요구에 따라 1970년부터 남녀 공학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성모초의 건학 이념은 ‘가톨릭정신을 바탕으로 삶의 현실을 복음의 빛으로 보고 이해하며 어린이 개개인의 학문적, 신체적, 사회적, 영적 잠재력을 계발해 정의롭고 유능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린다’이다. 아울러 감사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어린이, 자기를 다스리는 건강한 어린이, 스스로 탐구하는 창의적인 어린이, 개성을 키우며 소질을 발휘하는 어린이, 새로운 지식·정보를 활용하는 어린이 양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대전성모초 교장 이계현 수녀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저희 학교의 목표”라며 “따라서 자신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선하고 올바른 양심을 찾는 인성지도,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 의식 함양이 가장 중요한 교육방향”이라고 전했다.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 대전성모초등학교 학생들. 학교는 인성함양을 위해 하루 20분씩 악기를 배운다. 대전성모초등학교 제공 성모예술제에서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하는 학생들. 대전성모초등학교 제공 동양화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성모초 학생들. ■ 예체능 교육은 인성함양의 토대 대전성모초는 자녀가 사회성과 인성을 골고루 배우길 원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체육대회, 성악 경연대회, 영어·중국어·스키캠프, 독서 페스티벌, 기악 경연대회, 미술대회, 성모정기연주회, 연극발표회 등 학생들이 1년 동안 참여하는 활동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입학 후 1년간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우고 학년이 올라가면 가야금이나 다른 악기들을 선택해 학습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교실만큼 특별실도 많다. 수영장을 비롯해 음악실, 영어실, 미술실, 과학실, 컴퓨터실에서 실습을 진행하고 강당과 공연장에서는 각종 연주회와 발표회를 개최한다. 대전성모초가 예체능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서다. 이계현 수녀는 “악기나 연극을 배우는 것은 모두 공동체 작업”이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협동심과 함께 감수성을 키울 수 있고 배운 것을 발표하는 자리를 통해 자기 성취감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성모초 5학년 박은솔(율리아)양은 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우며 친구들과 협력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박양은 “초등학교에 와서 처음 악기를 배웠는데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배려하며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며 “가야금을 켤 때 다른 사람 소리를 잘 들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영역이 골고루 발달하는 전인적인 어린이로 성장하도록 성모8품도 운영하고 있다. 체력품, 정보품, 예능품, 국제품, 독서품, 학력품을 비롯해 인성과 봉사정신을 평가하는 인성품과 봉사품도 갖추고 있다. 각 품을 평가한 결과 5품을 획득하면 연말에 전인상을 수여한다. 영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성모초 학생들.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연과 나의 소중함을 배우는 대전성모초 학생들. 매년 두 차례 산내들 배움터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대전성모초등학교 제공 ■ 나와 세상 알며 성장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하는 교내 활동이 많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소홀해 질 수 있다. 대전성모초는 아이들이 매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소중한 나’라는 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월간, 주간, 일일 생활계획을 세우고, 실천정도를 체크, 감사한 일을 적는 노트는 이름처럼 소중하게 아이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다. 또한 한 주에 한 번 감사 일기를 쓰며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전성모초 학생들은 가장 좋아하는 활동으로 산내들 배움터 체험을 꼽았다. 전라북도 완주군 대둔산 인근에 분교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산내들 배움터는 매년 2회가량 학년별로 방문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수련장이 아닌 학교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시설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년 별로 다양한 주제로 체험을 진행한다. 1학년은 자기의 소중함을 배우고, 2학년부터는 친구의 소중함, 공동체의 소중함, 자연의 소중함,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6학년은 자연에서 뛰놀며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5학년 김주하(크리스티나)양은 “산내들 배움터에서 매년 자연 속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면서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성취감과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또래보다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 대전성모초 생활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전해진 말은 “행복과 기쁨”이었다. “성모초등학교는 화분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좋은 씨앗을 심어서 건강한 어른으로 열매 맺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5학년 나예성) “학원에서 숙제가 많아서 하기 싫었는데, 내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 생각을 하며 숙제를 다 했어요. 성모초등학교는 저를 응원해주는 응원단 같아요.”(5학년 오주성 요한 사도) “원래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학교에서 악기를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성격이 활발해져서 반대표도 하게 됐어요. 학교는 제게 너무나 즐거운 놀이터입니다.”(5학년 김민찬 요한 사도)

발행일 2023-11-12 제3367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2)살레시오초등학교

광주광역시 서구 매월동. 살레시오초등학교(교장 김선이 레지나 수녀) 정문으로 향하는 길옆으로 학생들이 그린 시화와 학교풍경화, 성인인물화가 줄지어 걸려 있다. 개교 60주년을 맞아 전교생이 정성을 다해 꾸민 작품들이다. 살레시오초는 10월 18일부터 사흘간 공연과 전시, 체험이 어우러진 ‘꿈나무 큰잔치’와 전남 순천으로의 ‘살레시오 가족 여행’, 마인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20일에는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직원,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한 행사로 의미를 더했다. 살레시오초 학생들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6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어린이 마음속 하느님 사랑의 씨앗을 ‘열매’로 살레시오초는 전 세계 97개국, 1만2000여 명의 수도자를 둔 살레시오수녀회가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수녀회를 설립한 청소년 교육의 선구자 성 요한 보스코(돈보스코)의 ‘예방교육’으로 ‘정직한 시민, 선량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기 위해 1963년 개교했다. 교훈은 ‘마음을 착하게, 몸을 튼튼히, 일을 부지런히.’ 2013년에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현재인 매월동으로 교사를 이전했다. 현재 18개 학급, 504명의 학생, 수녀 11명을 포함한 교직원 55명이 전인교육과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전하는 희망과 기쁨의 배움터를 일궈 나가고 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이 추구하는 예방교육의 핵심은 교육자가 학생들의 마음을 얻어 사랑받는 교육자가 됨으로써 학생들이 교육자의 가르침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들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게 하며, 하느님 사랑이라는 씨앗이 어린이들에게 있음을 믿고 그 씨앗이 열매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살레시오 영성 바탕 인성교육과 동아리 활동 살레시오초는 가톨릭 정신을 뿌리로 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인성교육에 있어 지역 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경 인물, 환경과 생태, 미디어 관련 교육과 독서를 통한 인성함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중 세계적인 살레시오 영성운동인 ‘SYM(Salesian Youth Movement)’를 실천하는 SYM 동아리 활동이 대표적이다. 진리를 배우고(Study), 기쁨을 나누며(Smile), 봉사하는(Service) 삶이라는 ‘3Star’ 정신을 바탕으로 SYM 동아리를 구성해 종교·봉사활동을 펼친다. 3~6학년 어린이들은 한 달에 두 차례 정기모임을 통해 성지순례, 지구 살리기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고 사회교리도 공부하며 하느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묵주기도성월을 맞아 SYM 동아리 어린이들이 묵주를 만든 후 가난하고 소외된 많은 이를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다. 살레시오초등학교 제공 살레시오초 학생들이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돕는 ‘모래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살레시오초등학교 제공 모래놀이 프로그램으로 창의성·자존감↑ 수업과 성적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돕는 ‘모래놀이’ 프로그램도 직·간접적인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주 1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모래와 여러 가지 소품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며 창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발달단계에 따른 성장에 힘을 얻는다. 정서적으로 힘겨운 상황에 있는 어린이들은 개인 모래놀이실에서 상담을 겸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장금옥(마리아) 수녀는 “언어상담이 아직은 낯선 저학년 어린이들이 모래와 소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자신이 직접 만든 창의적인 작품을 서로 자랑하며 자존감도 높아지고 상호 의사소통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레시오초의 모래놀이 프로그램은 지역 내 공립학교 교사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로 대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새로나 가족 모임’, 긍정적 관계 형성으로 학교 적응력 키워 살레시오초가 20년째 이어오고 있는 ‘새로나 가족 모임’은 외동 가정 어린이들에게 형제애를 심어주고 선·후배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어린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 각 학년 1명씩 6명으로 구성된 새로나 가족은 배려와 사랑을 통해 긍정적인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해 학교생활 적응력을 높이고 살레시오 가족 정신을 나눈다. 남녀 성비를 고려해 6학년을 큰언니로 두고 교사들은 2~3가족을 담당해 총 18개반 84개 가족으로 운영되고 있다. 3월 입학하는 1학년 막내부터 1월 졸업하는 큰 언니를 위한 축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월별 모임을 갖는다. 1년에 한 번씩 산행을 함께 하거나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새로나 가족여행을 떠난다. 이경준(도미니코) 교감은 “입학 초기 낯설어할 수 있는 1학년들은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되고 고학년이 되면 책임감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며 “6년간의 새로나 가족 모임을 통해 상급학교 그리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꼭 필요할 관계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교황주일을 맞아 학교를 방문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가 어린이 대표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살레시오초등학교 제공 ‘교육은 마음의 일이고 그 마음의 주인은 하느님’ 교육적·선교적 사명을 지닌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답게 살레시오초는 전 세계 어린이들과의 연대와 도움이 필요한 곳을 위한 지원도 활발하다.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몽골 현지에 개교한 노밍요스초등학교와는 2018년 자매결연하고 상호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올해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선교하는 정경진(스콜라스티카) 수녀를 통해 아프리카 상황을 듣고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매월 모든 어린이는 세계기금을 자발적으로 모으고 있으며, 올해는 캄보디아와 에티오피아, 몽골 어린이를 지원했다. 학부모 활동도 활발하다. ‘살레시오 학부모 독서회’는 매월 선정도서를 읽고 독후 나눔, 연 1회 작가 초청 행사를 갖는다.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책 놀이’는 어린이들이 즐겨 찾아 엄마 목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가톨릭 어머니 모임’은 매월 두 차례 살레시오수녀회 수도자와 정기모임을 갖는다. 신자 어머니를 위한 교리교육,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영성 나눔, 복음 나누기 등을 통해 학부모이자 신자로서의 방향성을 찾고 있다. 김선이 교장 수녀는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인성교육에 대한 확신으로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교, 교직원들이 자부심 속에서 사랑으로 가르치는 학교로 지역사회 안에 자리잡고 있다”며 “‘교육은 마음의 일이고 그 마음의 주인은 하느님’임을 기억하고 어린이들 마음에 뿌려진 하느님 사랑을 발견하도록 교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3-11-05 제3366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1)대구 효성초등학교

효성초등학교 학생들이 10월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교내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대구 효성초등학교(교장 박비오 비오 신부)는 12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톨릭계 사립초등학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의 모교이기도 한 효성초교는 대구대교구 학교법인 선목학원(이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소속으로, 가톨릭 이념에 따라 믿음·봉사·사랑을 실천하는 어린이를 양성하고 있다. 효성초교는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지성교육과 감성교육을 펼친다. 외국어 교육과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하기에 앞서 우리 전통문화를 먼저 체험하고 공부한다. 인간다운 인간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효성초교를 찾았다. 스마트칠판 등 최신 미디어장비로 교육을 받고 있는 효성초교 학생들. ■ 새벽별 효성초교는 대구의 첫 사립초등학교다. 1898년 당시 대구본당(현 주교좌계산본당) 주임이었던 김보록 신부(Achille Paul Robert·1853~1922)가 본당 교육관 ‘해성재’에 한문서당을 개설한 것이 그 출발이다. 해성재는 1908년 성립학교, 1924년 효성여학교, 이듬해인 1925년 효성여자보통학교, 1941년 효성국민학교, 1996년 지금의 효성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면서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오랜 세월 주교좌계산본당과 함께한 효성초교는 부지가 협소하고 건물이 노후화되어 새로운 학교 건물의 필요성을 느끼고, 1993년 계산동에서 송현동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에 이른다. 이름 ‘효성’(曉星)에는 학교가 나아가고자 하는 교육철학과 목표가 담겨 있다.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한 효성은 새벽별, 즉 새벽까지 남아있는 별을 말한다. 교장 박비오 신부는 “효성은 가장 마지막까지 어둠 속에 남아 자신의 빛을 드러내는 별이기에 ‘희망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이 시대에 희망의 별과 같은 인재가 되기를 바라며 교직원과 학부모 등 모든 효성 가족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1913년 제2회 졸업식 기념촬영. 효성초등학교 제공 대구 주교좌계산본당과 함께하던 시절인 1991년 열린 소체육대회. 효성초등학교 제공 1984년 네트워크 시스템이 갖춰진 컴퓨터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효성초등학교 제공 10월 18일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는 효성초교 학생들. 효성초교는 1984년부터 네트워크 시스템이 갖춰진 컴퓨터실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인성교육에 주목 ‘효성’과 같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는 인성교육에 주목한다. 학생들을 완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면서 그들이 따뜻한 인성,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을 지닌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인성교육은 각 학년에 맞게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딱딱한 교재 없이 수녀와 학생, 그리고 학생 서로 간에 소통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과 공동체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학년 간 의형제 모둠도 눈에 띄는 활동이다. 1학년 신입생이 입학 초기 학교에 적응하도록 6학년이 각각 의형제를 맺고 학교생활을 돕는다. 의형제를 맺은 학생들은 선후배 간의 정을 다지고, 핵가족에서 느끼기 어려운 형제애를 느끼면서 협동심과 인내심을 배운다. ■ 다양한 지성·감성교육 효성초교는 인성교육을 통한 안정된 생활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지성교육, 다양한 문화체험으로 이뤄지는 감성교육을 펼치고 있다. 1982년부터 영어를 특별활동 교육에 포함시킨 효성초교는 현재 영어와 중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영어 수업은 토론, 발표, 연극, 뮤지컬, 독서 논술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이 소그룹으로 진행된다. 중국어 교육은 3학년부터 주당 1시간씩 실시된다. 효성초교는 학년에 맞춰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어학연수와 문화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6학년이 오스트레일리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효성초교는 체육·음악·미술 등 감성교육으로 교육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미 1915년에 대구 최초 악대부를 창설한 바 있는 효성초교는 현재 90여 명 단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며 각종 교내외 행사와 대회, 정기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기타와 드럼 등 그룹사운드 음악을 하는 ‘락키즈’(Rock Kids) 활동도 인기가 높다. 현재 21기가 활동하는 락키즈는 11월 3일 오후 6시30분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효성초교는 지역 컴퓨터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198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교내에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컴퓨터실을 개관했다. 효성초교는 현재까지도 최신 시스템을 운영하며 컴퓨터 교육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한복을 입고 전통 예절교육을 받고 있는 효성초교 학생들. ■ 행복한 학교를 위해 외국어 교육과 해외문화체험 등을 하기에 앞서 우리 문화를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 효성초교의 교육방향이다. 효성초교는 전 학년 판소리와 민요 등 국악 교육을 실시한다. 개인예절과 가정의례, 생활예절, 다도예절을 익히며 기본예절을 내면화한다. 조상들의 장인정신을 되새기고자 도예 교육을 하고, 도자기 전시회를 열고 있다. 결국 효성초교의 이 모든 교육은 가톨릭 정신에서 비롯된다. 부와 명예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효성초교는 가르친다. 효성초교는 믿음, 사랑, 봉사와 같은 가치를 학교생활 안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것에 교육목표를 둔다. 박비오 신부는 “효성은 125년 동안 변함없이 교육의 본질인 ‘인간다운 인간 양성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추구해 왔다”며 “효성은 비록 학생들의 미성숙한 모습과 마주할지라도 학생들을 그 자체로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며, 그들 안에 숨겨진 ‘거룩함’이 바르게 표현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행복한 학교를 추구하는 효성초교는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2024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온라인 원서 접수) ※문의 hyoseong.dge.es.kr 효성초등학교 홈페이지

발행일 2023-10-29 제3365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40)계성초등학교

“슬기롭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서울 반포동 계성초등학교(교장 정영숙 데레사 수녀, 이하 계성초)는 교육 사도직으로 복음화를 실현하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운영 철학대로, 인성·신앙교육 위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다. 1882년 조선대목구가 세운 가톨릭 사학 인현서당에서 출발한 계성초는 전국 초·중·고교 최고(最古)의 역사 또한 자랑한다. “이른 새벽 동쪽 하늘에서 아침을 열(啓)어주는 ‘샛별(星)’”이라는 교명대로, 품성 선한 어린 샛별들을 140여 년 한결같이 가꿔온 계성초의 교육을 소개한다. 계성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나비, 애벌레 등 작은 생명에게 편지 보내기 활동을 하고 있다. 계성초등학교 제공 ■ 함께 소중한 우리 계성초는 환경 감수성, 생명 존중과 정의·평화 실천 의식을 아울러 함양하는 생태 전환 교육에 초점을 둔다. 생태 교육을 큰 범주로 생태, 생명, 정의·평화를 국어, 사회, 과학 등 학년별 교과 내용에서 주제가 통하는 단원과 연계해 가르쳐 학업 능력 신장도 도모한다. 생태, 생명, 정의·평화를 주제로 각각 집중 교육 기간도 진행한다. 올해 7월은 친환경 제품을 조사해 파워포인트, 영상, 그림 등이 어우러진 인포그래픽을 제작하고 나누는 친환경 제품군 알아보기(6학년) 등 학년별로 내실 있는 생태 교육이 1주간 이뤄졌다. 12월에는 1주간 가정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하기(2학년), 플로깅(6학년) 등 실천이 강조되는 활동들이 계획됐다. 실천을 이끄는 교육 방향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많은 학생이 교내 ‘학생기후행동 365’ 동아리에 지원해 지역 생태 사도로서 ‘서초구탄소제로지킴이(이하 서탄지)’ 활동에 스스로 나서고 있다. ‘서탄지’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바쳐 교내 식당 앞에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생태 메시지를 전파하기도 한다. ‘서탄지’ 회원인 6학년 황지원(요안나·반포2동본당)양은 “세상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가 직접 깨닫고 나서도록 학교가 도와주는 게 마음에 든다”며 “공부는 따로 문제집을 풀면서 할 수 있어도 이런 특별한 교육을 받을 기회는 드물다”고 말했다. 5월과 6월 1주씩 집중 진행된 생명 존중, 정의·평화 교육은 초등학생에게 가르치기 어려운 생명과 정의·평화 개념을 물에 젖듯 배울 수 있게 했다. 나비, 애벌레 등 작은 생명에게 편지 보내기(1학년), 나와 ‘깐부(단짝)’를 맺은 주변 생명 소개하기(5학년) 등 생명을 향한 인간 본연의 애정을 일깨우고 책임감도 키운다.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 포스터 만들기를 한 6학년 김태준군은 “자료 조사가 특히 보람찼던 건 지구 반대편 굶는 사람들에게 가슴이 먹먹한 슬픔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겐 풍족한 음식을 직접 나눠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의·평화 교육은 정의와 평화가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세상과 좋은 관계를 맺는 지혜임을 학생들이 쉽게 배우게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한테도 전하는 우정 팔찌 만들기(1학년) 등 인간관계 개선부터 다문화 가족에게 격려 편지 쓰기(2학년) 등 지구촌 이웃과 연대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방향은 인권과 통일 등 이론적 주제를 학생들이 흡수하듯 배우게 이끈다. 특히 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통일 신문 만들기(6학년)는 아이들이 스스로 지면을 구성하고 모둠원과 협력해 기사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 참여가 두드러졌다. 6학년 이유완(스테파노·방배4동본당)군은 “우리와 다른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이좋게 지낼지 연구하는 게 특히 재밌었다”며 “책만 보고 아는 건 내 것이 되지 않지만, 직접 찾아내고 만들어 내 걸로 만드는 보람이 평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계성초등학교 학생들이 개교기념 및 첫영성체 미사에서 처음으로 성체를 모시고 있다. 계성초등학교 제공 ■ 내면의 인성 잠재력을 향한 믿음 계성초는 “누구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가톨릭 인간관에 따라 학생들의 인성 잠재력을 신뢰하고 스스로 덕목을 실천하도록 계발한다. 계성초만의 미덕 교육 프로그램 ‘버츄 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가치관에서 실행되고 있다. 실천하는 기쁨에서 미덕을 배우게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용기, 칭찬 등 52가지 미덕 중 자신은 물론 친구의 실천 사례를 칭찬하는 미덕 나누기, 미덕 일기 쓰기 등 학년 공통 활동은 학생들의 자아존중감 형성, 타인에 대한 존중 교육을 한꺼번에 이룬다. 특히 선한 마음을 구체적인 사물로 만들어 실천할 동기를 불어넣어주는 것도 ‘버츄 프로젝트’의 노하우다. 종이접기, 팔찌 등의 형태로 친구에게 미덕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하며(2학년), 미덕 실천을 보석으로 형상화해 보석 52개를 모으는 ‘보석 모으기’ 활동으로 영적행복감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가톨릭인성교육운영부장 김수현 교사는 “칭찬을 말로만 하면 학생이 옳은 일을 해도 그 보람을 곧 까먹지만, 구체적 사물을 보며 ‘내가 이만큼 용기 있고 배려를 잘하는 아이구나’ 하는 사실을 계속 상기해 행동 동력과 자긍심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믿음을 중심으로 계성초 인성교육은 모든 걸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데서 원동력을 얻는다. 전교생이 1주 1회 종교 수업을 통해 신약성경(1학년), 구약성경(2학년), 도덕 및 가톨릭 교리(3~6학년)를 배운다. 학생들 첫영성체 미사로도 봉헌되는 9월 개교기념 미사, 11월 가을걷이 감사 미사 등 전교생이 함께 참례하는 미사는 가장 효과적인 신앙교육의 장이다. 매일 교내 방송으로 송출되는 아침기도와 삼종기도처럼 교내에서 생활화된 기도와 전례력에 맞춘 기도도 두드러진다. 사순 시기에는 학생들에게 예수님 사랑을 기억해 그분을 닮아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고 독려한다. 성주간에는 전교생이 반별로 샛별관(체육관)에 모여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 신앙 강요가 아니라, 학생들 내면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특히 5월 ‘성모님의 날’에는 성모님 그림 그리기(1·2학년),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쓰기(3~6학년)를 통해 애덕을 갖춘 성인을 공경하며 자기가 받아온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된다. 조원석(율리아노) 교감은 “신앙 유무 상관없이 다들 한마음으로 본교 신앙 활동에 함께하는 것은 그 본질이 자연 보호, 생명 나눔, 평화 실천, 도덕 교육 전체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기초 인성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유년기에 칠판에서 가르칠 수 없는 내용들을 교육하는 본교 교육은 공부만 강조해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세상을 잘 살아갈 지혜를 심어주기에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계성초등학교 전경. 계성초등학교 제공

발행일 2023-10-22 제3364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39)제주 신성여자중·고등학교

제주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시절인 1909년, 파리 외방 전교회 마르셀 라크루 신부가 제주 최초로 여성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제주교구 학교법인 신성학원(이사장 문창우 비오 주교)의 전신인 ‘신성여학교’다. 신성여학교는 일제에 의해 강제 휴교되는 아픈 역사를 겪었지만 1회 졸업생 최정숙(베아트리체) 선생이 1949년 초대 교장이 되면서 학교 재건에 앞장서고, 제주 땅에 여성 교육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신성이라는 이름처럼 세상을 밝히는 샛별이 될 여성 인재를 양성해온 신성여자중학교(교장 송건중 베드로)와 신성여자고등학교(교장 좌성식 요한 보스코)를 찾았다. 활기찬 교실 분위기를 자랑하는 신성여자중학교 학생들.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는 신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 ■ 학생을 복음화의 삶으로 초대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신성학원은 경천애인의 이상을 품은 전인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이념으로 114년 역사를 이어왔다. 학교는 이 같은 교육 이념으로 학생들이 이웃을 위한 봉사와 나눔, 정의와 평화 실현, 생태 영성과 환경 보전 의식 등을 고취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신성여고는 비교과활동으로 제주 4·3 사건을 연구하는 평화동아리, 이주민봉사동아리, 농사동아리, 기후행동실천학교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글자 너머 세상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회·환경 문제에 눈뜨도록 한다. 학생들은 매해 국제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봉사를 위해 방문하는 나라의 지원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모금 캠페인을 주체적으로 펼친다. 문제집 바자와 신성마켓을 열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다. 신성여중은 제주도 내에서 ‘환경’을 교과목으로 편성한 유일한 학교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전하는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내실 있는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토대로 생태 영성을 키워가게 하려는 뜻이다. 샛별봉사단과 생명살림동아리반은 학교 옥상정원에 텃밭을 가꾸고 수확물을 장애인 생활시설인 제주 가롤로의 집에 전달하는 나눔 활동도 한다. ■ 그리스도교 정신 구현하는 교내 활동 신성여중·고 학생들은 학생 미사와 성모의 밤 등 다양한 종교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며 가톨릭 문화에 스며든다. 성모의 밤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초를 들고 의미 깊은 형상을 연출하는 시간으로 이뤄져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신성여고는 월요일 아침마다 ‘행복한 신성인들의 Pray time(기도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이 기도 지향을 적어 기도함에 넣으면 담당 수녀와 학생들이 묵주기도를 봉헌하는 시간으로, 신앙에 의탁하는 마음을 길러준다. 학생들에게 가장 호응이 높은 행사는 매년 진행하는 용서와 감사의 날 ‘애플 데이’. 이날 전교생은 평소 미안한 감정이 있는 친구에게 편지와 함께 사과를 건네면서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신성여고 2학년 김가연(안젤라) 종교부장은 “학교 안에서 신자가 아닌 친구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가톨릭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신성여중은 금요일마다 ‘경천애인’이라는 묵상조회 시간 안에서 성경 말씀이나 좋은 글귀로 학생들이 인성 변화를 이루고 사랑과 봉사의 삶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두 학교 학생들은 ‘솔리언 또래상담’ 프로그램으로 친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돌보는 마음을 길러가고 있다. 상담자로 참여하는 신성여중 3학년 조이준(라사르) 학생부회장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를 지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신성여자중·고등학교 전경. 신성여자고등학교 제공 신성여중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샛별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신성여고 학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 공부보다 중요한 ‘행복한 마음’ 신성여고에 가면 학생들이 운동장 군데군데 돗자리를 깔고 누워 게임을 하고, 정원의 흔들의자와 빈백 소파에서 편히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포토부스도 눈길을 끈다. 제주도 내에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신성여고는 각 지역의 쟁쟁한 학생들이 한데 모여 있다. 신성여고 김승언(요한 보스코) 교감은 “늘 선두를 달리던 학생들이 이곳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입시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모든 교사들이 사랑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돌본다”며 “학생들은 상상 이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학업의 압박감에서 잠시라도 해방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꾸준히 많이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 위해 자율학습실을 빽빽한 독서실 책상으로 채우기보다 스터디카페처럼 밝고 개방적으로 꾸몄다. 교정 곳곳에 마련된 야외테이블과 복도 1인 책상 등 원하는 곳에서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40여 개 동아리와 스포츠클럽을 활성화시켜 학생들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튼튼하게 챙길 수 있게 한다. 2학년 문서진 학생회장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의 시설에 놀라고 간다”며 “늘 저희를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하시는 선생님들의 배려를 느끼다 보니 선생님들과 유대 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행복한 마음은 모든 학생의 것이어야 한다. 두 학교는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해 Wee클래스를 운영한다. 상담 교사와 교목 사제가 학생들을 수시로 상담하며 마음을 돌보고, 학교 적응력을 향상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연다. ■ 학교에 부는 시노달리타스 바람 학생의 행복을 위한 노력은 신성여중 안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신성여중은 교회의 시노드 정신을 학교 안에서도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올해부터 교육 방침을 ‘경천애인을 바탕으로 소통과 존중으로 다(多) 행복한 학교’로 정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다음해 교육 과정 계획을 세우는 교육계획 주간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 활동과 행사를 제안하고 교사와 한자리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함께 결정한다. 문영미(헬레나) 교감은 “이 과정이 학생들의 창의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로 자리잡고, 학교 안에서 더 열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신성여중 학생들은 흥미와 취미, 적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편성하는 학생자율동아리도 꾸리고 있다. 학생들이 먼저 주체적으로 나서서 뜻을 모으고 지도교사를 찾아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며 창의 활동을 시도한다. 교사들도 교직원 회의 때마다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모두 성경 말씀 나누기를 실천하고 교사와 교사, 학생과 교사 사이 존중과 더 좋은 소통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송건중 교장은 “학교 공동체 안에서 열린 대화, 경청, 같은 마음으로 동행하며 학생들이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싶다”면서 “지식보다는 사람됨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이 지역과 사회를 밝힐 샛별로 자라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성여중 수학동아리 학생들이 수학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신성여고 학생이 복도에 마련된 학습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다.

발행일 2023-10-15 제3363호 20면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38)상지여자중·상지미래경영고등학교

‘참되고 올바르고 아름답게–조화로운 인격자, 책임감을 갖춘 지도자 육성’. 경북 상주시에 있는 상지여자중·상지미래경영고등학교(교장 손승덕 호세아 수녀)는 인간 구원이라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교육에 나서고 있다. 누구나 배워서 인격을 갖추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설립 이념을 토대로, 성실히 진리를 추구하며 참되게 살며 사회와 인간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책임감 있는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 교장 손승덕 수녀(가운데)와 학생들.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 제공 ■가톨릭 여성 교육 역사와 함께 상지여자중·상지미래경영고등학교의 역사는 1950년대 한국 농촌사회의 어려움을 지켜보던 독일인 사제 왕묵도(Reginaldus Egner) 신부가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1959년 함창성당 내에 ‘성경강습소’를 개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61년 ‘성모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왕묵도 신부는 1969년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설립했으며 당시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를 통해 1970년 상지여자중학교, 1973년 상지여자상업고등학교가 개교할 수 있었다. 상주 지역 여성 교육의 토대 역할을 해온 상지여자중학교(이하 상지여중)와 더불어 주축을 담당한 상지여자상업고등학교는 1984년 ‘상지여자종합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특성화고등학교와 인문계고등학교가 함께 운영되는 종합고등학교로 변화했다. 2015년에는 종합고등학교에서 특성화고등학교로 체제를 개편해 ‘상지여자상업고등학교’ 원래의 교명으로 변경했다. 최근까지 여자고등학교로 운영돼오던 상지여자상업고등학교는 올해부터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며 ‘상지미래경영고등학교’(이하 상지미래경영고)로 교명을 다시 변경하고 특화된 4개 과로 운영되는 기숙형 특성화고등학교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9월 14일 상지미래경영고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간호 실습을 하고 있다. 상지미래경영고 카페경영과 학생들이 ‘상상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와 제과를 판매하고 있다.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 제공 ■가톨릭 전인교육 정신 실현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는 설립자 왕묵도 신부가 이 땅에 실현하고자 했던 가톨릭 전인교육 정신을 이어받아 학생들이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활과 개교기념일 등 한 해 4차례 봉헌되는 미사를 통해 신자 학생들은 신앙을 키우고, 비신자 학생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참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집단 상담 뿐만 아니라 학업중단 및 위기 학생을 위한 맞춤형 상담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힐링 버스킹’, ‘등굣길 음악회’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음악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도모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일대의 박물관과 섬 인근 10㎞를 함께 걸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힐링 MRF(산길따라 강길따라 들길따라)’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민과 학부모를 위해 학교 시설과 전문 교사들을 활용한 바리스타·카페 음료 과정과 제과제빵 과정 등 프로그램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상지미래경영고 카페경영과 학생들은 지난해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커피·제과류를 판매하는 ‘상상베이커리 카페’를 교내에 열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 이외에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텀블러 사용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환경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상윤 교감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됐던 학교 분위기도 점점 활기차고 적극적인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지원으로 통학버스가 운행되는 등 총 3개관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도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지여중 학생들이 진로·인성교육을 받고 있다. 상지미래경영고 금융회계과 학생들.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 제공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 학교 전경. 상지여중·상지미래경영고 제공 ■소질·적성 고려한 맞춤형 취업 교육 특히 남녀 공학의 기숙형 특성화고등학교로 변모한 상지미래경영고는 ▲보건간호과 ▲금융회계과 ▲카페경영과 ▲부사관과 등 4개 과를 중심으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맞춤형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보건간호과는 보건 및 간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현장 실습교육을 통해 맞춤형 전문 간호 인력을 키우고 있다. 전공수업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으며, VR콘텐츠(분만간호, 신생아간호 등)를 활용한 디지털 수업으로 병원 현장에 대한 적응력도 높이고 있다. 금융회계과는 금융 및 회계·서비스 관련 분야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한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다. 졸업생들은 금융기관과 기업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며 산업체 특별전형 등을 활용해 우수 대학에도 진학하고 있다. 카페경영과 학생들은 바리스타, 제과기능사, 제빵기능사, 조주기능사, 떡제조기능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 관련 업종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업인력공단 조주기능사 자격시험에 3학년 학생 전원이 합격했으며, 바리스타 대회·칵테일 경연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부사관과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 군인을 양성한다. 2019년 전국 최초로 여군부사관과가 개설됐고, 올해부터는 남학생도 수업을 받고 있다. 올해 육군 및 해군 부사관 채용 1차 필기시험에 전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고, 다음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또 매년 드론 교육을 실시해 드론 관련 국가자격증에도 응시자 전원 합격하는 등 자격증 취득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예빈(보건간호과 2학년) 학생회장은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나 취업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우리 학교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승덕 교장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 나선 학생들이 잘 갖춰진 실습 환경에서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학업 역량은 물론 따뜻한 품성을 기르는 배움의 터전, 참된 마음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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