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38) 마음의 환경 18 소유와 의식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02-07-14 11:22:00 수정일 2002-07-14 11:22:00 발행일 2002-07-14 제 2307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더 많은 소유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펴고 일어나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산을 소유한다든지,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논이나 밭,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시설, 그것을 내다 팔 수 있는 상점, 이들을 운영하고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돈을 소유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든든한 일이다. 그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나의 삶을 유지하고 증진시켜나가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사유재산이 필요하다. 사유재산 제도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국가들이 번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남이 주인인 땅이나 회사에서 급료를 받고 하는 일은 몸만 아니라 마음도 쉽게 피로해져서 일하는 시간이 어서 지나가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고대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소유한 땅이나 집 또는 회사를 위해서 하는 일은 오래 견딜 수 있고 신바람 나기 일쑤다. 내가 주인공이고 하는 일마다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인가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으려 달려든다.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무엇인가를 소유해야 자신의 삶을 안정되게 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소유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것을 조달하기 위해 노심초사해야하고 많은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 노동의 고달픔을 잘 알기에 사람들은 충분히 소유하려하고 소유한 것을 잘 관리하려 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땅과 물건들은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고, 사람들의 소유욕은 한이 없는 데서 갈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유한 것이 진가를 발휘하는 때는 나의 삶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일에 그것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소유하고만 있어도 듬직한 것은 소비를 해야할 경우에 언제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실제로 소비하고 있는 것,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일정한 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들숨날숨에 필요한 공기 약 15㎥, 마실 물 3ℓ, 1.5㎏의 음식물과 생필품 약간이다. 이 외에 집과 자동차 등 기초적인 것들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생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을 확보한 상태에서 그 이상 지니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 법적으로는 내가 그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들도 나를 소유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잘 간수하고 관리하는 일이 그렇게 수월하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산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내가 실질적으로 더 많은 물건들을 소비하면서 남보다 삶을 몇 배로 더 살아가도록 허용되지는 않는다. 많은 소유물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에 따라 자연환경과 인간환경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생명유지에 가장 필요한 공기를 남보다 서너 배로 많이 흡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물이나 음식물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것에 소비하는 요소는 많이 소유한 사람이나 적게 소유한 사람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것은 의식의 문제이다. 기초생활이 가능한 정도로만 만족하는 소박한 생활을 통해서도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많은 소비를 위해 안달하면서도 마음의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오늘날 국민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소유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고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허리를 펴고 일어나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의식을 바르게 가지면 적게 고생하고도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성인들의 풍요했던 삶의 비결은 이러한 것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