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간 진행되는 교구 사별가족 돌봄모임 ‘치유의 샘’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미술테라피, 피규어테라피, 동작테라피 등 사별의 아픔으로 닫힌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특별히 모임의 막바지에는 다 함께 1박2일 여행을 떠납니다. 포천의 ‘힐데루시자연치유’라는 곳을 방문하여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을 나누고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하늘아래 치유의숲’을 찾아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생명의 기운을 깊이 호흡하고 느낍니다. 정성 가득한 요리를 먹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시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모임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웃고 떠드는 시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윷놀이 시간입니다. 봉사자들을 포함하여 네다섯이 한 팀을 이룹니다. 처음에는 체면을 차리며 얌전하게 윷을 던지던 참가자들이 몇 번씩 잡고 잡히다 보면, 깔깔 웃기도 하고 신나게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신문지로 정체를 숨긴 소박한 물건들을 먼저 고를 수 있다는 선물 우선권뿐이지만, ‘함께’하는 팀의 승리를 위해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윷을 던집니다. 얼마나 간절한지 말판을 담당하는 제가 실수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웃음 섞인 항의가 쏟아집니다. 윷놀이 앞에서는 신부인 저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그렇게 달콤살벌한(?) 시간이 끝나고 우승팀부터 꼴찌팀까지 선물을 하나하나 고릅니다. 그리고 웃음과 기쁨 가득했던 순간을 기념하며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모두 밝은 얼굴들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옆에 있던 수녀님이 한마디를 꺼냈습니다.
“여러분, 사별한 후에 늘 ‘내가 웃어도 될까’, ‘내가 기뻐해도 될까?’, ‘내가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될까?’ 고민하지만 윷놀이하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었죠? 그런데 여러분이 이렇게 웃고 떠들며 기뻐할 때 누가 가장 기쁘게 여길까요? 바로 여러분이 사랑했던 사람들이에요. 왜냐하면 하늘나라에서 누구보다 여러분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이기 때문이에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은 우리의 고통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우리 삶을 망치는 것은 그를 만족시키지도 않습니다.”(255항) 이처럼 먼저 떠나간 이들이 남겨진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의 행복입니다. 우리가 기쁘게 삶을 살아갈 때 먼저 떠나간 이들이 하느님 곁에서 함께 즐거워합니다.
따라서 교황님의 말씀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서 떠나간 이들과 나눌 기쁨을 조금씩 준비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 지상에서 더욱 잘 살수록 하늘나라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사랑의 기쁨」 258항)
글 _ 허규진 메르쿠리오(수원교구 제2대리구 복음화3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