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가페] 自己本位(자기본위)

金奎榮(西江大哲學科科長)
입력일 2023-09-12 17:17:12 수정일 2023-09-20 09:49:06 발행일 1968-10-13 제 639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어디에선가 이런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어느날 바다 없이는 살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 그 바다가 어디 있느냐? 대관절 어떻게 생긴 물건인가를 알고 싶어서 바다 속에서 이리 저리 다른 어족(魚族)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다가 나중에는 용궁(龍宮)에 이르렀는데, 용왕이 가로되 『이 나라에서는 나 없이는 살 수 없을 텐데, 또 무슨 바다라는게 있을 소냐!』 천지간 만물의 영장(靈長)임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 인간을 보고도, 저 동물들은 자기네들과 별다른 족속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동물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세계를 알아들을 능력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 인간사(人間事)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유례(類例)를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신자들은 예사로 믿고 있는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라는 말을 하면, 대뜸 비웃는 어조로 『현대에도 그런 것을 사실로 믿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참으로 어리석다는 표정으로 뇌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스로 과학을 좀 알았노라고 식자임을 자처하는 탓이다.

이런 분들에게 「성모의 원죄없으신 잉태」 교리를 말해준다면 듣기는커녕 말상대도 안할 것이다. 과학의 차원에서 종교의 영역을 알아볼 수가 없듯이 우리 인간이 자기들 척도(尺度)로 천주께서 하신 일을 재어보는 격이니 이해의 귀가 열릴리가 없다. 현대가 그저 좋다고 마구 따라가다가는 우리 신자들도 사신론(死神論) 운운하는 풍조에 휩쓸릴는지도 알 수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자기의 마음에 들땐 천주를 믿고 자기 비위에 거슬리면 하느님이구 뭐구 내버리는 인간의 자기본위의 신앙! 아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의 우리네 조상들인 치명복자들은 그러지 아니했더니라.

金奎榮(西江大哲學科科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