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그「죄」에 대한 「벌」로 5명의 「가정파괴범」들이 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강도강간, 강도살인 등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그들의 범죄는 많은 사람들의 묵시적인 긍정속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으로 다스려졌다. 보도매체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대로 그들의 행위는 가정파괴, 정신적 살인으로 지칭됐고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로써 그들에 대한 사형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지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한달,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한 그 「죄와 벌」은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있다. 하나의 사건이 그렇게 잊혀져 가고있는 동안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한 사제는『마치「눈에는 눈、귀에는 귀」로 통하던 함므라비법전 시대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남모르는 아픔을 달래고 있었다.
주수욱 신부. 노동 사제이자 서울 교도사목회 담당신부로 사형수들과 인간적、신앙적인 만남을 가져온 주신부는『그들이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면 그것은 바로 사회가 그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며 또한 비인간화로 치닫고있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강조하면서『가정ㆍ사회 그리고 교회가 함께져야 할 공동책임』을 역설했다.
『결코 그들의 행위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죽음이 하나의 보상작용이나 전시효과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신자들조차 아무런 반성없이 그들의 사형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주신부는『내가 피해를 입지않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누구라도 사형이 가능하다는 이기심이 존재하는 한 가장 비인간적인 행형방법인 사형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주신부는 대화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적어도 그들의 열린마음을 볼수가 있었는듯 했다.
때문에 전격적으로 치뤄진 사형집행이 아직도 그에겐 너무나 큰 충격으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흔히 병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들한다. 범죄 역시 뿌리를 뽑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가 먼저 신자들부터 한사람의 온당한 인간으로 치유된다면 이 사회는 비인간화란 고질병에서 벗어날수 있다고본다. 그것이 바로 범죄를 뿌리뽑는 지름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