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데스크칼럼]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마승열 편집국장

마승열 편집국장
입력일 2011-01-05 09:28:00 수정일 2011-01-05 09:28:00 발행일 2011-01-09 제 272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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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신교 목사의 저서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책 제목을 접한 순간 번쩍 정신이 들어 이번 주 칼럼 주제로 정했다. 물론 가톨릭에도 기도에 관한 훌륭한 내용의 서적들이 많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이 강해서 선택했다.

우린 흔히 기도 안하는 이유로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바쁜데 기도할 시간이 어딨어? 잠 잘 시간도 모자라는 판에…”라면서.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은 참 바쁘다. 하느님을 믿고 있으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기도를 제대로 바치지 못하고, 심지어 미사에도 빠지는 경우가 있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기도하지 못하고, 미사에도 참례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린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기도는 주님과의 은밀한 대화의 시간. 시간, 장소, 그 모든 것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나눌 수 있는 비밀의 대화이다. 기도를 통해 내 안의 성령과의 교제 시간이 깊어지고, 주님 안에서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하느님의 능력과 은총은 기도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 능력은 지혜라는 형태로, 용기라는 형태로 또는 자신감이나 인내나 기적의 형태로 올 수도 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능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만다. 그 결과 짓눌리는 느낌, 압도되는 느낌, 패배감과 같은 감정들을 자주 경험한다. 결국 기도는 하느님 능력의 창고를 여는 열쇠다.

혹시 우리 중에 살아가면서 기도를 바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무 효과도 없는 기도를 계속 하느니 차라리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며 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그것은 하느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음을 의심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우린 흔히 머리로는 하느님이 전능하시다고 믿지만, 우리 마음에 새기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보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기도는 어떤 마음으로 바쳐야 할까?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은밀하게 그리고 진실하고 구체적으로 기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침묵 가운데서 기도를 시작합니다. 하느님이 마음의 침묵 중에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침묵의 친구이십니다. 기도는 영혼을 자라게 합니다. 영혼과 기도의 관계는 몸과 피의 관계와 같습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기도를 하면 우리 마음이 깨끗해지고 순수해 집니다.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은 하느님을 볼 수 있고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마더 테레사의 기도 중에서)

2011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모든 신앙인들에게 기도의 열정이 타오르길 기도한다. 성경을 보라. 기도에 관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도에 관한 예화, 기도하라는 교훈, 기도에 관한 약속들로 가득하다.

감히 말하건대 기도하지 않는 영혼은 그 안에 그리스도가 없는 영혼이라 생각한다. 이제 막 신앙을 가진 어린 신자가 혀짤배기소리로 더듬거리며 하느님께 자신의 연약한 처지를 말씀드리는 것도 기도요, 악한 세력과 싸우는 신자가 하느님께 외치는 소리도 기도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어가는 신자가 주님께 드리는 진혼곡도 기도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올해 늘 겸손하고 어려운 역경에도 인내할 수 있는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드린다. 그래서 아버지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더욱더 드러내는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바빠서’란 핑계를 이제 대지 말고, 올 한 해의 모토를 ‘항상 기도에 힘쓰고’로 삼았으면 한다.

마승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