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강산」 관광이 현실화되는 모양이다. 며칠 전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결과의 하나로 금강산 관광이 18일로 시작된다는 내용이 확정 발표된 이래 이미 신청명단을 받는 것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지난 6월 첫 접촉이 시작된 후 수개월을 씨름하다가 마침내 성사를 본 금강산 관광, 우리 민족사안에서 볼 때 금강산 관광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그동안 많은 실향민들이 곧 고향 땅을 밟아본다고 어린아이처럼 마냥 들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일정이 늦추어지고 아예 불투명해지자 이들의 실망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이에 비춰본다면 이번 결정은 실향민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이 일생 꾸어온 꿈의 단편을 이루는 획기적 사건이자 일반인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선택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분단 50년이 넘도록 적대적 관계로 일관해온 역사안에서 보면 금강산 관광이 갖는 의미는 그만큼 크다 하겠다. 우선 금강산 관광은 금단의 땅으로 인식되어온 북쪽의 땅을 남녘의 사람들이 밟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아주 제한된 지역이고 사람들이지만 두 번째 의의는 남북 서로 간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들리는 바로는 금강산 안내원도 남쪽에서 사람을 보내 교육받은 사람이 담당함으로써 남과 북간의 사람접촉은 가능한 한 최대로 절제를 한다는 원칙이 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접촉의 가능성은 그만큼 많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의 변수는 이미 보도된 바대로 금강산 개발과 관광으로 북녘에 따라오는 어부지리다. 계획된 대로만 진행된다면 금강산관광과 개발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고 그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 반드시 북녘 땅에 희망의 그림자를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련 사업들은 그만큼 걱정거리도 함께 따른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우리의 걱정은 우리의 준비가 너무 허술한데서 찾을 수 있다. 담당자나 관계자가 들으면 섭섭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준비대로라면 금강산 관광은 관광 그 자체 즉 돈벌이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기 위한 우리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바로 관광의 주체가 되어야할 우리 자신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세계적으로 관광이나 여행을 아주 잘하지 못하는 민족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우리의 관광 이미지는 이미 최하의 점수를 받고 있는 상태다.
공항이나 호텔에서 고스톱을 치는 것은 일반관례처럼 되어 있고 식당에서의 고성방가는 상식이며 무례하고 오만불손한 쇼핑 등 우리는 어느새 세계 각국으로부터 기피 관광객으로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극히 일부에 국한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남에게 대한 배려와 예의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칠고 불손한 자기중심적 태도 역시 당장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은 공식적으로는 우리와 그들, 즉 우리 국민과 그들 인민들의 분단 후 첫 만남이다. 극히 제한 된 만남이라 하더라도 우리들의 모습은 소수의 그들 눈에라도 비춰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나 그들의 자(尺)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조금 더 가진 자의 여유가 오만으로 비춰져서야 될 일도 안 될 것이다. 북측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돈벌이 차원에서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부의 외형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선에 머무르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걱정은 11월18일은 산으로 치면 한겨울이라는 점이다. 더더군다나 금강산 관광의 선두주자들은 필경 칠순이 훌쩍 넘어버린, 북녘에 고향을 둔 고령자들임에 틀림이 없다. 이들 고령자들이 십 수 명도 아닌 천여 명이 함께 산행을 한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한겨울이다. 안전을 제일로 배려하겠지만 노인들에게 있어 추위는 치명적이다. 고향 땅 한번 밟아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들의 염원이 금강산 관광과 함께 만에 하나라도 이뤄지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명산 금강산 관광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우리 자신의 준비가 좀 더 이뤄진 후,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진 후로 미룬다 한들 그 누가 마다할 것인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