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루카 1, 38)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통해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할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성모님께서 확신을 얻어 하신 말씀이 저에게는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성모님께서도 이 말씀을 하시기까지 인간적인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에 휩싸여 계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브리엘 천사의 한마디로 인간적인 고민과 두려움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 없다.”(루카 1, 37).
신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사제가 되어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오면서 ‘주님의 종’으로 살려고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고 때로는 종이 아닌 주인 행세를 하면서 살기도 했습니다.
사제가 된 지 1년이 지나고 저는 제가 꿈꾸고 있던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하여 더 많은 것을 공부해서 교우들에게 더 좋은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고 유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님의 종’으로서 주님의 뜻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임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게 되면서 인간적인 욕심만 가득했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제로서 주님의 뜻이 아닌 내 뜻대로 행동을 하여 영적인 고통과 함께 육체적으로도 힘든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 지금은 군성당에서 사목생활을 하면서 ‘아!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셨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군사목을 하면서도 주님의 뜻을 전하고 주님의 뜻대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뜻만 고집했던 한때의 순간이 얼마나 바보스러웠던가를 생각해보면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삶의 순간순간 ‘주님의 종’임을 깨닫게 해 주시는 은총에 항상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걸음 내딛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