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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건축가 사제가 읽어 주는 「르네상스 성당」

저자 강한수 신부(가롤로·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장)가 2025년 본지에 연재했던 「르네상스 성당 스케치」를 재구성한 책이다. 또한 저자의 전작 「로마네스크 성당」과 「고딕 성당」에 이은 중세 유럽의 성당 건축 완결판이기도 하다. 시대는 자신의 믿음을 건물로 구현한다. 르네상스 시대, 인간은 처음으로 수학적 비례와 고전의 언어로 신의 공간을 설계하려 했다. 하늘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으로 하늘의 질서를 해독하고 재현하려 한 것이다. 그 야심과 아름다움, 그리고 좌절과 타협의 기록이 「르네상스 성당」에 담겼다. 저자는 14세기 피렌체부터 16세기 베네치아와 알프스 너머까지 이어지는 약 300년의 르네상스 여정을 건축가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성당을 축으로 따라간다. 책은 단테와 조토가 피렌체에서 다가올 르네상스 시대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 브라만테와 라파엘로, 미켈란젤로가 차례로 손을 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과 팔라디오가 베네치아 석호 위에 세운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르네상스 건축의 핵심 장면들을 건축물의 설계 원리, 건축가의 인간적 면모와 함께 엮어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 영국, 독일이 르네상스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다룬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중동의 건설 현장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2017년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고대·중세 건축사 연수를 받았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책은 거장들의 분투기를 담으면서도 건축 기술과 신학적 의미가 한 문장 안에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둥의 비례와 돔의 구조를 설명하면서도 그 공간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 안에 들어선 사람이 무엇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는지 놓치지 않는다. 유럽 성당 여행을 앞둔 독자에게는 공간을 읽는 눈을 길러주는 안내서가 되고, 서양 미술사와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르네상스라는 시대를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만나는 입문서가 된다. 교회 전례와 성당 내 공간의 관계를 아는 독자라면 그 서술에서 한 겹 더 깊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강 신부는 이에 대해 모르는 독자도 독서가 막히지 않도록 그 경계를 세심하게 조율한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15면

“선종완 신부는 한국 최초 근대적 성서학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브리어 성경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한 고(故) 선종완 신부(라우렌시오, 1915~1976)를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틀어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성서학자’로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번역 당시 성서학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번역본의 해제와 서문 등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선종완 신부 시복추진위원회’는 7월 11일 경기도 과천 수녀회 본원 성당에서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년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욥) 주교를 비롯해 성직자와 수도자, 시복추진위 위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은 선종완 신부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번역한 성경 「선종완 역」에 대해 “단순한 성경 번역을 넘어 성경 종합 해설서이자 편리한 주석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 연구원은 “「선종완 역」이 고대근동학적 연구 성과를 다룬 점을 보면, 1943년 비오 12세 교황이 성경 연구에 관한 내용으로 발표한 회칙 「성령의 영감」에서 1962년 개회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이어지는 성경 해석에 대한 관점에 충실하다”며 “일부는 공의회보다도 앞서간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출기와 여호수아기에 대해 「선종완 역」이 고대근동학적 관점으로 설명한 부분을 예로 들었다. 이 밖에도 ‘야훼’라는 용어를 성경 원어적으로 고찰하고, 성경과 자연과학의 관계와 성경의 역사성에 대한 현대적 쟁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주 연구원은 또 선종완 신부가 약 6년간의 유학 시절 동안 정리한 ‘유학 노트’ 44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노트들은 그가 한국인 최초로 근대적 성서학자로서 체계적으로 준비된 지성이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며 “한국 신학사는 물론이고 한국 인문학 연구사에서 보더라도 독보적이고 귀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주 연구원의 발제와 함께 한국교회사연구소 이민석(대건 안드레아) 교수가 선종완 신부를 한국교회사의 맥락에서 조명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 이환진 목사가 ‘동아시아의 예로니모’로서 선 신부를 조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선종완 신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창세기, 예레미야서, 애가서, 바룩서 등을 히브리어 원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이후 1968년부터는 개신교와 함께 진행한 공동번역 작업에도 천주교 측 구약위원으로 참여했다. 선 신부는 성경을 학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삶과 신앙 가운데에서도 실천하기 위해 1960년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를 설립했다. 구요비 주교는 축사를 통해 “오늘 심포지엄은 단순히 한 성서학자의 업적을 정의하는 자리를 넘어 신부님이 한국교회에 남겨주신 말씀을, 사랑하는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자리”라며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신부님의 신앙과 열정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7-19 제3500호 2면

“주검 위에 건설 없다…‘건설의 날’을 ‘건설안전의 날’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등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와 건설 산재 유가족들은 7월 9일 건설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앞에서 ‘주검 위에 건설 없다 – 안전한 건설 현장을 촉구하는 건설산재 유가족·성직자들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날 유가족들은 ‘건설 산재 유가족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우리는 산재 사고로 잃은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누군가의 가족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생명안전기본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법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보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우종합건설 산재 사고로 사망한 고(故) 문유식 씨의 딸 문혜연 씨는 유가족 발언에서 “이동식 비계에서 추락하신 아버지는 일주일간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두셨다”며 “현장에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모조차 없었고, 바퀴 달린 비계에는 난간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불운으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 생명보다 비용을 앞세우고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현장의 방치가 만들어 낸 명백한 인재”라고 전했다. 문 씨는 또 “오늘 이곳 건설회관에서는 성과를 자축하는 잔치가 열리고 있지만, 그 뒤편에 비용과 효율에 밀려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과 피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의 죽음을 외면한 ‘건설의 날’은 부끄러운 잔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성직자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천주교에서는 서울 노동사목위원장 김비오(비오) 신부가, 개신교에서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고난함께’ 대표 전남병 목사가 목소리를 보탰다. 참가자들은 이어 ▲기념행사에 ‘산재 희생자 추모 묵념’ 순서 마련 ▲안전한 건설현장 조성을 위한 사회적 대화체 구성 ▲건설단체연합회와 국토교통부 차원의 산재 사망 근절 대책 수립 ▲‘건설의 날’을 ‘건설안전의 날’로 변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천주교 측에서는 김비오 신부를 비롯해 서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 작은형제회 JPIC 위원장 양두승(미카엘) 신부 등과 수도자들이 참가했다. 최근 6년간 건설 산재 사고 재해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인정한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2020년 2만 6799명이었던 건설 산재 사고 재해자 수는 2025년 3만 6059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특히 2025년 건설업 분야에서 질병사망자 외 ‘현장 사고’ 사망자 수만 361명에 이른다.

입력일 2026-07-13

예수 성심 전교 수도회 한국관구, 성 피터 토 롯 유해 안치 기념미사

예수 성심 전교 수도회 한국관구는 7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본원 성당에서 ‘성 피터 토 롯 유해 안치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한국관구장 신현철(다마소) 신부가 주례한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들과 평신도 회원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성인의 유해는 올해 3월 수도회 부총장 크리스 채플린(Chris Chaplin) 신부가 한국관구 연피정에 동반하기 위해 입국하며 한국관구에 전했다. 미사 중 열린 안치 예식은 성인 유해 공증문 낭독, 성수 축복과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수도회 평신도회인 예수 성심 친교회는 노래를 봉헌했다. 한국관구 관구비서 김준정(리차드) 신부는 성인을 소개하며 “성 피터 토 롯은 그리스도교 혼인과 가정의 존엄을 수호한 신앙인이자, 우리 수도회와 함께 평신도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한 교리교사”라며 “그의 정신은 회원들이 한 가족으로서 함께 이뤄낸 복음화의 아름다운 결실”이라고 전했다. 2025년 10월 19일 레오 14세 교황에 의해 시성된 성 피터 토 롯은 수도회의 첫 성인이자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최초의 성인이다. 성인은 평신도 교리교사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푸아뉴기니를 점령한 일본군이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한 상황에서도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 공동체를 돌보는 사명을 끝까지 수행했다. 특히 당시 일본군이 원주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과거 풍습이던 ‘일부다처제’를 부활시키려 하자, 그리스도교 혼인의 존엄과 일부일처제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증언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성인은 종교 모임을 장려하고 일본의 정책에 반대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1945년 순교했다.

발행일 2026-07-13 제3500호 21면

예수회 한국관구, ‘마지스 2027’ 발대식 연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마지스(MAGIS) 2027’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수회 한국관구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에서 ‘마지스 2027 개막 D-365’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나선다. D-365 행사는 7월 25일 오전 11시 서강대학교 성 이냐시오 성당에서 봉헌되는 발대미사로 시작한다. 예수회 한국관구장 황정연(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 미사를 주례하며, 이어 마지스 발대식과 아가페, 성시간 등이 진행된다. 26일에는 서강 가족과 함께하는 미사와 영어 미사 등이 열린다. 행사 기간에는 2027 서울 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도 서강대학교를 순례하며, 상징물 전시와 경배도 함께 진행된다. 마지스는 예수회가 이냐시오 영성(Ignatian Formation)에 바탕을 두고 세계청년대회(WYD) 본대회 직전 개최하는 사전대회다. 1997년 파리 WYD를 계기로 시작됐으며, 예수회를 비롯해 이냐시오 영성을 따르는 수도회와 평신도 공동체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지스 2027’은 2027년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신수동 서강대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약 70개국의 만 18~30세 청년 1000여 명과 봉사자 3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 주제는 ‘희망을 살아가며 평화의 불 지피기’(Living Hope, Igniting Peace)다. 젊은이들이 그리스도 안에 뿌리내린 희망으로 살아가며 분열된 세상에서 평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도록 초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예수회 한국관구는 “분단의 현실을 지닌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마지스는 청년들이 신앙과 문화, 생태, 평화, 순례, 봉사의 장 안에서 하느님을 새롭게 발견하고 보편 교회와 함께 평화를 향한 여정을 걸어가도록 이끌 예정”이라며 “더 많은 청년이 ‘마지스 2027’에 봉사자와 후원자로 참여해 희망을 살아가며 평화의 불씨를 지피는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 02-3276-7706 마지스 2027 준비위원회

입력일 2026-07-13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수도회 순례 시작

세계청년대회(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7월 한 달 동안 전국 13개 수도회를 순례한다. WYD 상징물을 맞이하는 각 수도회는 상징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일반 신자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수도회를 개방한다. 7월 1일 대구대교구로부터 WYD 상징물을 받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2일 저녁 ‘십자가는 단순한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제로 기도하는 ‘찬양의 밤’을 열었다. 수녀회는 1일과 2일 수녀회 성당을 일반 신자들에게 개방했다. 상징물 맞이 예식을 준비한 권미나(도미나) 수녀는 “평소 공개하지 않던 수녀원 성전을 개방해,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분 혹은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상징물 앞에서 각자 필요한 만큼 머무르며 힘을 얻고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며 “절박하고 간절하게 기도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하느님께서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십자가를 통해 힘을 얻어야 하는 사람들을 보내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7월 8일 오후 4시 30분 총원 성당에서 WYD 상징물 환영 예식을 하고, 9일 오전 10시에는 성체현시와 성체조배, 오후 7시에는 열린 미사와 떼제기도를 봉헌한다. 10일에는 오후 3시 환송 예식을 거행한다. 각 행사는 신자들에게도 개방한다.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상징물을 맞이하는 살레시오회는 서울 신길동 한국관구관에서 10일 오후 4시 맞이 예식을 하고, 오후 8시에 ‘WYD 십자가 및 성모님 이콘과 함께하는 살레시오 가족미사’를 봉헌한다. 이날 행사에는 수도회가 전면 개방된다. 작은형제회는 7월 19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징물 환영 예식을 하고, 20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경배 예식, 21일 오전 10시 환송 예식을 연다. 상징물 맞이 기간 중 개인 순례자도 자유롭게 경배할 수 있다. WYD 상징물의 수도회 순례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선교 수녀회(7월 12~14일)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7월 14~16일)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7월 16~18일)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7월 18~19일)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서울관구(7월 21~22일)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7월 22~25일) ▲예수회(7월 25~27일)로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3면

예수회 성병준 신부, 교통사고로 친구 잃은 아픔 딛고 사제품 받아

교통사고로 친구를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한 청년이 기도와 영신수련 안에서 위로를 얻고 예수회 사제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7월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예수회 한국관구 사제서품식에서 성병준 신부(바오로·대구대교구 남산본당)가 사제품을 받았다. 성 신부는 대학생 시절 여름방학마다 친구들과 봉사활동에 참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함께 가던 친구 한 명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성 신부는 서품식에 앞서 예수회 한국관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고로 친구를 잃은 뒤 내면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았다”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무감각한 상태로 지내며 주일마다 성당에 가 하느님께 도움을 요청하곤 했는데, 우연히 주보에서 예수회 성소 모임 안내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고 전했다. 이어 “수도회 생활 중 참여한 30일간의 영신수련 피정에서 묵상할 때마다 사고의 기억이 떠올랐고, 반복된 기도 속에서 상처투성이의 예수님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시는 모습을 봤다”며 “사고 후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입회했지만, 영신수련의 은총으로 수도회 생활에 정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품식을 주례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든든한 새 사제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비롯해 온 세상에 복음의 빛을 전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기도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 신부는 “내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사제로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경청할 줄 아는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21면

성 프란치스코의 ‘순종’과 다산의 ‘효(孝)’… 언어 달라도 같은 도덕적 통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말한 ‘순종’과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효’ 사상이 ‘하늘로부터 와서 하늘로 돌아가는 사랑’이라는 구조를 공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작은형제회 오수록(프란치스코) 수사와 고계영(바오로) 신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7월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27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 발표회 ‘복음적 삶’에서 발표됐다. 서양 그리스도교와 동양 실학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에서 나온 두 사상 안에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오 수사는 발제에서 “성 프란치스코가 말하는 ‘순종’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응답”이라며 “이는 맹목적인 순종이 아니라, 장상의 뜻이 하느님의 질서에 들어맞을 때 순종하는 상대적이고 자발적인 순종”이라고 전했다. 오 수사는 이어 “다산 정약용 또한 ‘성기호설(性嗜好說)’을 펼치며, 인간의 본성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꺼리는 데 있으므로 ‘효’ 또한 외부에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것이라고 봤다”며 “이 효는 ‘자주지권(自主之權)’, 즉 자유 의지에 의해 주체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성 프란치스코의 생각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성인은 무질서에 불순종하는 것이 곧 순종이라고 했고, 정약용은 부모가 불의한 행동을 한다면 존중을 담아 간쟁(諫諍)하는 것이 진정한 효라고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성인과 정약용은 같은 도덕적 통찰을 서로 다른 언어로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순종과 효라는 인간관계의 윤리를 초월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제시됐다. 오 수사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리스도의 순종에 기초해 인간이 하느님께 응답하는 것이라고 했고, 정약용도 ‘효’가 결국 하늘을 섬기는 사천(事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오 수사는 “두 사상의 만남은 순종과 효가 권위에 대한 굴종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자발적 응답이자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사랑하는 대상을 바로잡는 용기 있는 비판이라는 점에서 현대사회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고 평가했다. 작은형제회 프란치스칸 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발표회는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을 맞아 성인이 삶으로 보여준 청빈과 정결, 순명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프란치스칸으로서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발표회에서는 ‘서원인가, 카리스마인가? 프란치스칸 삶 이해의 출발점’, ‘프란치스칸 복음 삼덕에 대한 이해의 성경적 기초’, ‘성녀 클라라의 가난’, ‘프란치스칸 가난 이해의 진화, 그 뿌리를 찾아서’ 등 복음적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발제들이 이어졌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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