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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동화책으로 심은 신앙 씨앗, 열매가 되길”

“‘아기 양아,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예수님이 아기 양을 꼬옥 껴안았어요.” 동화 구연 봉사자의 생생한 목소리에 「아기양아, 어디 있니?」(최용진 지음, 바오로딸)를 듣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동판교본당(주임 이상용 요한 크리소스토모 신부)은 올해부터 매월 둘째 주일, 성당 유아실에서 ‘영유아 가족과 함께하는 가톨릭 그림책 읽기’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들은 동화책 한두 권을 듣고, 그림 활동지 작업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권새봄(아녜스) 본당 가정생명생태분과장이 본지에 소개된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의 ‘아빠와 함께 그림책 읽기’ 기사(2024년 1월 1일자 5면)를 접한 뒤 본당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처음 참석한 학부모 구자혜(안나) 씨는 “예전에 아이가 미사에 와서 유아실에서 동화책을 본 뒤, 집에서도 ‘예수님’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며 “동화가 아이의 신앙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은 아이들뿐 아니라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본당마다 활성화된 주일학교와 자모회도 유치부 이상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권 분과장은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 사례를 돌아보며, 영유아 부모인 ‘3545 세대’가 본당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들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동화 읽기를 마무리할 때면 어린이들에게 안수해 주는 본당 보좌 고준(하상 바오로) 신부는 “영유아 자녀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미사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자연스레 성당에서 멀어지곤 한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본당의 중요한 가정·생명 사목”이라고 밝혔다. 성당에서 이뤄지지만, 신앙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집중 시간과 인지 발달 수준을 고려해 흥미롭고 현실적인 내용으로 구성한다. 이날도 「아기양아, 어디 있니?」 다음으로,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와 유사한 러시아 민속 동화 「큰 순무」의 그림극이 이어졌다.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로 20여 년간 봉사한 경험을 살려 동화 구연을 맡고 있는 김지영(안젤라) 봉사자는 “일반적으로 동화는 거의 권선징악을 다루는 등 도덕적이고 인성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일반 동화 속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려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 그림책 읽기는 비신자나 냉담 교우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성당의 높은 문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니(6) 양은 외짝교우인 아빠의 권유로 할머니와 함께 벌써 세 번째 참석했다. 아직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이렇게 가끔 성당을 오가며 첫영성체를 준비하고 있다. 이 양은 “오늘도 재미있게 그림 그리면서 예수님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예수님이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천미자(레지나) 씨는 “동화를 통해 제니 마음 속에 신앙의 씨앗이 싹 텄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손녀가 첫영성체를 준비할 때 쉽고 재미있게 교리를 배우고 그 열매를 맺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1면

수원 복음화국, 제4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

“작은 새 프레디는 마음속으로 약속했어요.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에게, 용기의 날개가 되어주겠다고요.” 수원교구 복음화국(국장 김태완 바오로 신부)은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바로크 음악 축제인 ‘제4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특히 11월 1일에는 용인 파네시마 복합문화공간에서 ‘아이들을 위한 바로크 음악 동화 - 작은 새 프레디’를 열어 80여 명의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전했다. 음악 동화는 페스티벌을 주관해 온 수원가톨릭고음악협의회(단장 오선주 루치아, 지도 현영민 루도비코 신부, 이하 콘체르토 안티코) 바로크 앙상블이 준비한 첫 영유아 대상 공연이다. 프레디의 탄생부터 프레디가 친구 뻐꾸기의 도움으로 독수리의 위협을 극복한 이야기를 담았다. 비발디 <사계> 중 봄과 가을처럼 익숙한 곡부터 윌리엄 윌리엄스의 <소나타>, 헨리 퍼셀의 <요정 여왕> 등이 프레디의 모험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음악 동화에 아이들은 큰 집중력을 보였다. 첼로와 스피넷 등 악기 이름을 맞춰보고, 실감 나는 독수리 공격에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객석에 등장한 리코더 소리를 들으며 바로크 음악에도 흠뻑 빠졌다. 7세 이소은(에스테르·수원교구 매교동본당) 양은 “어린이 클래식 공연은 처음 보는데 프레디와 친구가 된 듯했고, 내용이 쉽고 편해서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이 양의 어머니 정수진(그라시아) 씨는 “동화가 함께해 신선한 공연이었고, 아이 음악성이나 상상력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동화를 구연한 오선주 단장은 “지난 정기 연주회 때 나이 제한으로 유아실에서 따로 관람하던 아이들이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며 “새 소리, 파도 소리 등 다양한 악기들의 실감 나는 표현을 통해 어른들에게도 어려울 수 있는 바로크 음악을 아이들이 친숙하고 쉽게 느끼도록 했으며, 동화와 함께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폭넓은 음악 경험을 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동화를 직접 쓴 콘체르토 안티코 김재연(가타리나) 음악감독 겸 스피넷 연주자는 “아기 새 프레디가 역경을 이겨내며 친구의 도움을 주고받는 성장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도 이웃과 함께하는 세상을 배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제4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은 ‘계속되다(콘티누오)’를 주제로 10월 31일 수원교구 보라동성당에서 열린 ‘런던에서 나폴리까지, 바로크의 노래’ 공연으로 시작해, 11월 8일 수원교구 분당성요한성당에서 열린 ‘프랑스 궁정음악과 독일 교회음악’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김재연 음악감독은 “페스티벌의 주제는 바로크 음악의 핵심 연주법으로서 전통과 오늘을 잇는 다리인 ‘바소 콘티누오’도 의미한다”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바로크의 깊은 감성과 생명력을 어른과 아이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자리로 이번 페스티벌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2022년 처음 열린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은 바로크 음악이 꽃피웠던 시대의 종교음악을 중심으로 기악과 성악의 조화로운 감동을 나누는 음악 축제다.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콘체르토 안티코는 2019년 창단했으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성음악을 중심으로 바로크 현악기와 다양한 원전 악기, 성악의 조화를 통해 그 시대 음악을 정통에 가깝게 재현하고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면

‘가르치고 이끌고 준비하며’…평신도 여성, 교회 중심에 서다

한국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자 중 57%가 여성이다. 실제로 교회 내 기관·단체나 본당에서 활동하는 신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이끄는 주요 역할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는 인상이 강한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그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교회 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평신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사제 양성, 본당 사목회 활동,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 명의 평신도 여성을 만났다. ■ 광주가톨릭대학교 전임교원 김명숙 교수, 다양성 안에서 사제 양성 지평 넓혀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평신도 여성 전임교원은 존재 자체로 과제와 의미를 던지는 상징 아닐까요? ‘양 냄새 나는 사제’ 양성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명숙(소피아) 교수는 2024년 2월 광주가톨릭대학교 전임교원에 임명됐다. 한국교회에서 평신도가, 그것도 신학교 전임교원에 임용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평신도 여성 전임교원은 김 교수가 유일하다. “현재 광주가톨릭대 전임교원에는 사제, 수도자, 남녀 평신도가 다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신학생들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용 당시 학교 측이 제안한 조건은 ‘신학교 상주’였다. 김 교수는 신학생들과 강의만이 아니라 매일 교정에서 만나며 함께 식사하고, 또 체육대회나 수학여행에도 동행하면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그야말로 “식구”다. 그 안에서 김 교수는 ‘교수님’으로 불린다는 점이 특별하다. 교수를 교수라 부르는 것이 왜 특별한가 할 수 있지만, 신학생들에게 사제인 교수는 ‘신부님’, 수도자인 교수는 ‘수녀님’이기 때문이다. 신학생들은 김 교수에게 성서학을 배우지만, 동시에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배우는 경험을 쌓고 있다. 일반 대학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신학교에서는 새로운 경험이다. 김 교수는 “지금 교회가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평신도 여성을 전임교원으로 초대해 주신 것이라 본다”며 “신학생들은 앞으로 사제로서 가르치는 자리에 서겠지만, 평신도 교수에게 배운 경험을 통해 ‘평신도에게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한다’는 점을 체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학교는 ‘교회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평신도 여성이 전임교원이 됐다는 상징적인 일로, 교회 안에서 남녀의 역할이 구분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 특성과 역량에 따라 활동하는 분위기가 심장에서 혈액이 퍼져나가듯 퍼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 교수의 임용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신학교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는 전국 신학교 사제양성자들이 모이는 전국 가톨릭대학교 교수협의회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다른 교구의 신학교 교수 신부들도 신학교에서의 김 교수의 임용과 사제 양성에서의 역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관심 속에서 김 교수는 11월 6일 열린 ‘사제 양성에서 여성의 역할’ 주제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 학술발표회 사회를 맡기도 했다. 김 교수는 “광주가톨릭대에서 물꼬를 텄으니 변화의 바람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이런 변화를 위해 교회 차원에서 평신도 신학자 양성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이정희 총회장, 세심하고 따뜻한 ‘엄마’ 마음으로 순명 “2016년에 본당 신부님께서 몇 달간 성당 뒤편에 함을 두고 신자들에게 총회장 추천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80% 이상 추천을 받아 본당 첫 여성 총회장이 됐죠.” 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이정희(마리아) 총회장은 어느덧 재임 10년 차다. 신자들이 임명 당시 본당 부회장이었던 그를 총회장으로 추천한 이유는 바로 ‘하느님과 신부님께 순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 총회장은 순명하는 자세는 ‘세례명’ 덕분이라며 “교회에서 봉사를 할수록 내 세례명이 마리아라서 하느님과 예수님께 순명하고 그 뜻을 가슴에 깊이 새기신 성모님을 닮아가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밝혔다. 5대째 교우 집안인 외가의 신앙 교육도 컸다.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젊은 보좌 신부와 이야기 나눌 때도 꼭 도포를 갖춰 입고 무릎 꿇고 말씀하셨다고 가르쳤다. 이 총회장은 여성으로서 지닌 강점을 살려 자신의 역할에 임했다. “세심하고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사목의 큰 줄기를 이루는 신부님을 도왔다”며 “또 부드러운 모습으로 권위의식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니, 낯을 가리던 남성 임원들이나 어르신 신자들도 편하게 대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본당 사제관 바로 옆에 있던 자신의 집을 본당에 기증해, 11월 준공되는 새 사제관 마련을 돕고 있다. 대지는 남동생 명의였고 건물은 형제들 것이었는데, 모두 함께 뜻을 모았다. 이러한 ‘봉헌’에는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사업을 하던 선친은 익산 작은 자매의 집 성당과 완주 천호성지 부활 성당 신축금을 기부하는 등 교회에 헌신했고, 사제관 옆집에 살던 어머니는 생전 ‘이 집은 본당의 것이 돼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주교좌본당이라 더욱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일들을 많이 치렀는데, 그중에서도 본당의 ‘번지’를 찾은 일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이 총회장은 “1947년 설립된 본당은 당시 등기 없이 성당을 세웠다”며 “문화재 등록을 위해 여러 노력 끝에 등기를 설정하여 2023년 전라북도문화재 제9호로 등록될 수 있었고, 현재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대사들을 갑자기 맡게 된 것은 아니다. 하느님은 이 총회장을 본당 전례단원으로 시작해 전례부장, 여성부장, 본당 부회장, 교구 여성연합부회장과 회장 등으로 차근차근 불러주시며 신심과 친교, 실무 역량을 다져주셨다. 이제 이 총회장은 하느님을 뵙는 날까지 본당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는 성별을 떠나 ‘영원한 생명’이라는 한 곳을 향해 가는 한 형제자매예요. 기도와 협력으로 함께해 주시는 본당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재단법인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김수지 이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통화 조화 ‘다리’ 역할 “WYD는 단순한 청년 행사가 아니라 세대와 문화, 언어를 아우르는 신앙의 축제입니다. 청년과 평신도의 시선이 존중되고, 교회 안의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재단법인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창립되며 WYD를 향한 발걸음이 본격화됐다. 김수지(가브리엘라) 이사는 조직위 이사 중 유일한 청년이자, 유일한 평신도 여성이다. 조직위 이사회의는 그야말로 치열하다. 2027 서울 WYD를 이끄는 주요 기구로서 국내 모든 WYD 관련 행사에 대한 지원 관리를 총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행사까지도 지원,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WYD 관련 사업 계획부터 예산에 이르기까지 검토, 의결한다. WYD 준비단계 봉사자로도 활동하는 김 이사는 “주로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성별이나 세대를 떠나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신앙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이사로서의 활동 소감을 전했다. WYD 서울 개최가 결정되기 전 ‘WYD 유치준비위원회’에서도 활동해 온 김 이사는 외국의 젊은이 사목 담당자들과도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여성 평신도들이 청소년·청년 사목을 책임지는 리더로 활약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여성의 강점을 살려 소통하며 이끄는 평신도들의 모습에 감명도 받았다. 김 이사는 “청년 대표라는 인식에 머물렀지만, 평신도 여성으로서도 이 자리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한국교회에서 평신도 여성 리더가 적은 것 같지만 앞으로 더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앙 안에서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은 눈에 띄는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는 “교회 안에서의 리더십은 앞에 서는 힘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도록 손을 내미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특히 WYD를 통해서 그동안 당연시되거나 보이지 않았던 구성원들의 역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WYD는 비단 몇몇 교회 기관이나 청년들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모든 구성원의 힘을 모아야 성사될 수 있는 큰 대회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때로는 마르타처럼 일하고, 때로는 마리아처럼 기도하며, 누군가는 앞에서,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나간다”며 “WYD를 계기로 그 다양한 모습들이 서로 존중받으며, 보이지 않는 헌신에도 감사할 줄 아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0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는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7월 테마로 선정한 ‘불편한 여행지’다. 디지털 기기와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고요와 침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주목받은 것이다. ‘불편함’이라기보다 익숙한 자극을 내려놓고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장소라는 의미다. 2024년 5월 문을 연 센터는 수도원 고유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신축 시설을 갖춰 현대인들이 머물기에 쾌적하면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절제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머무름과 침묵, 기도 속에서 마음의 쉼과 영적 양식을 전하고 있는 센터를 찾았다. 고전과 현대, 세상과 성소의 경계 왜관역에서 10분쯤 걸어 수도원에 다다르면 성스러운 작은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수도원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센터는 건축계 거장인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노출콘크리트 건물이다. 1928년 세워진 옛 왜관성당 곁에 자리해 예스러움과 현대의 미가 대비되며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한다. 수도원에는 1968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피정의 집이 있었지만, 건물이 낡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설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숲이었던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8년간의 구상과 회의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때마침 승효상 건축가가 천주교 시설을 짓고자 하는 원의를 갖고 있음을 알았고, 많은 설계도를 제작한 끝에 완성된 디자인으로 2년에 걸쳐 건축이 진행됐다. 센터는 ‘선’이라는 기본 개념을 가진 ‘경계 위의 집’이다. 이 집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간다는 뜻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의 경계 밖에 있는 수도원을 동경해 찾아온 사람들이 힘을 얻는 장소로서 철저한 고독과 깊은 묵상의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큰길과 맞닿은 서측에 100m 넘는 길이의 콘크리트 벽을 세워 물리적으로 세상과 분리했다. 벽에 난 좁고 기다란 틈으로는 햇빛과 세상 풍경이 새어 들어온다. 건물을 통해 바깥을 누리다 서측 콘크리트 벽과 건물 사이에는 중정 ‘하늘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센터의 모든 층에서 유리 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정원에는 붉은 열매를 맺는 팥배나무를 심어 새들과 공간을 공유한다. 그 뜻을 아는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정원 가득하다. 바닥에 난 정돈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얀 성모자상이 은은한 기쁨에 잠겨 있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크리스티나 수녀의 작품이다. 하늘정원부터 4층 하늘성당까지 이어지는 외부 계단은 성 베네딕도의 계단이다. 끝에는 낭떠러지와 난간만이 존재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표현한 것이다. 2~4층 계단에는 기도소로 가는 다리가 있다. 삼각 모자를 쓴 기도소 나무문에 가느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이 박혀 있다. 내부는 한 평 남짓이지만, 높은 천장 때문에 좁은 느낌이 경감된다. 하늘성당에는 제대도 감실도 없지만 공간 자체에서 거룩함이 느껴진다. 수도원의 다른 십자가와 달리 하늘성당 첨탑 십자가는 왜관 시내를 향한다. 고깔 모양 첨탑 안을 들여다보니, 베네딕도의 별이라 명명된 빛살들이 긴 꼬리를 사방으로 뽐내며 빛나고 있다. 수도원에 들어오면서부터 까마귀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했는데, 실제로 첨탑 십자가가 세워진 뒤부터 까마귀가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까마귀와 성 베네딕토(480?~547)에 얽힌 일화가 떠오른다. 성인을 시기한 누군가의 음모로 독이 든 빵을 먹을뻔했을 때, 까마귀가 빵을 물고 가버려 성인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베네딕토 성인의 이콘과 그림 속에 까마귀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거룩한 향기 가득한 내부 1층 하늘정원에서 경당으로 향하는 길. ‘선’과 ‘빛’, ‘그림자’의 조화를 꾀했던 건축가의 의도대로 우측 창틀이 만든 그림자의 선들이 경사로를 장식한다. 아래로 향하는 경사로는 지하무덤으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창밖으로는 추모벽이 보인다. 수도원에 머물다 세상을 떠나게 될 분들의 이름을 새길 곳이다. 아프리카에서 구해 제작한 육중한 나무문을 당기자 12m의 높은 천장 끝까지 거룩한 향기가 가득한 공간이 나타난다. 경당이다. 제대 오른쪽 십자고상은 최종태(요셉) 작가의 작품이다. 그 주위로 열두 사도를 뜻하는 사각형의 붉은 빛들이 세상으로 퍼져나가 예수님을 섬기고 있다. 고상 아래 감실을 둘러싼 붉은빛은 그리스도께서 성혈로서 늘 존재하심을 상징한다. 돌아온 탕자가 새겨진 감실은 수도원 금속공예실 작품이다. 왜관수도원 유리화 공예실에서 만든, ‘선’을 강조한 은은한 빛깔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경당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나무 제대와 의자 등은 수도원 목공소에서 제작했다. 센터 내 대부분의 가구는 수도원 목공소에서 만든 것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독일에서 기증한 연습용 악기로 마치 경당의 구조에 맞춰 만들어진 것처럼 공간과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센터 1층에는 벽면 가득 망치가 전시된 ‘망치실’도 있다. 한 환경 운동가가 모아 기증한 것인데, 수도회의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와 잘 어울린다. 센터 와 하늘다리로 연결된 마오로관은 1957년 지어진 건물을 센터 건축 때 함께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천장을 뜯어내니 지붕의 잘 짜여진 목재 구조가 나와 그대로 보존하고 노출했다. 피정 강의가 주로 이뤄지는 마오로관 대강당은 수도원의 은인 고(故)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과 그의 친형 하느님의 종 구대준(가브리엘) 신부의 이름을 따 ‘구상·구대준 홀’로 불린다. 센터 곳곳에 자리한 하삼두(스테파노) 화백의 작품은 수도자들의 기도 준비 모습이나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이 묘사하는 장면을 담았다. 그림 속 수도자들은 2차원의 경계 안에 있지만, 실제로 수도원 대성당에서 만난 수도자들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일하고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모두 경건하며, 현실과 그림 사이의 경계마저 흐려진다. 그렇게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나가 되는 그날, ‘마지막 때’를 묵상하며 나는 경계 위의 집을 나선다. ■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피정 안내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는 기도 안에서 쉼과 영적 풍요를 선사하는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영성 배우기 피정’을 비롯해 성모승천·성탄·부활 등 전례 시기 맞춤 ‘전례피정’도 열린다. 5~11월에는 ‘한Ti 가는 길’, ‘군위 사유원과 함께하는 문화 피정’, ‘가을 문화 피정’도 마련된다. 여름에는 ‘수도 생활 배움 피정’이 열리며, 6~9월에는 평화의 참된 의미를 배우는 ‘평화 학교’가 열린다. 이 외에도 본당이나 각 단체에서 위탁이나 자체 피정을 진행할 수 있고, 휴식형 개인 피정도 가능하다. 숙소는 1인실과 2인실이 있다. 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순례 길잡이 -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관문로 61 - 문의: 010-6791-0071 센터 사무실 - 홈페이지: http://osb.or.kr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3면

가톨릭중앙의료원, 지구촌 712명에게 그리스도 사랑 전해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의료원장 민창기 이냐시오, 이하 의료원)이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지구촌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의료원은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캄보디아 해외 의료봉사로 712명 환자를 돌봤다고 밝혔다. 이번 의료봉사에서는 캄보디아 프놈펜 ‘코미소 클리닉’에서 정형외과와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환자의 상태에 맞춘 초음파·엑스레이 검사 및 외과적 처치가 이뤄졌다. 한국외방선교회가 운영하는 코미소 클리닉은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의 지원을 받아 2022년에 신축 이전됐다. 의료봉사는 의료원의 사회공헌 전담 조직인 가톨릭메디컬엔젤스(CMA)가 주관했으며, 의료원과 산하 부속병원 소속 의료진·교직원 19명이 참여했다. 2018년 신설된 가톨릭메디컬엔젤스는 2023년 해외 의료봉사를 재개해 이번까지 총 5회의 해외 의료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6월부터 준비한 이번 봉사는 최근 캄보디아와 관련된 문제로 인해 우려의 시선 속에 이뤄졌다. 의료원은 도움이 필요한 현지 주민들을 위해 봉사 진행을 결정했고, 안전을 우선에 두며 현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또한 코미소 클리닉에 근무 중인 현지 의료진들과 봉사를 함께해, 이후에도 지속적인 진료와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의료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현지 아이들에게 학용품도 지원했다. 학용품은 6월 열린 의료원 내부 행사에서 기부받은 지역 주민들의 물품과 의료원 교육팀이 기증한 교육 보조 물품이다. 민창기 의료원장은 “의료원은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지속적으로 앞장설 것”이라며 “가톨릭메디컬엔젤스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선진 의료 기술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입력일 2025-11-07

[수원교구 성당 순례] 어농성지 성당

11월은 위령 성월이다. 특히 1일부터 8일까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2일)’을 포함한 기간 중, 정성된 마음으로 묘지를 방문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연옥 영혼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일반적인 봉안당이나 추모 공원을 방문할 수 있지만, 많은 성지에 성인과 복자 혹은 순교자 묘역이 조성돼 있기에 성지를 찾는 것도 좋다. 1801년 신유박해 순교 복자 윤유오(야고보)의 묘역에서 시작된 어농성지(전담 윤석희 미카엘 신부)를 찾았다. 밀알 하나가 떨어지다, “다 이루었다” 성지는 경기 이천시 모가면 어농로62번길 148에 자리하고 있다. 성지 주차장에서 포장도로 혹은 비포장 잔디밭 길 둘 중 하나를 따라 우측으로 올라가면 성당이 나온다. 나지막한 황토색 건물이 대지와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성당 앞에는 돌아온 탕자를 연상시키는 동상이 부친을 부둥켜안고 “아버지!”를 부르짖고 있다. 동상 이름은 ‘돌아온 탕자’가 아닌 <아버지 상>이다. 나 자신의 회개도 중요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회심을 받아들일 줄 아는 용서와 화해의 마음 또한 중요함을 깨닫는다. 2002년 봉헌된 성당 내부는 한층 더 토속적이다. 나무와 황토, 짚으로 마감된 정답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이곳이 한국 순교자를 기리는 곳임을 보여준다. 벽에는 성지에서 모시는 한국교회 순교 복자 17위 중 8위의 성화가 걸려 있다. 오동회(가타리나) 화백의 세밀한 그림에 복자들의 따뜻한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성전에 들어서자,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 너머로 걸린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전형적인 십자가 모양이 아닌 탓에 처음에는 무엇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그 어떤 십자가보다 더 깊은 묵상을 이끈다. 고상 위에 “다 이루었다”(공동번역 요한 19,30)는 말씀이 새겨져 있는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며 고개를 떨구시던 바로 그 순간, 예수님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구원의 은총을 빛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유봉옥(제노베파) 작가가 하나의 소나무로 5개월간 조각해 완성했다.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어야만 비로소 예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성지 성당에서 봉헌되는 오전 11시 미사에 참례한다. 순례 날은 마침 성지의 추수 일이다. 어농(於農)성지는 이름 그대로 농사와 관련이 깊다. 때문에 성지는 자체적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시는 하늘과 땅, 바람과 햇살, 눈과 비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겨 기도드리는 선조들의 정신을 받들고 살린다. 자연의 순리에 맞춰 피와 가라지도 뽑지 않고 약도 치지 않아, 이상기후가 더해진 올해는 아쉽게도 풍년은 아니다. 그래도 미사 중에 요즘 도시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잘 익은 벼 이삭을 받으니, 마음은 만석 부자 못지않게 풍성해진다. 오늘 미사의 영성체송 “나는 그리스도의 밀알이다”를 묵상해 본다. 주님 닮은 ‘좋은 땅’ 17위 어농성지는 을묘박해(1795) 순교 복자 윤유일(바오로), 신유박해(1801) 순교 복자 주문모 신부 등 17위의 순교자를 모시고 있다. 이 가운데 윤유오 복자의 묘에는 유해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으며, 나머지 묘역은 의묘다. 성지는 원래 파평윤씨의 선산이었고, 유해가 이곳에 모셔진 뒤 집안이 토지를 교회에 봉헌해 성지가 조성됐다. 1987년 성모상과 묘역 축복 미사가 봉헌되며 본격적으로 순례지로 자리 잡았다. 윤유오·윤유일 형제, 윤운혜(루치아), 윤점혜(아가타)는 모두 파평윤씨로, 여주 출신이다. 이중 윤유일은 주문모 신부의 입국을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동생 윤유오는 형의 뒤를 이어 교리를 연구하고 기도 모임을 갖다가 이어진 박해로 순교했다. 같은 여주 출신으로 부부인 복자 정광수(바르나바)와 윤운혜는 특히 묵주를 많이 만들어 전교하는 데 열심이었다고 알려진다. 또한 복자 이중배(마르티노), 정순매(바르바라), 조용삼(베드로), 최창주(마르첼리노), 원경도(요한), 심아기(바르바라), 윤점혜(아가타) 등도 모두 경기 출신이다. 성지는 형구전시관에 순교자들의 고문이나 이동에 썼던 의자 형틀과 수레 등을 실물 크기로 전시해 놨다. 또 농사짓는 성지답게 생태 농원이 넓게 자리한다. 십자가 동산에는 크고 작은 십자가들이 묵상의 터를 이룬다. 이 외에도 성지에는 피정의 집인 ‘야고보의 별’, 십자가의 길, 야외 제대 등이 마련돼 있다. ■ 청소년 위한 다양한 캠프 ‘인기’ 현양하는 순교 복자들이 비교적 젊은 20~40대인 어농성지는 2007년 청소년 성지로 선포됐다. 숙소, 수영장, 식당, 강당 등 시설을 갖춘 성지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캠프가 열린다. 여름 캠프는 각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관만 가능하며, 4월쯤 방학 시즌 신청을 받는다. 겨울 캠프는 자체 진행과 위탁 모두 가능하다. 참가는 성지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지된 일정에 맞춰 메일로 선착순 접수할 수 있다. 2026년 1~2월에는 초등부, 청소년, 청년 등 연령대별로 찬양 캠프와 피정, 복사 학교가 열린다. ※문의 031-636-4061 어농성지 사무실, 홈페이지: http://onong.or.kr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4면

‘하느님 뜻대로’ 새 생명 선물 받은 가정에 축복

“하느님이 태초에 계획하신 그대로에 맞는, 가장 자연스럽고 안전하며 건강한 임신법인 나프로임신법(NaProTechnology)을 통해 저희에게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보다 환영받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와 가톨릭중앙의료원(의료원장 민창기 이냐시오 교수)은 10월 25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나프로임신센터 홈커밍데이’를 개최했다. 행사는 2016년 여의도성모병원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 나프로임신법을 통해 임신한 가정을 축복하고,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서울·의정부·부천·은평성모병원 등 4개 직할 병원의 ‘나프로임신센터’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열렸다. 나프로임신센터는 2025년 9월 말 기준으로 임신 279건, 출산 193건을 달성했다. 행사 중 출산 부부 대표 유현지(프란치스카) 씨는 소감을 발표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정순택 대주교는 나프로임신법으로 새 생명의 기쁨을 얻은 가정 중 이날 참석한 45가정에 축사를 전하고, 임신 중인 부부를 위한 태아 축복식을 거행했다. 8년 전인 2017년 7월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축복식을 주례했던 염 추기경은 이날 축사에서 “개소식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센터가 총 다섯 곳의 병원으로 확대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부모님들은 귀하게 얻은 아이들을 신앙 안에서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자 시대적 소명”이라며 “교회는 앞으로도 소외된 이들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하느님의 계획”이라며 “아기를 기다리며 부모와 의료진 모두 함께 울고 웃으며 간절히 기도했던 그 시간이, 끝이 막혀 있던 캄캄한 동굴이 아니라 빛이 들어오는 축복을 향한 터널을 지나는 시간이었음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나프로임신법은 부작용이나 몸에 무리가 없고 교회의 가르침과 윤리에도 어긋나지 않아 가장 바람직한 난임 치료법으로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평온한 탄생’을 위해 모두 애써달라”고 격려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영성부원장 김은기(바오로) 신부는 “다섯 개 병원이 나프로임신센터를 통해 하느님 창조 사업에 작은 보탬이 되려고 한다”며 “생명을 주시고 보호해 주시며, 생명을 밝혀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나프로는 ‘자연의(Natural)’, ‘가임력이 있는(Procreative)’,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나프로임신법은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처럼 인위적인 임신이 아닌 교회 윤리에 입각한 자연적인 임신과 여성 건강을 돕는 의료 기술이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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