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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탈시설 등 획일적 방법 아닌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필요”

탈시설 정책은 현재 유일한 장애인 자립생활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2022년 실제 시범사업 시행 후 속출한 장애인 사망 사례처럼 가장 취약한 중증 장애인을 돌봄 사각지대와 인권 유린으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립 지원 주택과 활동 지원 서비스 모델 또한 ▲24시간 상시적 전담 돌봄 ▲고도의 개별화한 의료와 재활 서비스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 전문 대응 등 중증 장애인에게 불가결한 돌봄 욕구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주도적 삶을 보장하려면 탈시설 강행보다 장애인 자립생활과 자기 옹호를 적극 지원하는 공간으로의 거주시설 변화가 답이 아닐까.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1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자립생활과 자기 옹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회복지, 장애인 시설, 법 분야 전문가·종사자로 이뤄진 발제·토론자들은 “획일적 해결책이 아니라 장애인 개별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상용 교수는 “스스로 선택·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갖는 것이 자립의 핵심’”이라며 “‘시설’ 대 ‘지역사회’ 이분법을 넘어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과 자기 옹호 능력을 향상하고 개인 선택과 의사를 존중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 당사자이자 수십 년간 거주시설에 있었던 경기도장애인시설협회 김광식 회장은 “중증·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중층적 돌봄 욕구를 지역사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탈시설 정책의 최대 취약점이 있다”며 거주시설의 혁신적 전환과 ‘지역 돌봄 허브’ 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김현아 회장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전문시설 확보 ▲전문 인력 양성 ▲생활 환경 개선 ▲복지-의료-교육 통합지원체계 구축을 내용으로 구상 중인 ‘장애인 거주시설 선진화법’(가칭) 제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통합돌봄센터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최중증 자폐성장애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은, 센터가 거주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임무영 변호사는 올해 10월 다시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탈시설지원법과 종전 법률안과의 차이는 탈시설을 법률적으로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규정돼 있다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회 적응 강요가 오히려 고문으로 느껴질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강제 퇴소는 형법적 관점에서 유기치사상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 소장 김성우 신부(이사악·청주교구 충북재활의원 원장)는 “자립을 단순히 독립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거주시설 폐쇄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4면

한국가톨릭장애인사도직협의회 30주년 기념미사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산하 한국가톨릭장애인사도직협의회(회장 현동준 도미니코, 지도 김재섭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는 11월 8일 서울대교구 에파타성당에서 조교만 주교 주례로 3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회원과 가족, 봉사자 등 200여 명이 참례했다. 미사 후 이어진 기념식에서는 장기 후원과 봉사에 나선 회원 7명이 감사장·공로상을 받았다. 이어 발달장애, 시·청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지닌 회원들이 색소폰·플루트·트럼펫 연주, 수어 노래, 사물놀이 등 축하 공연을 펼쳤다. 조 주교는 강론에서 “교회 내 장애인 신자들의 인식 개선과 사목적·영적 동행을 넘어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협의회의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창립 당시의 목표를 끝까지 간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가톨릭장애인사도직협의회는 1985년 장애인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결성된 한국가톨릭장애인 복지협의회를 전신으로 1995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 단체로 재창설됐다. 장애인 사목 활동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구 및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사목적 영적 배려 확산을 촉구하는 데 앞장서 왔다. 협의회 안에는 ▲장애인 사목 연구위원회 ▲한국가톨릭 발달장애인 부모회 ▲한국가톨릭 지체장애인협회 등 여러 산하 단체가 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21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새로운가·필요한가’ 사업 펼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윤병길 요한 세례자 신부, 이하 복지회)가 주관하고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윤병길 신부, 이하 한마음한몸)가 후원하는 노후 사회복지시설 환경개선 사업 ‘새로운가(家)’와 ‘필(必)요한가’를 통해, 올해도 복지회 산하 시설들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이용인에게 보다 안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복지회는 11월 4일 사업 지원시설인 서울 증산동 바오로교실 보호작업장·주간보호시설(이하 재활센터)에서 회장 정진호(베드로) 신부 주례로 현판·축복식을 거행했다. 바오로교실 재활센터는 발달장애인 이용인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재정적 제약으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복지회는 해당 시설을 공간 개선 분야의 ‘새로운가’와 필수재 지원 분야의 ‘필요한가’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지원했다. 보호작업장(시설장 조성애 크리스티나)은 두 사업에 모두 선정돼 1719만 원, 주간보호시설(시설장 한현미 루치아)은 새로운가 사업을 통해 548만 원의 지원을 각각 받았다. 이를 통해 재활센터 내 낡은 프로그램실 바닥재, 생산품 작업대, 식당 테이블과 의자, 신발장, 세면대 등이 교체됐다. 10년 넘게 사용한 프로그램실 바닥재는 들뜸과 균열로 안전사고 위험이 컸고, 식당의 테이블과 의자, 신발장 등은 20년 이상 지나 노후화와 오염이 심각했다. 파손된 세면대는 수차례 임시 수리를 거쳤으나 반복적으로 고장이 발생했다. 목재로 된 작업대 역시 상판 휘어짐과 낮은 높이로 인해 작업에 불편을 초래해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진호 신부는 축사에서 “낡은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한마음한몸에 감사드린다”며 “물리적 환경개선은 이용인의 안전은 물론,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지회는 산하 노후 시설의 ▲가시적 환경개선 ▲이용인 안전성 확보 ▲시설 환경에 대한 긍정적 인식 개선을 목표로 2024년부터 ‘새로운가’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공간 개선은 ‘새로운가’, 필수재 지원은 ‘필요한가’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년간 사업을 통해 총 74개 시설이 지원받았다. 올해는 11월 기준 총 31개 시설이 한마음한몸의 2억8000여만 원 규모 후원금으로 노후 환경을 개선하고 운영 필수재를 갖췄다. 사업은 시설당 최대 5000만 원(인준 시설은 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복지회는 12월까지 현장조사·결과보고 등을 통해 사업 효과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바오로교실 재활센터는 1983년 설립된 중증 발달장애인 시설로 1994년 준공된 현재 건물에 보호작업장과 주간보호시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35명을 포함해 40여 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보호작업장에서는 직업교육과 직업적응훈련, 누룽지 과자 생산·판매 등 작업 활동이, 주간보호시설에서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주간 돌봄과 재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4면

[인터뷰] 탈시설지원법 반대하는 (사)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회장

2020년 결성된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그해 12월 국회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이 최초 발의되자 이에 맞선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2021년 7월부터 탈시설 반대 집회를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2023년부터는 탈시설에 대한 올바른 이해 확산과 장애인 주거복지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올해 10월 재발의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탈시설 정책 강행 주체들은 ‘모든 시설은 인권침해 공간’이라는 획일적 전제 아래 수백 개 자립생활센터를 세우고, 수만 명의 활동 지원 인력을 배치하며 탈시설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의사 표현이 어렵고 보호자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회의 입장에 대한 사회의 이해와 연대가 절실하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34세 아들을 둔 김현아 회장은 “무엇보다 탈시설지원법의 문제점과 거주시설 혁신의 필요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해당 법안에는 중증 발달장애인·보호자의 자립 결정권과 시설 거주 희망자에 대한 대책은 없으며, 법안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와 보호자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며 이는 장애인복지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들이 탈시설 후 이전하게 될 자립지원주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24시간 상주 인력과 의료·행동 지원 전문 인력이 없어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또 “무연고 장애인의 경우 대리 보호자조차 없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탈시설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시의 탈시설 시범 사업에서 나타난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지역사회로 나간 ‘시설 밖 장애인’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요.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1200명이 시설을 떠났는데, 2024년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수는 7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500명은 어디로 갔나요? 그들이 정신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거나 무보수 노동 현장에 넘겨져도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장애인요양법’이 없어 중증 장애인이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뿐이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모든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을 전제로 해, 24시간 돌봄·의료·행동중재가 필수인 중증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집중지원시설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가칭) 장애인 거주시설 선진화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은 ▲장애 유형·중증도별 전문시설 지정과 전문 서비스 제공 ▲맞춤형 생활환경 조성 ▲복지, 의료, 교육이 연계된 통합 지원체계 구축 ▲운영위원회 활성화와 부모·이용자 참여 기반 확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2021년부터 탈시설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부모회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부모회가 전개한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 서명운동과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자립지원법) 폐지 청원 운동에도 많은 신자가 힘을 보탰다. 김 회장은 “탈시설 불이행 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탈시설지원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반대 여론을 확산할 수 있도록 서명운동에 더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11-16 제3466호 21면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30주년 맞아

경인 지역 최초로 설립된 호스피스 기관인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30주년을 맞이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병원장 박익성 요한 사도)은 11월 7일 병원 성요셉관 대강당에서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이경장(바오로) 주교 주례로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개소 30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열고,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가톨릭 호스피스 사명으로 헌신해 온 의료인·봉사자들의 노고를 되새겨 앞으로도 환자들이 존엄한 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기념식에는 가톨릭학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주요 보직자,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타 병원 호스피스 관계자 등 주요 내빈과 부천성모병원 교직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병원 영성부와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합창한 <혼자 걷지 않을 거에요>는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경상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환자가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거룩한 사명”이라며 “숱한 어려움 속에도 가톨릭 영성과 생명 존중 정신으로 그 사명을 수행해 온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여정이 계속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경기도·인천 최초의 호스피스 의료 기관으로 1995년 9개 병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말기 암 환자와 가족에게 신체·정신·사회·영적 돌봄을 실천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사명을 이어왔다. 200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말기 암환자 호스피스사업기관’ 및 ‘암환자 완화의료기관(호스피스병원)’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는 부천시 유일의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병원 내에 완화의학과를 신설해 전문성과 체계성을 더욱 강화했다. 현재 센터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학제적 팀을 중심으로 환자의 고통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다. 지난 30년간 12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요일별로 기도·마사지·침상 준비 등을 돕는 등 현장에서 함께해 왔다. 1만7000여 건이 넘는 후원도 센터와 의료인·봉사자들이 사명을 실천할 버팀목이 돼왔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1만2000여 명 환자가 센터의 돌몸을 받으며 평안한 임종을 이뤘다. 센터는 음악·미술·원예 요법 치료와 가족사진 촬영, ‘맞잡은 손’ 석고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환자와 가족이 사랑 속에 마지막 여정을 준비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에게는 의료·간병·장제 비용을 지원하며, 사별 가족 모임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등 ‘전인적 치료’를 실천하고 있다. 병원 영성부원장 김범준(요한 세례자) 신부는 “앞으로도 환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사랑과 돌봄 속에 마지막까지 삶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입력일 2025-11-12

[인터뷰] “가르치기보다 사랑으로”…한국교회 최장 ‘44년 근속’ 교리교사 채근자 씨

한국교회 교리교사 중 최장기간인 44년 동안 근속해 온 채근자(소피아·65·인천교구 일신동본당) 씨는 한평생 교리교사로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직무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꼽았다. 그는 “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예수님만이 주실 수 있는 무조건적 사랑을 아이들이 충만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리교사의 가장 큰 책임이자 존재 가치”라고 말했다. 주위의 권유도 있었지만, 채 씨가 교리교사가 된 것은 무엇보다 내면 깊은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학교 교사나 보육 교사를 꿈꿨고, 비신자 가정에서 자랐지만 스스로 입교했던 그의 마음속에는 일찍부터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대 졸업 후 10여 년간 미술학원을 운영한 것도, 생업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바람에서 비롯됐다. “풋내기 신앙인이었던 그때는 ‘이건 내 길이고 해야 하는 일이니까’라는 생각뿐이었어요. 물론 의무감만으로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에서 적성을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그 의무감조차 예수님에게서 온 것임을 그땐 몰랐던 거죠.” 그 사랑은 아이들과의 ‘참다운 만남’(프란치스코 교황 자의 교서 「오래된 직무」 제5항)을 이루려는 노력으로 드러났다. 매주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살피고, 성당에 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토요일마다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았다.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등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은 집으로 찾아가 성당까지 동행하고, 간식도 더 챙겼다. 어두운 저녁이면 직접 집까지 데려다주며, “늦게 와도 괜찮아. 너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선생님에게는 두근거림이야”라고 다정하게 말했다.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사랑으로 보듬는 데 집중했어요. 복잡한 교리는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그저 이렇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챙겨주는 선생님처럼, 누군가를 깊이 아낄 수 있는 마음이 예수님의 사랑이구나….’” 어른 간의 갈등에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다시 힘이 났다. 시끄럽다고 사제에게 꾸중을 듣고, 채 씨의 전화를 피하려고 토요일마다 집 전화선을 뽑아놓던 한 아이는 의젓하게 자라 본당 교리교사로 자원하며 채 씨와 함께했다. 진지함이 부족했던 한 아이는 그 누구보다 진중한 사제로 성장했다. 9월 28일 교황청에서 봉헌된 ‘교리교사의 희년’ 미사에서 레오 14세 교황에게 직접 교리교사 직무를 받은 채 씨는 “조건 없는 예수님의 사랑을 아이들 마음에 심는 교리교사의 본분을 되새기고, 같은 사명에 헌신하는 동료 교사들을 격려하시는 교황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예수님의 무조건적 사랑은 인간적인 사랑을 뛰어넘어요. 때론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부모나 가족, 선생님, 친구들의 사랑조차도 예수님의 사랑 앞에서는 부족하지요. 그런 순수한 사랑에 아이들이 눈뜨도록 돕는 교리교사의 직무를 앞으로도 후배 선생님들과 함께 이어가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6면

‘영화로 풀어낸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 제5회 2030청년영화제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이하 청년문간)이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서울 정릉동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제5회 2030청년영화제’를 개최한다. 올해 영화제는 한층 큰 규모로 펼쳐지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올해의 2030청년영화제 홍보대사, 2030청년영화제가 주목하는 올해의 배우를 초청하는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기획됐다. 청년들이 경쟁과 수상을 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자리인 ‘청년 영화인 콘퍼런스’도 열린다. 상영작은 2025년 제작지원작 8편, 2024년 제작지원작 9편, 경쟁작 10편, 초청작 16편, 특별 섹션 9편 등 50여 편이다. 개막식은 26일 아리랑시네센터 3층 아리랑인디웨이브관에서, 폐막식은 30일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 예정이다. 올해 영화제는 갈등과 경쟁의 시대에도 함께 나아가려는 청년 세대의 의지를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영화제 포스터 속 형상도 서로 몸을 맞대 ‘함께(Together)’라는 단어를 완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분열된 사회에서도 서로 이어지는 인간의 본질적 힘인 ‘연대’를 시각화했다. 2030청년영화제는 청년문간이 2021년부터 열어온 행사로, 청년들에게 영화를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전문 영화인 멘토와 함께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고 상영하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용기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의 장이다. 영화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청년 예술인 지원은 대부분 공모형·단기 사업 중심으로 운영돼 경력이나 네트워크가 부족한 초기 청년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지역 영화제의 축소로 인해 신진 창작자들의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사회 전반의 불안정 속에 ‘포기’의 경험이 일상화한 청년들에게 2030청년영화제는 큰 격려의 장이 될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청년문간 이사장 이문수(글라렛선교수도회) 신부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년들이 영화를 통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영화제를 통해 많은 청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청년문간은 2015년 어느 고시원에서 굶주림 끝에 사망한 한 청년의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2017년 세워진 식당 ‘청년밥상문간’을 토대로 글라렛선교수도회가 2020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청년들에게 3000원에 격려의 김치찌개 식사 한 끼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나아가 사회와의 연결 기회를 주고, 잠재력을 발휘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청년문간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청년들이 직접 세계 이웃을 찾아가 희망과 기회(짐바브웨 공용어로 ‘무카나’)를 선사하는 ‘무카나 프로젝트’, 청년들이 노인들과 만나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림책과 자서전을 제작해 안겨주는 ‘세대공감 잇다’ 프로그램 등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6면

‘창립 10년’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 가난한 이들 향한 헌신 되새겨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Order of Malta Korea, 회장 임성균 프란치스코, 담당 박기석 요한 사도 신부, 이하 OMK)는 11월 1일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에서 OMK 채플린(Chaplain, 영적 지도·성사 동반 성직자)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례로 새 회원 4명의 임관미사를 봉헌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창립 10주년 축하 만찬을 열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예수님처럼 자신을 낮춰 멸시받는 이들과 같은 위치에서 사랑하며 고유 사명인 ‘믿음의 수호’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 실천으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해 달라”고 전했다. 축하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OMK의 10년 여정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며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했다. 영상에서는 ▲도시 노숙인을 찾아다니며 외투를 제공했던 ‘생명의 재킷(Jacket for Life)’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에게 도시락을 조리·배달한 ‘런치박스(LUNCHBOX)’ ▲결식 위험에 노출된 이들에게 빵을 나눈 ‘브레드 포 위켄드’(Bread for Weekend) ▲취약계층에 구호품을 전달한 ‘코로나19 구호 키트(COVID19 Relief Kit)’ 등 OMK의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아울러 오더 오브 몰타 오스트레일리아 존 머피(John Murphy) 회장은 공동 사명과 우정의 상징으로 오더 오브 몰타의 수호자인 필레르모의 성모(Our Lady of Philermos) 이콘을 박기석 신부에게 선물했다. 존 머피 회장은 “짧은 시간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동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OMK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한국인 특유의 겸손함, 깊은 신앙과 목적의식, 열정적 헌신으로 여정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5면

서울 한빛·인천 심곡 종합사회복지관 30주년 기념행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한빛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원석 베드로 신부)은 10월 31일 복지관 강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설립 30주년 기념미사와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 중에는 한빛장애인주간이용시설 이용자들과, 남·북한 주민이 연합한 남북어울림합창단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장기근속 직원, 특별 공로자 등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도 진행됐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축사에서 “신월동 주민과 북향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수행해 온 복지관 여러분의 노고를 크게 치하한다”며 “가톨릭 사회복지 정신을 구현한 전문적 사회복지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달라”고 격려했다.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심곡동종합사회복지관(관장 연정준 요셉 신부)도 11월 1일 부천 마루광장에서 개관 30주년 기념식과 비전 선포식, 문화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새 비전을 상징하는 캘리그래피 퍼포먼스, 주민 참여 무대 및 전문 공연, 사업설명회 등이 진행됐다. 복지관과 동행하는 지역 공동체와 단체들이 기획한 작품 전시, 캠페인 소개, 만들기 프로그램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부스도 운영됐다. 행사장에는 위기가구 생계비 지원 모금 부스가 설치돼 부천시 내 긴급·위기 가구를 위한 2026년 기획 모금 캠페인도 진행됐다. 복지관은 캠페인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가정들에 대한 신속하고 안정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빛종합사회복지관은 가톨릭 사회복지 정체성에 따라 북향민 등 지역 주민 복지를 넘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자살 예방과 고독사 예방 등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을 구현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심곡동종합사회복지관은 문화, 환경,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주제에 따라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계획·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단순한 소외계층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나눔 문화까지 촉진하는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4면

진정한 연대 기반한 국제개발협력 방안 모색

국제개발협력 패러다임은 공여국 중심의 일방적 지원에서 현지 주민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지주도개발’(Locally-Led Development)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국제개발협력도 과거 원조 제공자로부터 경험한 하향식 원조 구조를 벗어나 진정한 연대에 기반한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찾을 요구를 받고 있다. 해외원조 사업 수행 주체와 방식의 변화, 여러 현실적 과제 앞에서 한국교회는 어떻게 그 요구에 응답할 수 있을까. 가톨릭꽃동네대학교(총장 이종서 보니파시오, 이하 꽃동네대)는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한국 카리타스)과 함께 10월 31일 줌(Zoom) 화상으로 개교 27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기관·단체의 국제개발협력 현황 연구 결과를 살피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참여와 상호성을 기반으로 한 개발협력 모델 재정립 ▲세이프가딩(Safeguarding, 취약계층 보호책임) 국제 기준 반영과 제도화 ▲세계시민 교육 확대 필요성에 공동 인식을 모았다. 한국 카리타스와 꽃동네대 카리타스복지연구소(소장 도건창 요한 교수)가 전국 209개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공동 수행한 ‘2025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및 국제개발협력 현황 실태 보고’에 따르면, 한국교회 해외원조 사업은 간접 사업이 75%, 직접 사업이 19%로 간접 사업 수와 지원금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과거 수도회 중심의 현장형 사목에서 전문 기관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 구조로 사업 수행 방식이 변화 중임을 보여주는데, 전문성과 효율성은 높아져도 복음적 관계성과 현장성은 약화될 위험도 시사한다. 현실적 과제로는 ▲인력과 재정의 제한 ▲대외적 가시성 부족과 파편화한 협력 구조 ▲공동 규범의 공백이 제시됐다. 보고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46개 기관·단체 중 수행 인력 관련 질문에 응답한 기관·단체는 31개로, 그중 18개(58%)가 ‘사업 담당 인력이 없다’(5개, 16.1%) 또는 ‘1명’(13개, 41.9%)으로 응답했다. 각 조직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상호 조정이 가능한 장이 없어 사업이 산발적이고 중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파트너 기관과 서면 약정을 하는 단체가 46개 단체의 절반가량(20개, 57.1%)이고 협약서에 세이프가딩을 명시하는 단체도 전체의 23.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지 주도 개발 패러다임의 핵심인 상호 책임성, 현지 주인의식 등을 구체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해줄 명문화 규범과 실행 구조가 미비한 기관·단체가 많음을 나타낸다. 도건창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한국교회 국제개발협력 모델의 강점인 헌신적 동반은 현지 파트너를 공동 창조자가 아닌 수동적 수혜자로 위치시킬 수 있어 새로운 현지주도개발 중심 시대에는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환 신부(안토니오·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주제 발표 토론에서 “해외원조 담당 인력이 1~2명에 불과한 기관은 전체의 60% 이상, 세계시민 교육을 실시한 기관은 20% 미만으로, 국제개발협력이 교회 전체의 사명이 아니라 일부 기관의 전문 영역으로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본당, 신학교, 대학 안에서 신자들이 세계시민적 영성을 함양하도록 적극 교육하고,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자와 시민이 공동 참여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 방향으로는 ▲상설 허브 설립 등 국제개발협력 주체들 간 시너지를 촉진하는 네트워크 전략 ▲구속력 있는 윤리적 파트너십 강령 공동 제정, 신자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야별 실무 그룹 개발 등 인적 자원과 지식에 대한 공동 투자 ▲참여형 글로벌 시민 교육 확대와 본당·단체와 현지 공동체 직접 만남 활성화 등 글로벌 연대 플랫폼으로의 교회 환경 재구성 등이 제안됐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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