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의 걸음
Peru, 2010.
만년설 봉우리에 둘러싸인 께로 마을은
희박한 공기 속에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서
연신 코카 잎을 씹으며 비틀비틀 걸어 오른다.
지상의 가장 높고 깊고 엄정한 자리에서
강인하게 살아온 인류 최정상의 전위들.
이들이 사라지면 인간의 높이도 그만큼 낮아지리라.
야생의 인생을 알파카 본초로 감싼 께로스 청년은
고독한 전위의 걸음으로 만년설산을 넘어간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