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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한국교회 누적 사제 7178명…“새 사제 급감”

한국교회의 누적 사제 수가 717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매년 새로 서품되는 사제 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감소세가 뚜렷하다. 주교회의는 전국 교구와 남자 선교·수도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회 사제 인명록(2026)」(이하 사제 인명록)을 발행했다. 기준일은 2026년 3월 1일이다. 사제 인명록에는 첫 한국인 사제인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부터 올해 2월 6일 사제품을 받은 서울대교구 김민섭(미카엘) 신부까지 총 7178명이 수록됐다. 전년도 인명록보다 71명 증가한 수치다. 현역 사제 가운데 수품 연도가 가장 앞선 이는 광주대교구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다. 원로 사목자를 포함해 활동 중인 추기경·주교 포함 한국인 사제는 5758명으로, 전년도 5742명보다 16명 증가했다. 소속별로는 전국 16개 교구 사제가 4842명(84.1%)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선교·수도회 소속 사제(해외 활동 포함) 892명(15.5%), 교황청 및 해외 교구 등에서 활동 중인 사제(수도회 제외) 23명(0.4%)이다. 1845년부터 2026년 3월 1일 현재까지 선종한 사제의 누적 수는 773명으로, 전년보다 34명 늘었다. 2025년 3월 1일부터 2026년 2월 말까지 새로 서품된 사제는 교구 57명, 선교·수도회 13명을 합쳐 총 70명이다. 최근 10년간 새 사제 수를 보면 2015년 154명에서 2020년 113명, 2023년 88명, 2025년 77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준은 각 연도 1월 1일에서 12월 31일이다. 사제 인명록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목하는 외국인 사제는 114명으로 전년(115명)보다 1명 감소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출신이 16명(복수 국적자 포함)으로 가장 많고, 미국(12명), 필리핀(11명), 멕시코(9명), 스페인·인도(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소속별로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12명),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9명) 순이었다. 사제 인명록 작성은 전국 교구의 사제 서품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고려해 매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한다. 전년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와는 차이가 있다. 수록 순서는 수품일 순을 원칙으로 하되, 수품일이 같을 경우 생년월일이 빠른 순이다. 주교회의는 홈페이지 온라인 페이지(cbck.or.kr/Priests)를 통해 이름·세례명·수품일·소속·선종일에 따른 정렬 및 검색 기능과 소속·수품 시기별 통계를 제공한다. 사제 인명록은 전자책(ebook.cbck.or.kr)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6면

한국교회, 인공지능 대응 ‘태스크 포스’ 구성한다

신앙·윤리·교육 등 교회 전반을 흔드는 인공지능(AI) 물결에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5월 1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회의를 열고 AI 관련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 책임은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가 맡으며, 한국교회의 AI 관련 지침 마련을 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번 TF 구성은 4월 15일 열린 ‘AI 관련 전국위원회 총무 모임’에서 제기된 공동 대응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참석자들은 가톨릭 용어가 AI 답변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되는 문제, 인간 존엄성보다 산업적 활용에 치우친 국내 AI 법안의 한계 등을 논의하고, 한국교회 차원의 윤리적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임민균 신부는 “TF의 급선무는 AI를 직면하는 한국교회의 올바른 자세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구성 인원은 전국위원회 총무들의 추천을 받아 5~6명으로 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임위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10주년을 기념해 10월 7일부터 14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의 모임'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참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2026년 추계 정기총회 일정은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로 변경됐다. 제28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에서 ‘일본과 한국교회의 이주민·난민·외국인 사목’을 주제로 열린다. 상임위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에 청주교구 최승환(요셉) 신부를 임명했다. 임기는 3년. 2010년 사제품을 받은 최 신부는 청주교구 모충동 보좌, 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을 거쳐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구 사무처 차장, 교구장 비서, 교황청립 성바오로 국제선교신학원 부원장, 서청주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면

이용훈 주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환담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5월 1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정동영(다윗) 통일부 장관을 만나 환담했다. 이 주교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관련해 수십만 순례자의 안전과 원활한 이동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면서,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이 한반도 평화 증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통일부의 협력을 특별히 당부했다. 이어 “남북이 분단된 상황인 만큼 교황께서 접경 지역을 방문하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WYD는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닌 국가적 행사임을 정부와 국회가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답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종교계와 정부가 함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두 사람은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참가를 위해 5월 17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했다. 남북의 민간·체육 교류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 장관은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얼음도 녹을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의 ‘평화 교육’ 활동도 소개됐다. 위원회는 남북 교류가 막힌 기간 남남 갈등 해소와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에 집중해 왔으며, 2024년에는 교재 「평화와 화해」를 개정, 발행했다. 아울러 독일 주교들의 평화 선언을 담은 「이 집에 평화를」 을 번역해 출간하는 계획도 공유했다. 한편 정 장관은 만남 첫머리에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교회의가 내란 규탄 성명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민께 큰 위로와 힘이 됐다”면서 “시국이 어려울 때마다 천주교가 앞장서 등불을 밝혀 주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1면

[인터뷰] FABC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 가정… 시노드 모임’ 참석한 문창우 주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2023년 설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방콕 문서」는 아시아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활동의 확대’가 아니라 아시아 현실 안에서 복음이 살아 움직이는 ‘함께 걷는 교회’로 제시한다. 그 중심에는 소공동체와 가정의 회복이 자리한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태국 방콕 가밀로 사목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의 사명에 관한 시노드 모임’은 이 문서를 바탕으로 가정사목의 성과와 과제를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식별한 자리였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방콕 문서」의 정신에 비춰볼 때, 가정사목은 단순히 혼인 준비나 위기 상담 차원을 넘어, 가정 자체가 작은 교회이며 선교 공동체가 되도록 돕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FABC 평신도가정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모임은 여러 흐름이 맞물리며 마련됐다. 올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발표 10주년을 맞아 시노드 이행기의 본격적인 여정을 준비하는 의미를 담았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가 각국 담당 주교에게 혼인과 가정에 관한 사목 현황 조사와 답변을 요청한 가운데, 오는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FABC 제12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각국이 종합 보고서를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문 주교는 “‘성령 안에서 대화’ 방식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두 차례에 걸친 이 대화에서 참가자들은 각국 보고에 대한 식별과 나눔을 이어가는 한편, 신학자 비말 티리만나 신부와 성서학자 파블로 비르힐리오 다비드 추기경의 강연 내용을 성경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가정 공동체」 ,「방콕 문서」에 비춰 성찰했다. 문 주교는 “오늘의 가정사목은 이상적인 가정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혼과 재혼의 상처, 한부모와 조손 가정, 이주민, 경제적 위기, 중독과 우울, 가족 내 단절을 경험하는 이들을 교회 공동체가 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얻은 공감이다. 그는 가정이야말로 모든 사목 주제가 파생되는 자리인 만큼,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아시아 현실에 맞는 교회의 길을 신앙 감각으로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공동체의 강점은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주는 힘입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병든 가족을 위한 식사 나눔, 아이 돌봄의 연대 같은 작은 실천이 복음의 힘을 드러냅니다.” 문 주교는 “아시아 각국 교회의 발표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직면할 과제를 미리 살피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이주민 가정의 해체 문제나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위기는 이제 한국에서도 겪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모임에서 제기된 보고와 질문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정에 대한 사명을 삶 안에서 더 분명히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아시아교회와의 지속적인 연대 속에서 가정사목 영역에서도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21면

공지영 작가, 세상 모든 딸에게 보내는 응원…「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소설가 공지영(마리아) 작가가 인생의 여름을 건너고 있는 세상의 모든 딸에게 다시 한번 지지와 응원의 편지를 건넸다. 15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전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이제 서른을 훌쩍 넘어 자신의 삶을 버텨내고 있는 딸에게 부치는 글이다. 딸이 어른으로 성장한 시간만큼 더 넘어지고 일어서며 세월을 살아온 작가가 한층 깊어진 응원을 전한다. 작가는 지금 산골에서 산다. 날이 밝으면 정원으로 나가 화단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다. 장화까지 신고 나간 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일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 고요한 일상에서 문득, 지금쯤 가장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딸 생각이 났다. 스스로도 그 나이가 가장 힘들었다. 모든 것을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따라붙던 시절. 그 시절을 건너온 자리에서 작가는 딸의 질문을 떠올리며 인생 선배이자 엄마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두 편의 편지에 담았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잘한 일보다 후회되는 일, 자랑스러운 기억보다 지금도 얼굴이 붉어지는 기억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기억조차 못 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지, 가족 사이에서 특히 더 그런지를 작가는 특유의 매혹적인 문장으로 솔직하게 풀어낸다. 부모와 자식, 사랑과 상처, 관계와 고독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안에 녹아들면서, 읽는 모든 이의 경험과 맞닿는다. 조언도 있지만 가르치려는 말이 아니다. 확신이 강할수록 조금 비워두라고, 내 감정과 바깥의 상황을 뒤섞지 말라고, 사람은 좋을 때보다 힘들 때 봐야 진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줄리언 반스, 데일 카네기, 스캇 펙 등 여러 저자들의 사유를 빌려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복잡성을 짚어가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을 일러준다. “엄마의 새벽이 너희에게 보내는 축복의 기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잊지 마라. 세상의 비바람이 거셀 때, 설사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너를 외면할 때조차도 엄마는 너의 편이라는 것, 엄마는 너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설사 네게 기쁜 일이 있어 그걸 굳이 엄마와 함께 나누지 않는다 해도 네가 기쁠 때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기뻐할 것임을.”(300쪽) ‘응원’은 딸을 향한 말이면서도, 결국 이 책을 손에 쥔 모두에게 향한 말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전작과 함께 세트로 재구성됐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5면

[제2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이모저모

제2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10년 넘게 소설로 증언해 온 김숨(모닌느) 소설가와 한국 현대 시단을 대표하는 황동규 시인의 수상으로 깊은 감동을 안겼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소설과 깊어질 대로 깊어진 시의 세계가 나란히 조명된 이날 시상식은, 인간의 고통을 넘어 평화와 희망을 추구하는, 교회와 문학의 가치가 어우러진 현장이었다. ◎… 시상식에는 격식보다 진심 어린 말들이 넘쳤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최성준(이냐시오) 신부는 직접 수상작을 읽어낸 소회를 인사말에 담았다. “「간단후쿠」는 무겁게 와닿아 읽기를 주저하다가 힘들게 읽어냈다”며 김숨 소설가를 ‘기억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의 작가라고 했다. 황동규 시인에 대해서는 신학생 시절 그의 시에서 받은 감동을 떠올리고, “원숙한 언어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제정 때부터 함께해온 신달자(엘리사벳) 시인은 “29회라는 평범한 숫자가 가슴 뭉클하다”며 소회를 밝혔다. 경과 보고 말미에는 「가문비나무의 노래」 저자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 마틴 슐레스케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두 수상자에게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울림이 있는 작품을 계속 써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으로 새로 위촉된 문학평론가 우찬제(프란치스코) 교수는 “구상 선생님, 구중서 선생님, 신달자 선생님께서 과업을 시작하신 그 자리에 심부름하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문학은 어둠을 빛으로 인도하는 소명에 동참하고자 하는 예술”이라며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의미 있는 등대가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심부름하겠다”고 덧붙였다. ◎... 1회부터 후원을 이어온 우리은행에서는 정진완(스타니슬라오) 은행장 대신 참석한 조세형 부행장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조 부행장은 “한국가톨릭문학상이 문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신앙과 삶을 성찰하게 하고,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전해주는 소중한 상”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2027년 열릴 세계청년대회가 한국 천주교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연대와 평화,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수상 소감에서 김숨 소설가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쁘게 받는 첫 상이 되어주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문학상을 몇 차례 받았는데 그때마다 불안, 두려움, 공허함 같은 것이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은 넘쳤지만 기쁨은 너무 왜소했다”는 그는 지난 10년 동안 만나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떠올렸다. 이어 “그분들이 제게 주신 것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간이었고,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생명을 내어주는 것”이라면서 “할머니들에게 생명의 빚을 졌고, 그 빚을 ‘쓰는 시간’으로 갚겠다”고 전했다. ◎...김숨 소설가와 서울대교구 삼각지본당 신자들과의 따뜻한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다. 2025년 9월부터 매월 본당 글쓰기 모임을 동반해 온 그는 회원들이 선물한 옷을 입고 단상에 올랐다. “평소 옷 선물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이번 상은 불안과 공허함을 내려놓고 기쁘게 받을 수 있어 옷도 감사하게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글쓰기 모임의 백진숙(데레사) 씨는 “성모 성월에 장미꽃 같은 옷을 선물하자고 회원들이 마음을 모았다”고 들려줬다. “처음에는 고사하시다가, 평생 귀하고 소중한 때 글쓰기 모임을 기억하며 입겠다고, 또 찢어지면 꿰매 입겠다고 하셔서 모두 행복했다”는 백 씨는 “작가님에게 이번 수상이 한없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척추협착증으로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고 미완의 작업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수상 소식에 기운을 얻어 새 시 두 편을 완성했다”고 말문을 연 황동규 시인은 화가 조광호(시몬) 신부, 오정희(실비아) 소설가, 신달자·이태수(아킬로) 시인 등을 거론하며 가톨릭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가톨릭이 품고 있는 ‘두루 비춤’의 정신이 조선 후기 북학·실학파에서 정약용·정약종 형제로 이어지며 한국 가톨릭의 특성이 됐다”고 역설한 그는 “정지용(프란치스코) 시인과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이 걸어온 그 길을 잇게 되어 큰 영광”이라고 했다. ◎...시상식은 한국 문학계와 교계의 축하가 함께한 가운데 풍성하게 이어졌다. 시상식장 입구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손진책 회장과 나태주 시인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원로들의 축하 화환이 줄지어 놓였다. 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철수(스테파노) 사무총장 신부, cpbc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성기헌(바오로) 신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김진택(토마스 아퀴나스) 회장 등 교회 내 인사들도 참석했다. 역대 수상자들도 함께했다. 제3회 수상자 이태수 시인, 제20회 수상자 이인평(아우구스티노) 시인, 제23회 전기문학 부문 수상자 이숭원 문학평론가, 제27회 수상자 김재홍(요한 사도) 시인 등이 함께해 29회 동안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쌓아온 문학적 신뢰와 무게를 새삼 확인시켰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0면

제2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열려

제2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이 5월 14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 2층 로얄볼룸에서 열렸다. 가톨릭 정신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문학으로 드러낸 작품을 조명해 온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올해 장편소설 「간단후쿠」(민음사, 2025)의 김숨(모닌느) 소설가와 시집 「봄비를 맞다」(문학과지성사, 2024)의 황동규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 시상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됐다. 「간단후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오랜 경청과 취재로 일군 작품이다. 소설은 당시 피해 여성들이 입었던 통 원피스 ‘간단후쿠’의 옷자락에서 시작해 망각 속에 묻혀온 소녀들의 시간을 되살려냈다. 황동규 시인의 「봄비를 맞다」는 1958년 등단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온 시력(詩歷)의 내공을 응축한 그의 18번째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간단후쿠」에 대해 “당대의 시대적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린 소녀의 순정한 내면과 여성들 사이의 연대, 관계의 욕망을 섬세하고 아프게 되살린 이중의 서사”라고 평했다. 「봄비를 맞다」는 “이미 써버려 없어진 부분, 그 없음이 새로 있음을 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하며 언제나 지금을 반기며 노래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는 김산춘 신부(요한·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우찬제(프란치스코) 문학평론가,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 신수정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시상식에는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가톨릭신문사 사장 최성준(이냐시오) 신부, 우리은행 조세형 부행장을 비롯해 교회 안팎의 인사들과 문화·출판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신호 주교는 격려사에서 “하느님을 닮은 우리가 말과 행동으로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선하게 바꿀 수 있듯이, 두 분의 작품을 통해 많은 이가 인생을 성찰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성준 신부는 인사말에서 “「간단후쿠」는 막연하게만 알던 아픈 역사가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의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면서도 시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고, 황동규 시인의 시는 인생을 깊이 사신 분의 목소리”라며 “두 작품은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끝내 외면하지 않는 용기를 담고 있기에, 한국가톨릭문학상이 그러한 작품에 주어진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1998년 가톨릭신문이 제정하고 우리은행의 후원으로 시작된 한국가톨릭문학상은 한국교회 최초의 문학상으로, 시와 소설, 아동문학, 수필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가운데 해당 연도에 작품성이 출중한 산문과 운문 부문 수상작을 선정해 시상한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면

「복음의 힘」…“우리는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스도, 마음, 교회, 선교, 친교, 평화, 복음, 연약함, 정의, 희망. 짧고 단순해 보이는 이 단어들 하나하나는 오늘의 세계를 향한 묵직한 물음이자 선언이다. 책은 레오 14세 교황 즉위 후 행한 강론과 연설에서 핵심 문장들을 추려 엮은 묵상서다. 체계적인 신학 논증보다는 구체적인 청중과 상황을 염두에 둔 현장의 언어에 가깝지만, 열 개의 주제를 가로지르는 중심 메시지는 한결같이 복음을 향해 있다. 페루에서 10여 년을 선교사로 살고 치클라요교구 주교로서 불의와 빈곤의 현실을 온몸으로 통과해 온 그의 시선과 경험이 곳곳에 스며 있다. 복음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현장에서 길어 올린 확신이 그 바탕을 이룬다. 기저를 흐르는 것은 성 아우구스티노의 영성이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사제로서 그 영성에 깊이 뿌리내린 교황은 서문에서 열 개의 단어 가운데 특별히 ‘그리스도, 친교, 평화’ 세 단어를 고른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 세 단어는 실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관계로 묶여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는 것이 친교로 이어지고, 그 친교가 평화의 토대가 된다고 역설한다. 책에서 그리는 그리스도는 멀고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믿음이란 초월적 존재를 향한 인간의 고된 노력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 안에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며 하느님이 우리 마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일”이다. 여러 군데 인용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가르침은 교황의 영성적 뿌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창이 된다. 현실의 불의를 직시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많이 가진 이들이 언제나 더 많이 갖고, 반대로 덜 가진 이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구조적 불의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말하며, “증오와 폭력은 내리막길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 민족들 사이에 빈곤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려는 친교의 열망이 온갖 형태의 극단주의를 이겨 내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독려한다. 서문 끄트머리에서는 알제리에서 순교한 크리스티앙 드 세르제 복자의 기도를 빌려 독자에게 묻는다. “먼저 ‘내가 무기를 내려놓게 하소서’라고 청하거나, ‘우리가 무기를 내려놓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가 무기를 내려놓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할 자격이 있을까요?” 그리고 아우구스티노의 말씀으로 서문을 닫는다. “우리가 바르게 살아간다면 우리 시대는 좋아질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우리 자신입니다.” 이 인용구는 책 전체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의 신학적 통찰과 인격적 따스함이 더욱 깊이 다가온다”며, “복음의 참뜻을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와 사도로 성장하는 영적 자양분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2027년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을 맞이할 준비로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역자 후기를 통해 이재협(도미니코) 신부는 “복음이 오늘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묻는 독자라면, 또 그 물음에 레오 14세 교황의 답을 가까이에서 듣고 싶었던 독자라면 더없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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