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故) 유수일 주교, 검소한 삶 마치고 ‘주님 품으로’

이형준
입력일 2025-06-02 17:05:14 수정일 2025-06-02 17:05:14 발행일 2025-06-08 제 344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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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서 장례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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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5월 30일 봉헌된 고(故) 유수일 주교의 장례 미사에서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장 김상욱 신부가 고별식을 주례하며 관을 향해 분향하고 있다. 이형준 기자

한국교회 두 번째 수도회 출신 주교이자 제3대 군종교구장을 지낸 유수일(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가 검소하고 소박한 영성을 몸소 실천한 삶을 마치고 5월 28일 오후 1시 16분 선종했다. 향년 80세.

유 주교의 장례 미사는 5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와 한국 주교단·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장례 미사에는 작은형제회를 비롯한 수도회·각 교구 사제,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 등이 참례했다. 장지는 충청남도 천안 성거산 작은형제회 관구 묘역.

서상범 주교는 강론에서 “주교님께서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되셨을 때, 교구청 식구들과의 첫 만남을 멋지게 해드리기 위해 새 양복과 새 구두를 권해드렸지만 한사코 거절하셨다”며 “뒷굽이 뭉개진 낡은 구두 한 켤레로 전·후방 각지를 돌며 장병들을 찾아 다니실 정도로 가난과 검소함을 몸소 사셨다”고 전했다. 서 주교는 이어 “군종교구가 더 영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시기에 주교님께서는 깊이 있는 감동과 성령의 능력이 가득 찬 가르침으로 군 신자 용사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소해 주셨다”고 했다.

주한 교황대사 대리 페르난도 헤이스 몬시뇰은 레오 14세 교황과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위로 조전을 대독했다. 레오14세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보낸 조전에서 “유수일 주교님의 영혼과 장례 미사에 참석한 모든 분, 부활의 확고한 희망을 간직한 채 애도하는 모든 이들을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에 맡겨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대교구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등이 추도사로 고인을 회고하며 애도했다. 고별식은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장 김상욱(요셉) 신부가 주례했다. 미사에서는 유 주교의 약력 소개와 함께 작은형제회가 제작한 추모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1945년 3월 23일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난 유수일 주교는 1969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작은형제회에 입회했다. 1979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사제품을 받았다.

유 주교는 수원교구 세류동본당, 마산교구 칠암동본당 등에서 사목했다.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작은형제회 한국 준관구장이자 명도원 원장 소임을 맡았다. 1990년 미국 뉴욕 성 보나벤투라 대학교에서 영성신학 석사학위를 받은 유 주교는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작은형제회 한국 관구장,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로마 본부 총평의원을 지냈다. 2010년 제3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유 주교는 같은 해 10월부터 주교회의 보건사목 담당과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을 겸했다. 

2021년 2월 교구장 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유 주교는 10년 6개월 간의 재임 동안 일관되게 성경 말씀을 중심에 둔 신앙,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삼위일체 신앙을 강조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