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 생을 담담히 배웅하며

변경미
입력일 2025-06-04 09:29:22 수정일 2025-06-04 09:29:22 발행일 2025-06-08 제 3445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Second alt text

제3대 군종교구장을 지낸 유수일 주교가 투병 중이라는 이야기는 자주 접했지만, 선종 소식은 여전히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군종교구 담당 기자와 함께 고인을 기리는 빈소부터 장례미사까지 동행하며 기록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사진과 글로 담아낸 건 처음이었다. 입사 후 주로 본당 사목 모범 사례나 교회의 사회교리 실천 현장을 취재해 왔다.

이번엔 달랐다. 죽음을 마주하는 현장은 낯설고 감정은 무거웠다. 기록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조심스러움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수도복을 입고 눈을 감고 계신 고인의 마지막 모습, 그 옆 영정사진, 관 앞에서 기도하는 조문객들을 한 장면에 담고자 애썼다. 혹여 행동이 고인과 조문객들에게 불편함을 드리진 않을까 선배 기자에게 물었고, “이 기록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생전에 뵌 적은 없는 분이었지만, 그분의 삶은 이미 기사와 서적을 통해 여러 갈래로 남아 있었다. 수도회 출신의 사제, 조용히 나눔의 삶을 실천하신 분. 남겨진 기록 속에서 고인의 삶을 조금씩 그려볼 수 있었다. 그를 기억할 누군가가 다시 고인을 떠올리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도록, 그 마지막 여정을 조심스럽게 기록해 나갔다.

평소에도 겸손함 속에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삶을 실천해 오셨던 유수일 주교. 그분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기자로서도, 한 신앙인으로서도 큰 울림이자 감사였다. 생애의 끝자락까지 따라가 담아낸 한 장의 사진, 몇 줄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분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지도가 되길 바란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