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직제, 한국 그리스도교와 극우의 위험한 동행’ 주제로 포럼 개최 정경일 박사, “극우 세력의 ‘기독교 국가’는 하느님 복음과 충돌” 지적
12·3 계엄 사태와 내란 정국을 거치며 나타난 극우 세력의 부상과 확산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 극우 성향의 일부 개신교회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일부 목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 개입과 선동, 이념적으로 편향된 발언들은 교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김종생 목사)는 5월 29일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 피정의 집 대강당에서 ‘한국 그리스도교와 극우의 위험한 동행: 신학자의 성찰과 분석을 중심으로’ 주제로 ‘제24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최근 확산되는 일부 극우 개신교회의 정치화 현상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공동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종단을 초월한 신학자들과 성직자들은 발제와 논평을 통해 극우 정치세력과 교회의 결탁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아울러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시대의 징표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성찰했다.
성공회대학교 정경일 박사는 ‘교회의 두 길: 기독교 국가와 하느님 나라’ 주제 발표에서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기독교 국가’ 구상이 하느님 나라 복음과 충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박사는 전광훈 목사 등의 활동을 예로 들며, “기독교 민족주의는 혐오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정치 신학이며, 민주주의와도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우 담론이 퍼지는 배경으로 사회적 불안과 정체성 위기를 언급하며, 교회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사랑과 돌봄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히틀러의 파시즘과 본회퍼의 저항 - 극우에 대한 신학적 성찰’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장로회신학대학교 고재길 목사는 1930~40년대 히틀러 치하 독일에서 독일 개신교회가 국가 권력과 결탁하며 본질을 잃었던 과거를 조명하고, 이에 저항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신학과 윤리적 결단을 현재 한국교회의 상황과 연결지었다. 그는 “전체주의와 결탁한 신학은 교회의 생명을 잃게 만든다”며 “교회는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복음의 예언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평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양현혜 목사는 “기독교 민족주의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복음 자체를 훼손한다”며, “교회는 복음의 이름으로 극우 정치세력과의 유착을 거부하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장동훈(빈첸시오) 신부는 논평에서 “오늘날 극우 담론은 성경 언어를 빌려 혐오를 합리화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고 말하며 “신학은 이런 흐름에 대해 예언자적 분별력을 발휘해야 하며, 교회의 자기 정체성은 정치 권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길을 따르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용훈 주교는 포럼 개회 인사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사회 안에서 사랑과 평화, 정의와 연대, 진리와 자유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들”이라며, “교회가 권력의 도구가 될 때가 아니라 약한 자와 함께 섬김을 통해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를 증언할 때,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의 보물로서 이 땅에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