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환경 서포터즈 ‘푸른문간’ 2021년 제주 올레길 플로깅으로 시작…청년 특유 감성 더해 환경 보호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이하 청년문간)에는 기후위기 심각성을 깨달은 청년들의 환경 서포터즈 모임 ‘푸른문간’이 있다. 푸른문간은 ▲플로깅(Plogging, 쓰레기 주우며 걷기) ▲제로웨이스트 실천 ▲환경적 실천을 구상하고 따르는 ‘꿀팁 챌린지’ 등 릴레이 활동 ▲시골 섬마을 일손을 도우며 천혜의 자연을 누리는 ‘푸른섬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동의 집 지구를 푸르게 물들이는 청춘(靑春)들을 소개한다.
지구와 공명하는 푸른 심장
푸른문간은 2021년 권하연·신서윤 두 청년문간 매니저가 제주도 올레길에서 ‘클린올레’ 플로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천혜의 섬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경험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사색을 도운 이 길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안겨 줬다.
평소 등산이나 캠핑을 할 때도 쓰레기를 줍게 될 만큼 둘은 플로깅을 생활화했다. 지구와 자신 모두에게 선익을 가져다주는 경험을 다른 청년들과 나눠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의식도 싹텄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포터즈를 꾸리고 청년들을 모았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자는 거창한 목적보다, 어머니 자연을 지키는 작은 실천들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순수한 애정이 청년들을 움직였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날은 너무 많은데, 지구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어요. 어쩌면 일상에서부터 생생히 목격해 왔을 거예요. 어떻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어요?”
활동을 계속할수록 청년들은 심각성을 절감했다. ‘우리가 미처 살피지 않았을 뿐,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을.’ 뜻을 함께하는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을 할 방법을 고민했다.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환경을 위한 가장 쉬운 실천부터 기획·도전하는 ‘환경 챌린지’, 쓰레기를 주우면서 야구도 보는 ‘야구장 플로깅’처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신선한 접근이라 금세 입소문을 탔다. “환경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계기가 없었다”는 청년이 하나둘 합류했다.
청춘들이 가져오는 ‘푸른빛 봄’(靑春)
푸른문간은 행사를 기획·실천하는 모든 과정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며 함께 결정하고 실행한다.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청년만의 감성과 속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푸른문간은 톡톡 튀는 발상을 담은 참신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일회용기에 포장하기 일쑤인 음식을, ‘용기’(勇氣) 내어 다회‘용기’(容器)에 받는 ‘용기내 릴레이’ ▲하루 버리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절감하며 점점 줄여나갈 수 있도록 매일 쓰는 ‘쓰레기 일기’ ▲버려진 플라스틱 컵과 컵 안 담배꽁초까지 주워 담는 일거양득 실천의 ‘담꽁 릴레이’ 등이다.
기획과 실천에 진심이 깃들자 자연스럽게 인간을 향한 사랑도 담겼다. 여름에는 섬마을 주민들의 일손을 돕고 바닷가를 거닐며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새 트레킹(Trekking) 코스를 개발하는 ‘푸른섬활’을 떠난다. 에너지 취약계층 노인들의 집에 단열재를 붙여주는 에너지 나눔봉사도 펼친다. 2022년 여름에는 수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탄천을 찾아 환경 복구 자원봉사 활동도 했다.
다양한 활동에 나서는 청년들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청년들은 “‘사람의 변화’를 목격하는 기쁨에서 열정이 솟는다”고 입을 모은다.
수원행궁에 산책 나온 주민들이 의무가 아님에도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줍는 걸 보며 “실천은 정해진 날이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채지원(28) 씨. 매달 플로깅만 20회 넘게 하는 그는 해수욕장 곳곳에 널린 엄청난 양의 폭죽 잔해를 주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지니고 폭죽을 쓰지 않도록 설득해 실제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채 씨는 “누군가가 우리 활동을 보고 행동을 바꾸고, 또 그 변화가 다른 이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때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내 삶에 파란(波瀾)을 가져오는
생태적 실천을 일상화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하지만 푸른문간은 같은 ‘푸른’ 꿈을 꾸는 청년들이 머리 맞대 고민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되어, 그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달 일일 참가자도 모집하기에 동참할 기회는 활짝 열려 있다. 호기심에 참여했다가 푸른문간 취지에 공감해 바로 일원이 된 사람도 많다.
푸른문간 활동 4년 차인 신주용(29) 씨는 “또래들과 어울려 재미와 보람 둘 다 얻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친환경 제품 사용 후기나 환경 보호 실천 ‘꿀팁’을 주고받으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생각조차 않던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은 이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텀블러를 챙기지 못한 날에는 되도록 카페에 가지 않는다. 물건 하나 필요하다고 쉽게 택배 주문을 하는 일도 없다. 포장지와 용기가 낭비되는 게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전에는 ‘나만 변해서 뭐 하나’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했었어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알고도 정작 행동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푸른문간에 합류하면서부터는 아주 사소한 실천에도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됐습니다.”
이문수 신부(글라렛 선교 수도회)는 “푸른문간 청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 안에서,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에 스스로 희망을 찾을 줄 아는 사도들”이라며 “청년들이 주도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청년문간은 묵묵히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