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에이’ 데셍 어워드 ‘조경 계획 및 정원디자인’ 부문 브론즈상
전주교구 개갑순교성지(담당 강석진 요셉 신부)에 조성된 ‘순교자의 미로’가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2025 에이’ 데셍 어워드’(A’ Design Award, 이하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립공주대학교 조경학과의 환경·행태 연구실 ITLs(지도교수 김무한) 팀이 설계한 순교자의 미로는 ‘조경 계획 및 정원디자인’ 부문에서 브론즈 상을 받았다.
순교자의 미로는 전체 크기가 15m*12m인 정원으로, 폭 1.2m의 구부러진 길을 순례자들이 걸으며 묵상하는 곳이다. 순교자와 순례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지상에서 천상으로 나아가는 순례의 길’을 미로로 형상화했다.
강석진 신부는 “미로의 참된 의미는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부활의 빛을 향해 묵묵히 끝까지 걸어간다면 마침내 하느님 안에서 참된 희망의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는 용기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교자의 미로는 한 부부의 봉헌으로 조성됐다. 부부는 성지에서 딸의 암 치유를 간절히 기도하던 중 딸의 기적적인 완치를 체험했다. 강 신부는 “이런 연유 때문에 정원을 기획하며 ‘치유’에 대해 깊이 묵상했고, 순례자들이 영적 위로를 받고 교회 전통과 순교자의 마음을 공경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설계와 조성은 섬세하게 이뤄졌다. 성지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순교자를 기릴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해 역사적 경외심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균형을 맞췄다. 기억과 기도, 묵상의 행위를 공간적 경험으로 풀어냈으며 나선형 구조를 통해 순례자들이 느리고 의식적인 움직임을 통해 깊은 묵상에 잠기게끔 유도했다.
ITLs 관계자는 “신앙의 여정과 순교자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체험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며 “단순한 형태를 넘어 깊은 영적 울림을 전달하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구성 재료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았다. 미로 바닥은 화산석으로 마감해 자연의 고요한 감각을 전했고, 벤치는 퇴역 선박에서 회수한 재활용 목재로 제작해 시간의 깊이를 더했다. 또한 이 둘의 구조적 결합을 통해 전통과 현대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각 재료는 ‘흔적’, ‘기억’, 그리고 고통을 넘어선 ‘희망’을 상징하며, 이로써 완성된 공간 전체는 기도의 흐름과 묵상의 깊이를 담은 순례의 장을 뜻한다.
강 신부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영적 묵상의 도구인 성지 내 여러 작품을 통해 순례자들이 복자 최여겸(마티아·1763~1801)의 삶과 신앙을 묵상하고 가슴 속 깊이 울림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