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여성이 이사장 되는 날까지…갈 길이 멀죠”

이형준
입력일 2025-04-29 11:16:19 수정일 2025-04-29 11:16:19 발행일 2025-05-04 제 344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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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결혼 이주여성 자립 돕는 ‘알록달록 협동조합’ 신선화 이사장
한국 문화 적응·소통 문제로 기술 익혀도 취업 어려운 현실
재봉 기술 교육해 생활용품 제작 홍보하며 판로 개척해 자립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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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1층의 알록달록 공방에서 만난 신선화 이사장은 “공방이 이주여성들이 기술을 익히고 자립의 기반이 되는 일터이자 편한 쉼터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잠시 하늘을 바라볼 시간조차 없는 바쁜 삶에 지쳐 무작정 과테말라에 갔던 경험이 저를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었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이렇게 이끄실 줄은 몰랐죠.”

결혼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알록달록 협동조합(공방)을 설립해 이주여성들에게 재봉 기술을 교육하고 이들이 직접 만든 생활용품 판매를 책임지는 신선화(마리아 막달레나) 이사장은 원래 봉제 공장을 20여 년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일하며 믿어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한국에서의 고단한 삶이 싫어져 사업을 정리하고 무작정 신부님, 수녀님들의 도움으로 스페인어를 배워 과테말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신 이사장은 “과테말라에서 중남미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다 보니 국내에 들어와서도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중남미 공동체에서 봉사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낮은 자존감 속 취업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의 도움으로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되며 2017년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1층 한쪽에 재봉 교육을 위한 공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주여성들이 기술은 익혔지만 문화 적응, 한국인과의 소통 등의 문제로 전문 공장에 취업하기는 아직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그렇게 2021년 설립된 ‘알록달록 협동조합’은 자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친구들이 처음에는 공방 바로 앞에 나가 옷을 판매하는 것도 두려워했어요. 자신감도 없었고, 지나가던 행인이 ‘외국인이 왜 한국에서 돈을 벌려고 하냐’며 윽박지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외부 행사, 플리마켓에 데리고 나가 한국 사람들과 부닥치게 했죠.”

신 이사장은 “공방이 지금보다도 알려지기 전에는 성북구와 구의회, 성당 등에서 주문을 해준 덕분에 일감이 생겼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홍보를 해 지금은 길상사에도 입점했다”고 말했다. 외부 활동이 많아지자 이주여성들도 자신감을 되찾고 점차 한국인 고객 응대에 적응해 나갔다.

공방을 찾는 고객이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신 이사장은 “이주여성이 직접 매장을 관리하고, 외부 활동도 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가 영원히 이사장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혜화동에서 열릴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에도 부스를 열게 됐다. 나가는 행사가 많아져 바빠졌지만, 신 이사장은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생활면에서 보면 당연히 사업할 때가 좋았죠. 하지만 지금도 먹고 자는 데 큰 문제 없이 그때보다 훨씬 행복해요. 지금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