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학기부터 정규 과목 채택 올바른 미디어 선택·선용 도와 "전인교육 일환" 교육계 관심
성심여자고등학교(교장=김재숙 수녀)가 국내 최초로 교과 과정에 「미디어 교육」(Mult Communication)을 정식 과목으로 체택, 97년 1학기부터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 화제를 낳고 있다.
성심여자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매스 미디어를 올바로 선택, 수용할 수 있도록 돕고 학생들에게 매스 미디어의 창조적 선용을 돕기 위해 교과목을 신설했다.
성심여고 김재숙 교장 수녀는『요즘 아이들은 눈을 떠 잠이 들 때까지 매스미디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런 상황 안에서 우리 아이들을 매스 미디어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매스 미디어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점차적으로 미디어 교육실을 늘려, 전교생이 수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미디어 교육」은 대중가요를 비롯, 라디오 TV, 사진 등 매스 미디어 전반에 걸쳐 직접 제작과 함께 그룹 토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오순자 수녀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제일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가요 등을 매개체로 매스 미디어의 유용성과 해악성을 스스로 판단, 수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처음이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미디어 교육은 오늘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오 수녀는 또 『교회가 수용해야 될 미디어는 꼭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부분 신자가 아닌 학생들이 미디어 교육을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바르게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체험할 수도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되는 미디어 교육에 참가하는 학생들 또한 새로운 수업 방식에 즐거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실습을 통해 사진 등을 제작한 후 서로 평가하는 수업 방식에 아직은 익숙치 못하지만 학생들은 새로운 수업 방식에 강한 호기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오순녀 수녀의 말이다.
비디오와 레이저 디스크 등 매스 미디어 관련 기기를 총동원하고 또 CC 촬영기로 자신들이 발표한 장면을 녹화,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매스 미디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
오순자 수녀는 『미디어 교육은 결국 학생들이 자신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율성과 판단력 등을 기를수 있다면 바로 전인교육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심여고에서 가정 가사를 가르쳐 왔던 오 수녀가 미디어와 관련을 맺게 된 것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언어와 감각으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센터에 등록하면서부터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오 수녀는 평화방송 등에서 그동안 방송 관련 업무를 해오다 올해부터 다시 성심여고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평화방송에서 주로 종교 프로그램의 원고, 출연진 면담 등 제작에 관여해온 오 수녀는 광주평화방송의 개국에도 참여하는 등 방송 경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매스 미디어를 어떻게 수용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보게 해주는 데 전력하고 있다고 한다.
오순자 수녀는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차에 교장 수녀님께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줘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학생들이 이 시간을 통해 자신들이 늘상 접하고 있는 미디어 현실을 깨닫고, 주체적으로 매스 미디어를 선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주교회가 지난 70년대 초 가톨릭계 학교에서부터 시작한 미디어 교육이 전 사회로 확산, 정착되었듯이 성심여고에서 국내 최초로 시작된 미디어 교육이 가톨릭계 학교는 물론 한국 교육계 전반에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최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