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뜻대로’
장봉훈(가브리엘) 주교가 23년 전 청주교구장으로 착좌하며 가슴에 새긴 이 말은 위기가 닥치고 앞이 보이지 않던 때마다,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돼 줬다.
하느님이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기에 물러서지 않고 청주교구를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던 장 주교는 교구장으로서 걸어온 시간을 회고하며 “참으로 기쁘고, 참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주님의 뜻대로’ 교구장직을 내려놓게 된 장 주교는 “교구 신부님들과 교구민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 교구민들과 걸어온 길
장 주교는 청주교구 출신 첫 교구장이다. 교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장 주교는 교구에 알맞은 사목을 실천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보며 장 주교의 머릿속에 남는 기억 중 하나는 2004년 열렸던 교구 시노드다. 복음화(선교), 사목(성직자), 가정(청소년)을 주제로 시노드 여정을 시작한 장 주교는 4년간 교구민들과 함께 나누고 경청하고 식별하는 시간을 보냈다.
장 주교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2008년 시노드 폐막 미사를 통해 사목교서 「주님과 함께 ‘이웃으로 세계로’」를 반포했고, 이후 12년간 사목교서의 내용들을 실천해 왔다”고 설명했다. ‘교구 비전 2050’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교구 신자 20만 명 시대를 열고, 새 영세자와 주일 미사 참례자를 50% 늘리고, 쉬는 신자를 50% 줄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장 주교는 “쉽지 않은 목표에 도달하는 데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구민들이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12년의 여정을 통해 교구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구 시노드 개최 이후 지역 복음화를 위해 긴 여정을 쉬지 않고 걸어온 장 주교. 장 주교의 뚝심은 청주교구민들의 신앙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장 주교 착좌 전인 1998년 11만3290명(복음화율 8.3%)이었던 교세는 2021년 17만2761명(11.7%)을 기록, 50% 넘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장 주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교구민들과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여정은 위기상황에서 힘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줄어들었는데, 청주교구는 4%정도로 다른 교구에 비해 비교적 낮은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