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 선 신부님 영전에 / 김마리아 수녀

김 마리아 수녀·성바오로여자수도회
입력일 2020-02-06 11:56:09 수정일 2020-02-06 11:56:09 발행일 1976-07-25 제 1018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신부님

당신을 알던

내 어른이

당신의 가심

내게 전할 때

이렇게 말했더이다.

그의 죽음으로

이 땅은 가난해지고

천국은 부자가 되었다고요

입술을 깨물고

후들거리는 두 다리

조용히 마음 달래며

신부님 뵈옵니다

동양의 학자라고

한국 교회의

제1 보화라고

말마다 전하던 가슴들이

이렇듯

그 이름 새기며 부르옵니다

늘상

가난과 겸손의 검은 제복

한 몸에 감으시고

자그마한 체구

혜화동

신학도들의

진리의 스승이요

과천 산골 수녀들의

자비하신 어버이시더니

이렇게 오신

예수님 생애

온통 그래도

앞앞에 보이신

생애 60년이었습니다

살아 생전 보고픈

세 가지 소원은

한국 땅에 추기경 탄생이요

한국 성인 한 분 나고

구약성서 출판이라시더니

이제사

문턱에 들어선

두 가지 것은

천국서 굽어 보시리이까

밤을 낮 삼아

구약 번역 땀 흘리던 대학자가

산골 수녀들이

가난한 종 봉사케 하려고

몸소

양계 치며

노동자의 삶으로

극과 극 사이를

하나로 이룩하신 위대한 생활이었습니다.

드높은 제관으로

늘상

두 손 합장하여

머리 조아리던 기도

나그네 후히 대접하는 것.

이 한 가지의 계명이라고

열까지 모두

실천하신 사랑의 사도

전부였더이다.

하이얀 병상에서

하느님 뜻이려니

내 어찌 하리오만

완쾌되는 뜻이라던

수도원에서

다시

감사미사 드리리라

가쁜 숨 몰아쉬며

끝까지 하느님 뜻이라고

힘주어 나타내던

신앙의 모습.

하느님 위해

고스란히 생애 바쳤으되

온힘 이토록 죽음으로 쏟아졌으니

이제

하느님 대전에

크신 영광 누리시라

그리고

이 땅 위해 지금도 전구하리

보배로왔던 삶

영원한 삶

선종완 신부님.

김 마리아 수녀·성바오로여자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