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당신을 알던
내 어른이
당신의 가심
내게 전할 때
이렇게 말했더이다.
그의 죽음으로
이 땅은 가난해지고
천국은 부자가 되었다고요
입술을 깨물고
후들거리는 두 다리
조용히 마음 달래며
신부님 뵈옵니다
동양의 학자라고
한국 교회의
제1 보화라고
말마다 전하던 가슴들이
이렇듯
그 이름 새기며 부르옵니다
늘상
가난과 겸손의 검은 제복
한 몸에 감으시고
자그마한 체구
혜화동
신학도들의
진리의 스승이요
과천 산골 수녀들의
자비하신 어버이시더니
이렇게 오신
예수님 생애
온통 그래도
앞앞에 보이신
생애 60년이었습니다
살아 생전 보고픈
세 가지 소원은
한국 땅에 추기경 탄생이요
한국 성인 한 분 나고
구약성서 출판이라시더니
이제사
문턱에 들어선
두 가지 것은
천국서 굽어 보시리이까
밤을 낮 삼아
구약 번역 땀 흘리던 대학자가
또
산골 수녀들이
가난한 종 봉사케 하려고
몸소
양계 치며
노동자의 삶으로
극과 극 사이를
하나로 이룩하신 위대한 생활이었습니다.
드높은 제관으로
늘상
두 손 합장하여
머리 조아리던 기도
나그네 후히 대접하는 것.
이 한 가지의 계명이라고
열까지 모두
실천하신 사랑의 사도
전부였더이다.
하이얀 병상에서
하느님 뜻이려니
내 어찌 하리오만
완쾌되는 뜻이라던
수도원에서
다시
감사미사 드리리라
가쁜 숨 몰아쉬며
끝까지 하느님 뜻이라고
힘주어 나타내던
신앙의 모습.
하느님 위해
고스란히 생애 바쳤으되
온힘 이토록 죽음으로 쏟아졌으니
이제
하느님 대전에
크신 영광 누리시라
그리고
이 땅 위해 지금도 전구하리
보배로왔던 삶
영원한 삶
선종완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