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통가락의 우수성 보여 준「국악미사」

손상호 신부ㆍ대구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9-09-16 15:57:15 수정일 2019-09-16 15:57:15 발행일 1988-08-28 제 161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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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에서 자기들의 고유악기로 민속음악의 선율과 장단위에 미사곡 등의 전례 성가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특히 남미와 중미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독특한 리듬과 선율 그리고 창법으로 우리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매우 대중적인 곡들도 있습니다. 소위 전형적인 서구식 성가에만 너무 젖어있던 우리의 귀에는 생소하고 놀랍기까지 한 이런 음악들이 저마다 그들 고유의 문화적 유산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2차 바티깐공의회가 불러일으킨 선풍이며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주위에도,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제각기 고유한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강수근 수사님 이지은「국악미사」와 몇 개의 시편곡, 그리고 십자가 길의 성모 등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특히 우아한 우리국악의 여러 악기들을 효과 있게 사용하여 난삽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고전적인 고상함과 화려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락은 비화성적이란 통설을 넘어서 훌륭한 화성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 가락과 장단의 우수함을 성가곡들을 통해 드러내 보일 수 있고 그 속에서 진정 우리의 심성에 맞는 좋은 성가곡들이 많이 개발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단순하고도 신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수의 악기만으로도 본당이나 단체에서 쉽게 연구할 수 있는 형태의 곡들도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궁중 음악적인 장중함과 더불어, 서민대중의 한과 신바람을 표현하는 경쾌하면서도 민속적인 곡들도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스러움의 음악적 표현을 찾는 노력과 전례적 기능에 부합된 형식을 갖추는 것이 전례 음악의 장기적 발전과 쇄신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 될 것입니다.

손상호 신부ㆍ대구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