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새싹마당] 빛이 되게 하소서

입력일 2019-08-01 14:42:35 수정일 2019-08-01 14:42:35 발행일 1988-04-17 제 160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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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촛불을 들고 아버지께 나왔습니다.

주여!

성서의 지식은 없지만, 한 가지 믿음으로, 소박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기쁨을 저에게 허락해 주소서. 밤하늘, 별들의 소근 거리는 이야기소리로 다정한 이웃을 갖게 하시고, 매서운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갈대처럼 유연함을 잃지 않게 하소서.

은은한 성당의 종소리로 나를 물들게 하시고, 컴컴한 두려움이 몰려드는 어둠에서, 하나의 촛불로 내게 오시는 주님께 저도 하나의 촛불이 되렵니다.

주여!

고요한 밤하늘, 별똥이 떨어질 때 오누이의 소망처럼 저에게도 꿈을 풀게 하시고, 주께서 저의 심지에 불을 당길 때, 저도 이웃에 사랑의 불꽃을 당기렵니다.

주여! 장난하며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하시고, 새벽아침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하소서.

빨갛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을 보며 하루의 보람을 찾게 하시고 노을 같은 빛깔로 하루의 기도를 드리게 하소서.

촛불이 꺼져갑니다.

저도 사그러져 가는 촛불같이 마지막 삶을 살게 하소서-아멘-

김재준<경기도 평택군 고덕면 문곡1리 458번지ㆍ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