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방송 3사 가을 프로그램 개편 방향

입력일 2018-11-09 17:43:25 수정일 2018-11-09 17:43:25 발행일 1993-10-24 제 187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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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참여폭 넓어졌다
KBS와 SBS에 이어 MBC가 10월11일 올해 정기 가을 프로그램 개편안을 확정, 발표함으로써 방송 3사의 개편 방향의 전모가 드러났다.

KBS, MBC, SBS는 각각 37개, 19개, 13개 프로를 폐지하고 37개, 31개, 19개씩의 프로를 신설해 개편의 폭 자체가 어느 때보다도 크다. 특히 KBS 2TV의 ‘뮤직 스테이션’, ‘달려라 고고’, ‘조영남쇼’, ‘밤으로 가는 쇼’ SBS의 ‘새내기 출동, 큐’, ‘쇼 서울서울’ 등 그리고 MBC의 ‘이숙영의 수요 스페셜’, ‘전격 팡팡쇼’, ‘코미디 동서남북’ 등 그동안 시청자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청소년 대상의 오락, 연예 프로그램이 대폭 폐지됐다.

이번 개편의 백미는 역시 방송 제작에 시청자 참여를 보장하는 방송 ‘옴부즈맨’ 제도와 관련 프로그램의 신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의 방송 내용에 대한 의견 개진창구가 될 옴부즈맨 프로그램에는 KBS 1TV의 ‘시청자 의견을 듣습니다’, MBC의 ‘TV속의 TV’, SBS의 ‘TV를 말한다’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수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시청자들이 참여해서 방송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안함으로써 저질 프로에 대한 비판을 여론화시켜 보다 강력한 TV감시기능을 수행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가을 개편이 보여주는 이러한 시청자 주권시대의 전망은 이미 올해 중반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지난 7월7일 서울 YMCA 등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대대적으로 벌인 ‘TV끄기 운동’은 시청자 처방운동의 한 획을 그었다. 이로부터 촉발된 시청자 주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7월초 오인환 공보처 장관의 저질 프로 경쟁에 대한 경고성 발언, 9월 중순경 김영삼 대통령의 시청률 경쟁 자제 요청 발언 등을 통해 방송제작자들에게로 더욱 확대됐다. 또 가을 개편을 앞두고 방송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보다 강력한 톤의 ‘93추동계 TV편성 기준’을 작성, 이번 개편의 지침으로 제시했고 이번 개편의 방향이 이 지침에 거의 따른 인상을 준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볼 때 과거 어느 때보다도 방송의 공영성과 시청자 주권의 실현을 위한 제반 여건이 성숙해 있고 제작자들도 많은 노력을 했다는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개편의 목적과 성과가 과연 지속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의 문제이다. 청소년 시간대와 주말 저녁시간 등에는 새 개편안에서도 시청률을 의식한 편성의 기미가 보이고 있으며 몇 개의 문제 프로그램을 폐지하긴 했으나 포맷자체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또 3개 방송사 모두 ‘오 박사네 사람들’,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류의 코믹드라마를 통해 시청률 경쟁에 나설 소지도 다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이 담고 있는 방송 혁신의 의지는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방송 종사자들의 내적 반성과 시청자들의 압력은 좋은 방송을 만드는데 있어서 양 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제작자들의 철저한 의식 전환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방송 참여가 좋은 방송 실현 여부를 판가름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