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준영이를 사형시킨다면 죽고 죽이는 보복밖엔…”

입력일 2017-07-07 15:37:37 수정일 2017-07-07 15:37:37 발행일 1992-08-02 제 181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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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어머니 혈서로 선처호소
작년 6월의 정부 경찰총기사건 주인공
동네서도 소문난 효자…각계 탄원 줄이어
『준영이는 어머니와 가족을 끔찍히 생각하고 한번도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적이 없는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26일, 의정부 경찰 총기살인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준영 (아우구스띠노) 순경의 어머니 김희복 (53세ㆍ엘리사벳) 씨는 아들에 대한 대법원의 사형확정이 있던날 법정밖에서 준영이의 억울함을 알리는 이 같은 혈서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사람을 죽인 죄를 용서해 달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토록 심성고운 준영이가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동안의 과정을 참작해 주십시오. 준영이에게 또 사형을 시킨다면 이 사회는 죽고 죽이는 보복밖에 남지 않습니다』.

김씨는『준영이가 상상할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보복의 악순환인 사형보다는 평생이라도 살아서 죄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과는 89년 5월 집앞 주차시비가 발단이돼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서로에게 저지르게 됐다는 김씨는 그동안 피해자들에게 당했던 수많은 고통을 떠올렸다.

김씨는 또 피해자가 30년동안 살았던 고향마을 사람들이 안면도 없는 준영이를 살려 달라고 각계에 보낸 탄원서를 내보이며『피해자가 고향 사람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했으면 그들이 준영이를 동정하며 선처를 바라는 탄원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외에도 사건당시에 살았던 의정부지역 주민들과 피해자 동창 등 20여곳에서 피해자의 비인간성을 알리는 탄원을 각계 요로에 제출했으며 탄원자만해도 1만3천여명에 달하고 있음을 전했다.

특히 김씨는 요즘 교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서명운동에 언급, 『사형은 인간의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밝히고『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끊는 사형보다는 이 사회와 피해자들을 위해 속죄하며 살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준영이가 모범경찰 표창을 받을 정도로 모범 경찰이었고 온순한 성격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효자였다』며 준영이에게 사형만은 면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총기사건을 일으킨 김준영씨는 지난 6월19일 서울 구치소에서 김종국신부와 김수환추기경으로 부터 세례와 견진성사를 각각 받았으며 현재 건강이 좋지 않아 병동에 수감돼 있지만 열심한 기도생활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