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장님, 이제 성당 그만 두고 뭐 하시려고요?”
“예, 노래만 하려고요.”
“아, 그럼 직업은요?”
“네? 노래가 직업인데요?”
“…….”
올해 2월 15일 10년 동안 관리장으로 일했던 본당을 떠나기 전 교우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우리 본당 교우들은 내가 음반을 낸 것도, 성가공연에 곧 잘 나간다는 것도 대부분 알지만 노래가 그저 취미인 줄로만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직업으로 하기엔 실력이 좀 부족해 보였던 것일까?
분명 교회 안에서 찬양 봉사자는 다른 봉사에 비해 희소하다. 아무래도 특수성과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주위에도 직업을 따로 갖고 있지 않고 오로지 찬양만 하는 성가가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정말 찬양만 해서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일일까? 대중음악은 차치하고서라도 개신교만 보더라도 찬양을 직업으로 둔 사람들이 대단히 많고 심지어 찬양사도를 양성하는 학교나 학원도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그렇다면 천주교는 개신교에 비해 찬양사도가 별로 필요치 않은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 천주교 청소년 성가집들의 구성을 보면 전체 곡 중에 거의 절반 정도가 개신교 성가이다. 이는 교구별로 거의 비슷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단히 말해서 개신교 성가는 많고 가톨릭 성가는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로 쓰면 좋겠지만 새 책을 찍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에게 로열티를 지불한다. 이미 우린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 왔고 그 상황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가톨릭 교리는 개신교에 비해 풍부하다. 성체, 성모신심, 성인 공경, 천사교리나 전례 안에서 오는 수많은 정서들은 개신교 성가가 표현할 수 없다.
우리도 오로지 찬양만을 직업으로 둔 전문인들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