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용훈 주교, 쌍용차 고공농성장 직접 방문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3-03-26 05:26:00 수정일 2013-03-26 05:26:00 발행일 2013-03-31 제 283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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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개 교구 정평위, ‘조속한 문제 해결 촉구’하며 현장에서 미사 봉헌
25일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봄을 무색케 하는 세찬 바람이 하루 종일 불어댔다. 강풍이 송전탑에 걸릴 때마다 철탑 사이로 그르렁대는 전기소리와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공장 인근, 15만 4000볼트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은 외딴 섬처럼 땅에 박혀 있었다. 지상에서 30여m 떨어진 송전탑 중간, 합판 두 장에 의지해 위태롭게 걸려있는 고공농성장은 섬 속의 섬이었다.

3월 25일 오전 11시, 바람을 뚫고 농성 현장에 도착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곧장 안전 장구를 갖추고 고가사다리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외로운 섬으로 나아갔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126일째 농성 중인 송전탑에 오르는 데는 1분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10층 높이 고공에 뜬 농성천막 안, 노동자들을 만난 이 주교는 조용히 그들을 끌어안았다. 생각지 못한 이 주교의 방문에 두 노동자는 울컥 눈물부터 치밀었다. 바람소리가 쉼 없이 귀를 때리는 동안 이 주교는 그들 가운데 머물렀다.

이 주교는 몸소 준비해 간 자신의 저서 3권과 케이크, 과자 등을 전하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했다.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최대한 할 생각입니다. 용기와 건강 잃지 마시고 하루 빨리 내려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가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이 주교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회사, 해고자가 모여 대화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아픔과 슬픔에 늘 함께하며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주교가 다녀간 농성 현장에서는 오후 2시부터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한 가운데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평택 송전탑 전국 집중 미사’가 봉헌됐다.

전국에서 노동자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모인 1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봉헌된 이날 미사에서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총대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말한 살아있는 표징이 되라는 의미는 살아있는 교회가 되라는 요청”이라면서 “우리가 꿈꾸는 공정의 세상, 행복의 꿈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15개 교구 정평위는 호소문을 발표해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임을 천명하고 ▲송전탑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고가사다리를 타고 30m 송전탑을 올라 농성천막에 다가가는 이용훈 주교(왼쪽).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