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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토크 talk] NC의 4번 타자 이호준 선수

조대형 기자
입력일 2013-01-08 02:57:00 수정일 2013-01-08 02:57:00 발행일 2013-01-13 제 282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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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 땀은 배신하지 않아요”
시합 전 마음속으로 주님의 기도 바쳐 
야구 통해 꿈과 희망 주는 선수 되고파
흔히 야구를 투수 노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투수가 등판해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하는 것도 야구다. 그런 의미에서 야구에서 4번 타자는 팀의 상징적 존재다. 다른 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찬스가 많이 주어지는 4번 타자는 팀의 중심 타자로서 타율이 높고 홈런 등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맡는다. 프로야구에서는 팀마다 4번 타자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지난 2일, 2013년부터 프로야구에 참가하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4번 타자 ‘공룡대장’ 이호준(36·프란치스코) 선수를 만났다.

“저 원래 불교 신자였어요.”

인터뷰가 시작되고 언제부터 신앙을 갖게 됐느냐는 첫 질문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호준은 2006년 군에 입대 후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그가 개종을 통해 뒤늦게 신앙을 갖기까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아내 홍연실(엘리사벳)씨의 영향이 컸다.

“아내가 가족이 같은 종교를 갖고 함께 신앙생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저도 이전부터 성당에 가면 마음이 참 편안하고 좋았고요.”

이호준 선수의 세 자녀인 동훈(레오), 동영(레이첼), 동욱(다니엘)도 차례로 유아세례를 받으며 성가정을 이뤘다. 가족은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특히 그는 아내를 “세상에 둘도 없는 내조의 여왕”이라고 치켜세운다.

“제가 잘 된 것은 다 아내의 기도 덕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위해 항상 기도하는 아내 모습을 보면 난 안 될 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호준 선수는 주일 오후에 게임이 있는 시즌 중(4~10월)에는 대부분 미사에 참례하지 못한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대한 욕심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 아이들 손을 잡고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그의 은퇴 후 작은 꿈이다. 또 부족한 교리 공부를 통해 제대로 신앙생활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신앙을 갖게 된 후부터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프로야구에서는 경기 시작 전,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와 애국가를 부르는데, 그는 이 시간을 이용해 마음속으로 주기도문을 바친다고 했다.

“부상당하지 않고 실력을 펼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빌어요. 결정적인 찬스가 왔을 때도 타석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것도 기도예요. 물론 안타를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감사기도를 잊지 않습니다.”

그의 나이는 올해 프로야구 선수로는 환갑이라고 할 수 있는 서른여섯이다. 하지만 지난해 3할 타율, 홈런 18개를 쳐내며 여전히 매서운 방망이를 선보였다.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피나는 ‘노력’이다. 그는 “슬럼프에 빠지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마다 갓 태어난 첫째 동훈이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제 포지션 경쟁자가 운동장을 10번 뛰면 전 20번을 뛰었고, 타격 연습을 100개 하면 전 200개 했어요. 무조건 2배로 하자고 다짐했죠.”

지독한 훈련을 통해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소중한 교훈을 깨달았다. 그는 유스 독자들에게도 “꿈을 크게 갖고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이호준 선수가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실력에만 있지 않다. 따뜻한 나눔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데 앞장서 모범이 되기도 했다.

이호준 선수는 2011, 2012년에 ‘사랑의 홈런’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랑의 홈런’ 캠페인은 프로야구 정규시즌 동안 이 선수가 홈런 1개를 칠 때마다 환자 1명에게 인공관절 수술비 중 150만 원을 이 선수가, 나머지 금액은 병원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비 부담 때문에 심한 통증을 참고 견디는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선사할 수 있어 그의 홈런은 의미를 더했다.

이호준 선수는 올해부터 최근 12년 동안 몸담았던 SK를 떠나 신생팀 NC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익숙한 팀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있어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는 프로답게 도전을 선택했다.

“새롭게 옮긴 팀에서 야구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신생팀이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선수들끼리 똘똘 뭉친다면 우승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야구는 모르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그는 올해 NC의 주장과 4번 타자로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좋은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야구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 플레이를 보며 한 분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좋은 경기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기도와 응원 부탁드려요.”

조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