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물(聖物)이란
교회에서 「성물」이라 함은 「하느님 예배에 사용되는 거룩한 물건」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교회는 일정한 물건을 축성함으로써 일상의 세속적 용도에서 분리, 하느님 예배를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따라서 성물에는 성작 성합 등 공적인 전례에 쓰이는 제구(祭具)와 로사리오와 같이 사적인 기도를 위한 도구(묵주 등), 신심생활을 돕는 성상과 성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성상(聖像)은 예수 그리스도, 서모, 성인 또는 천사의 모습을 조각하거나 주조한 물건을 일컫는다. 가톨릭교회는 오래전부터 성상을 모시는 관습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이는 성상이 표상하는 대상들을 쉽게 연상하고 효과적으로 흠숭과 공경을 드리기 위함이다.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성상 혹은 성화들이 비신자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성상을 모시는 관습을 유지하고 있고, 아울러 비정상적인 신심을 조장하지 않도록 수효를 조정하고, 모시는 위치 또한 올바른 순서를 지키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성물은 신앙생활에 없어도 그만인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신자들의 마음을 오롯이 하느님께로 이끄는 거룩한 목적을 지니고 봉헌된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에 관해 「성물들은 사람의 정신을 정성되이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는 만큼 하느님과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영광을 위해 봉헌되는 것이다」고 전례헌장(122항)에서 밝히고 있다.
현행 교회법전에서도 「신자들이 공경하도록 성화상을 전시하는 관행은 보존돼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1186ㆍ1188조).
이처럼 종교적 의미를 갖고있는 성물들이 그 목적에 합당한 품위와 격을 갖추어야 함은 당연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예컨대「모양이 흉하거나 미술적으로 불충분하고 범상(凡常)스러우며 저속한 작품들은 성당에서나 다른 거룩한 장소에서 멀리하도록 힘써야 한다」(전례헌장124항)
공의회는 아울러 이러한 성물들이 신앙, 신심 및 존경할 전통적 법규에 적합한가, 거룩한 용도에 합당한가를 판단하는 판정자의 역할 또한 교회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태와 문제점
성물의 조잡성과 불법 복제품의 난립 문제는 성물들이 극단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다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물(聖物)로서의 가치가 곧 예술적 정교함이나 아름다움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만드는 이의 의도와 신앙, 예술적인 영감이 배제된채 무단 복제에 의해 조잡성이 도를 더해 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물 제작 보급처는 큰 곳만해도 전국에 10군데. 제작과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자기들은 판매업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체 제작공장이나 하청공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많은 이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유니게 수녀(성물방 담당)는 「경기도 일원에서 성작을 포함한 성물들이 마구잡이로 제작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일깨우는 측면에서라도 교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예로 묵주의 경우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묵주알로 쓰이는 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이를 연결해서 묵주를 완성하는 과정은 몇몇 사람들의 부업거리로도 충분한 일거리.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성물제작업자가 될 수 있다.
십자고상도 십자가(철제 혹은 목제)와 예수상을 따로 대량 구입해 조립하는 형태로 완성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이 경우도 두 제조업자와 거래만 터면 성물 제작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성물」이 보다 싼값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신자)을의 기호와 맞아떨어질 경우 성물로서의 가치는 반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성상복제의 경우는 더 심각해 복제 자체가 순수 창작자들의 목을 죄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복제꾼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날 경우 한번 복제된 것을 2중3중으로 복제하는 과정에서 성상은 단순 조각품으로서도「저질」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일선 판매처 종사자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지만 사목상 사목상 혹은 교회 규율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하에 뒷전에 밀려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문제의 심각성은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깊어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아들내외와 40년간 성상제작에 몰두해 온 최근춘(라우렌시오ㆍ대전 도고본당)씨는 「새로운 성상이 나오기가 무섭게 복제품이 판을 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일뿐 아니라 교회안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창작품이 사장되면 결국 복제품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사무총장 백남익 몬시뇰은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너무 넓게 퍼져 있어 규제만으로는 또 다른 부작용이 염려된다」면서 관련 주교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선교 3세기를 살면서 민족공유의 특성과 의식을 살린 성물을 개발 보급시켜야할 한국교회가 막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