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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자녀살해 무엇이 문제인가/리길재 기자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8-24 13:59:02 수정일 2012-08-24 13:59:02 발행일 1995-03-19 제 194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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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인륜 … 다가선 패륜
「자녀는 소유물」인식팽배 … 연32~35건발생
언론, 「동반자살」이란 명목하에 범죄단순화
개인주의ㆍ생명경시 풍조ㆍ폭력문화도 한몫
사회윤리성회복ㆍ생명존중의식 고취가 해결책
「전북 완주관 일가족 3명, 가정불화로 동반 방화자살」(94ㆍ8ㆍ23) 「경남 창원 사업실패 비관한 40대 가장, 일가족 5명과 자살」(94ㆍ11ㆍ29) 「서울 중랑구 30대 약사 가정불화 비관, 처자, 장모 살해뒤 자살」(94ㆍ12ㆍ9) 「경기도 화성 30대 주부 가정불화 비관, 아들과 동반 자살」(95ㆍ1ㆍ24)「서울 화곡동 일가족 4명 자살」(95ㆍ3ㆍ6) 「경기도 군포 정신질환 주부 세아이 아파트 15층에서 떨어뜨린후 투신」(95ㆍ3ㆍ7).

계속되는 부모에 의한 존속살해 사건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존속살해 빈도는 연간 32~35건이 발행한다고 한다.

존속살해는 일반 범죄와 달리 가정 자체를 파괴하고 해체시켜 버리는 극도로 잔악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조속살해는 특히 그 사회의 윤리성과 생명에 대한 통념적 인식을 반영하는 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존속살해가 언론과 매스컴을 통해 미화되고 있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박한상군 부모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물론 온 사회가 떠들썩 했다. 신세대의 병리적 모습이 취재되었고, 오렌지족의 행태가 고발되는가 하면, 언제나처럼 학교 교육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반면에 부모에 의한 자녀존속살해 범죄는 신문의 가십거리와 방송 한부분을 차지할 뿐 이다. 그것도 자기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죽임을 당한 아이들에게 「동반 자살」이라는 명목하에 범죄를 단순화 시켜 버리고 만다.

한마디로 부모들의 폭해앞에 생존을 위한 자녀들의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유교를 전통으로한 우리 사회는 생명에 대한 관념중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식의 생명은 부모에게 달려있다』는 전통적 관습이 쉽게 존속살해로 이끌어간다고 교육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서울대 교육심리학 김계현 교수는 『최근 언론과 매스컴에서 자녀 존속살해를 동반자살로 보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언론이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꼭 자녀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파탄을 비관한 부모들과 죽기로 동의하고 목숨을 끊은 것같이 미화하는 것은 과거 가부장적 관습에 언론 스스로가 빠져있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종교계 교육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은 자녀 존속 살해 범죄가 늘어나는 원인을 「개인주의적 가정생활」과 「사회적으로 만연된 생명경시풍조」에 있음을 지적한다.

또 매스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형성된 폭력문화가 자녀살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의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한 윤리신학자 『생명은 부모도 침해할 수 없는 본인의 고유한 권리이며「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절대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종교과 학교, 사회교육을 통해 근본적으로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족 살해 범죄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독립심이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거 밝히고 『하루 속히 가정 및 학교 교육이 공부만 하는 경쟁적 교육에서 탈피, 건전한 대인관계와 독립심을 키워 나가는 전인교육으로 전환돼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아동들은 대인관계 체험이 극도로 억제돼 있어 이러한 교육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이 성장할 경우 앞으로 자녀 존속살해와 같은 무책임한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문교수는 『궁극적으로 건전한 가정이 성숙한 인간을 양성한다는 진리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부모들의 자세가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리길재 기자